[비즈한국] 금융권이 생성형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권의 생성형 AI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업계의 활용에도 속도가 붙었다. 금융위원회는 8월 기업이 제공하는 ‘상용 AI’를 금융사가 쓸 수 있도록 ‘금융 분야 망 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한 데 이어, 12일 구체적인 지원책을 공개했다. 발 빠른 일부 금융사가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전망과 한계에 눈길이 쏠린다.
신한은행은 AI 도입에 앞장 선 금융사 중 하나다. 3년 전인 2021년 9월부터 무인형 점포에 AI 은행원을 배치해왔다. 최근 신한은행은 테스트베드 매장인 서소문점을 ‘AI 브랜치’로 바꿔 오픈했다. 이곳의 AI 은행원은 신한은행이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적용한 생성형 AI로, 단순 챗봇과 달리 음성 대화가 자연스럽다.
점포를 방문하면 입구에서부터 AI 은행원이 고객을 맞는다. 커다란 화면에 직원이 나오고, 마이크에 원하는 업무를 말하면 안내가 시작된다. 점포 내에는 고객이 AI 은행원과 업무를 볼 수 있는 여러 개의 방이 마련됐다. AI 은행원은 입출금 계좌 개설, 신규 카드 발급, 외화 환전, 서류 발급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16일 AI 브랜치를 방문해 직접 계좌 개설을 시도했다. 2년 전 같은 지점을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 AI 은행원의 대화 인식률이 높았고 업무 처리도 훨씬 매끄러웠다(관련 기사 [현장] 'AI 은행원' 통해 적금 가입을 시도하자 직원이 나타났다).
다만 생성형 AI를 적용해도 ‘사람’과의 차이는 여전했다. AI 은행원은 업무 범위 외의 질문에 대응하지 않는 등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가입 기간이 짧은 상품을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자세한 안내는 창구에서 받으라”는 답이 돌아왔다. AI 은행원은 대표 상품을 제시하지만 설명을 해주는 것은 아니어서, 직접 화면을 보며 가입 조건을 비교해야 했다. 모두 복잡한 업무가 아님에도 실제 직원을 거쳐야 해결할 수 있었다.
이처럼 금융사가 본격적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가운데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열린 금융권 AI 협의회에서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나온 방안은 △금융권 AI 플랫폼 구축 △금융 분야 특화 데이터 지원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 개정 세 가지다. 금융사가 각자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목표다.
규제 완화에 발맞춰 혁신금융서비스 신청도 쏟아졌다. 정부가 8월 망 분리 규제 특례로 금융사의 생성형 AI 및 소프트웨어 사용을 허용하자, 74개 사에서 141개 서비스를 신청했다. 금융위는 이 중 9개 금융사의 10개 서비스를 지난 11월 27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선정된 곳은 신한·KB국민·NH농협은행, 카카오뱅크, NH·KB증권, 교보·한화생명, KB카드로 대부분 생성형 AI를 통해 금융 상담을 하거나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같은 흐름 속에 9일 우리은행이 업계 최초로 생성형 AI를 대출 상담 업무에 투입했다. 대출 상담은 복잡한 업무로 꼽혀 은행권에서 AI에 맡기지 않던 분야다. 우리은행 앱 내 ‘AI 챗봇 실험실’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현재로선 주택담보대출(우리WON 주택대출)에 한해서만 상담이 가능하다. 기본 챗봇과 달리 상황에 맞춰 구체적으로 답변해 상품을 이해하기 훨씬 수월했다.
우리은행의 생성형 AI 서비스는 망 분리 규제가 개선되기 전 개발한 서비스로, 내부 모델을 사용 중이다. AI 대출상담원은 은행 내부의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출 정보를 안내한다. 이번 망 분리 규제 특례에 따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9개 금융사 중 우리은행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서비스 신청은 완료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생성형 AI 상담원의 업무를 청약상품으로 확대한 뒤 추가 대출 상담을 맡길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투자 상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AI 투자메이트’가 최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신한은행 측은 “투자 상담은 투자자의 성향과 재정 상황 등을 파악해야 한다”며 “외부 생성형 AI 모델을 도입해 고객의 질문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의 AI 투자메이트는 2025년 1월 론칭 예정이다.
이처럼 규제 완화와 더불어 금융권이 활발하게 생성형 AI를 쓰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투자·대출·자산관리 등의 까다로운 업무도 상담은 가능하지만, 가입과 같이 책임이 필요한 영역에선 활용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제 규제 특례가 됐으니 고도화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며 “계속해서 정보를 쌓고 학습시켜야 유용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확도 문제도 남았다. ‘할루시네이션(거짓 정보를 포함하는 현상)’ 문제 등 생성형 AI가 오답을 내는 경우가 있어서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IAAE) 이사장은 “금융사 내부 데이터만을 사용하면 거짓 정보 위험이 낮지만, 외부 모델을 가져오면 정확성에 문제가 생긴다”라며 “전문가와 기관이 선별한 데이터라고 해도 현재 기술로선 오류를 완전히 필터링할 수 없다. 기술적으로 불완전한데 신뢰성이 생명인 금융 분야에서 외부 데이터를 가져오는 건 위험하다고 본다”라고 우려했다. 현재 우리은행 앱의 AI 대출상담원은 질문에 답변할 때마다 ‘위 내용은 AI가 생성한 답변으로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라는 안내문을 덧붙이고 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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