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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의대 증원 소송' 대법원 판결 앞둔 지금 분위기

대입 사전예고제의 예외사유 적용 여부가 쟁점…"증원 중단 가능성은 희박" 중론

2024.12.17(Tue) 16:36:10

[비즈한국] 의대생과 수험생들이 대교협을 상대로 제기한 ‘대학입시계획 변경승인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의료계의 관심이 쏠렸다. 이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기각된 후 8월 대법원에 상고돼 계류 중이다. 의료계는 입시 일정이 더 이상 진행되기 전에 대법원이 신속히 판결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교육부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2025학년도 정원에 대해선 변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란 점을 양해 바란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7월 21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종로학원 2025 대입 수시·정시 지원전략 특집 설명회에 입장하려는 학부모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지난 6월 의대 수험생과 의예과 1학년 등 8명은 의대 증원 변경을 승인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신청인들은 입시와 관련 사건인 만큼 대법원에 시급한 결정을 촉구하는 ‘긴급한 심리 및 결정 신청서’를 12회, ‘참고서면’을 8회 제출했지만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최근 대구광역시의사회를 필두로 경기도의사회, 서울시의사회, 강원도의사회, 경북의사회 등 지역의료계와 의협회장 후보 등이 신속한 판결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대구시의사회는 15일 “법원에서 입시 관련 사건은 수능 이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통상적인 점에 비추어 보면, 수능은 물론이고 수능성적 발표일까지 지나고 대학들의 수시 최초합격자 발표가 모두 마무리된 현시점까지도 대법원이 위 사건에 관하여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은 절차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대법원에서  법리에 따라 정의롭고 공정한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주실 것을 절박한 심정으로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의사회가 공개한 1심과 2심 결정문을 살펴보면 이번 소송의 쟁점은 대입 사전예고제의 예외사유인 ‘대학 구조개혁’의 개념이다. 고등교육법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등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를 사전예고제의 예외사유로 본다. 신청인들은 역대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대학 정원을 감축하는 방향으로 시행된 만큼 정원을 늘린 이번 결정이 ‘대학 구조개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청인들은 신청이유의 요지에서 “법령에서 예외적 변경사유로 정한 ‘대학 구조개혁’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의 학생정원을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므로 이번 증원이 예외적 변경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즉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것도 아니며, 대학 전체 정원을 늘리는 것은 ‘대학 구조개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참고 서면을 통해 여러 판결문이 이 같은 개념을 판결이유의 ‘기초사실’ 또는 ‘인정사실’ 등으로 다룬다고 설명했다. 

 

신청인들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은 재정지원 사업과 연계해 대학 정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대학 통폐합’, 이명박 정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박근혜 정부 ‘대학 구조개혁 평가’, 문재인 정부 ‘대학기본역량진단’ 등을 언급하며 정원 감축 기조가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육당국이 전례로 언급한 보건의료분야 및 첨단분야 증원을 두고는 “첨단분야 증원은 학령인구 감소와 무관하고 전체 증원이 늘어났기에 ‘대학 구조개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앞서 교육부는 전의교협이 이 같은 주장을 펼치자 설명자료를 내고 “교육부는 대학 간 통폐합, 입학정원 감축 등과 같이 ‘대학 규모의 축소’를 목표로 하는 정책뿐 아니라, 인재양성이 필요한 분야에서의 대학 내 정원 조정, 교원 확보, 교육과정 개편 등 학내 구조변경을 수반하는 일련의 정책들을 ‘대학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왔다”며 “대교협은 그간 대학의 첨단분야 모집단위 확대, 간호학과 증원 등 대학의 정원 조정을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일관되게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해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 역시 1심과 2심 모두 기각하며 “‘대학 구조개혁’이 반드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하여 대학의 학생정원을 줄이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건의료계열 학생정원 조정, 첨단학과 신·증설에 따른 정원조정의 경우에도 대학 구조개혁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대교협)가 학과별 모집인원 조정을 위한 대학입학전행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해 준 사례가 있어 이 사건과 같이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 회복을 위해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 역시 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발표 이후 보건복지부 및 교육부 장관,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 6월 대법원이 의대생들과 의과대학 교수, 전공의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일단락됐고, 입시 절차는 예정대로 재개됐다. 당시 재판부는 의대 증원으로 의대 재학생들이 입을 손해보다 증원배정 처분 집행이 정지돼 공공복리가 훼손될 우려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의료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사실상 의대 정원 증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하지만 입시계와 교육당국은 증원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게 본다. 입시 업계 관계자는 “입시 요강을 지키지 않을 경우 학교 측은 법적 분쟁이 불가피해, 증원을 뒤집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육부도 전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일관되게 말했듯, 지금은 변동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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