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SG닷컴이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새벽배송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지난 6월 신세계와 CJ대한통운이 사업제휴를 맺은 후 SSG닷컴과의 첫 협업 결과물인 만큼 두 기업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업계의 관심도 쏠린다. 다만 서비스를 이용 중인 고객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빠른 배송이 핵심인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배송지연 문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년 만에 충청권 새벽배송 다시 도전했으나 분위기가…
SSG닷컴이 이달 초부터 새벽배송 권역 확대에 나섰다. 대전, 세종시를 비롯한 충청권에 새벽배송을 시작하고, 평택, 동탄, 화성, 하남, 오산 등 경기 남부권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한다. 충청권은 SSG닷컴이 새벽배송을 도입했다가 한 차례 포기했던 곳이다. 충청권의 경우 SSG닷컴이 물류센터를 임대해 서비스를 진행했었으나, 운영비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2022년 배송 중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년여 만에 SSG닷컴이 다시 충청권 새벽배송 서비스에 나설 수 있던 것은 CJ대한통운과의 협업 덕분이다. 지난 6월 신세계그룹과 CJ그룹은 사업제휴 합의(MOU)를 맺고, 물류 협업을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G마켓, SSG닷컴의 물류 운영을 CJ대한통운에 맡기는 방안이 언급됐고, 새벽배송 물류를 CJ대한통운에 이관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SSG닷컴 관계자는 “CJ대한통운에 물류를 이관하면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게 됐다. 향후 새벽배송 서비스 권역을 계속해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SSG닷컴과 CJ대한통운의 협업 시너지에 대한 업계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가 물류 방식으로 운영하던 서비스를 제삼자 물류 방식으로의 전환한 것이다 보니 두 기업이 얼마나 시너지를 낼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다. 현재 CJ대한통운을 통한 새벽배송 서비스는 배송 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고객 불만이 속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고객은 “자녀들의 아침 식사를 위해 주문한 식재료가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배송됐다. 아이들은 아침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등교했다. 이 시간대 배송되는 것이라면 새벽배송의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제시간에 오지도 않고, 상품도 다 녹아서 도착했다. 새벽배송이 가능해져 좋아했는데, 앞으로는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면 오후 11시 전 주문 시 다음 날 오전 7시 전까지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을 통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중 상당수가 배송 마감 지연 문제를 겪으면서 고객센터로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른 아침 배송됐어야 할 상품이 정오가 다 돼 도착하거나, 오후까지도 배송이 늦어지는 등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배송 관련 배송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새벽 시간대 인력을 빠르게 확대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이 처음부터 물류를 외주로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본인들이 하던 것을 외주로 맡기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SG닷컴 측은 배송지연 문제는 서비스 초기 발생한 일시적 문제라고 해명했다. SSG닷컴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배송지연 등이 발생했으나 현재는 정상 가동 중”이라며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통해 물류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더 넓은 지역, 더 많은 고객이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물류 비용 줄였지만 “경쟁력 키우려면 투자 필요”
새벽배송은 높은 인건비와 재고관리, 신선식품 폐기율 등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사업으로 꼽힌다. 2022년 롯데온도 새벽배송 사업을 중단했고, 헬로네이처, 프레시지 등도 새벽배송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벽배송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다. 물류센터를 확보해야 하고, 배송 인력과 차량 등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며, 재고 비용도 많다”며 “새벽배송 업체들이 쿠팡 견제를 위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포기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SSG닷컴이 온라인배송 서비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벽배송 시장에 재진입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새벽배송만 키워 이커머스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볼 순 없다”며 “이커머스 시장에서 제대로 승부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갖춰야 하고, 이것은 결국 네트워크나 서비스 등의 완결성과 이어진다. 온라인배송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새벽배송 부문을 키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J대한통운과의 협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들려온다. 이종우 교수는 “현재 자금 여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고 CJ대한통운의 물류센터를 이용해 배송 서비스 지역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상화 교수도 “새벽배송 서비스는 투자비가 상당히 많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물류 네트워크를 확보한 전문 기업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시장에서 얼마만큼 경쟁력을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속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SSG닷컴이 그 정도 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뒷받침될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SSG닷컴은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3월 이마트에서 물적 분할돼 법인으로 출범했지만, 줄곧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7월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비용 절감 등을 위해 내년 2월 현 강남 사옥을 서울 영등포로 이전한다.
이종우 교수는 “SSG닷컴이 안전한 길을 찾아 CJ대한통운과 협업을 했지만 결국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인력이나 서비스 등에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 공격적 투자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가 되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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