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승리’라며 기뻐했다. 투자자들도 국내 금융시장이 정치적 불확실성에서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코스피는 탄핵 가결과 함께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첫 거래일인 16일 국내 증시는 상승 출발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전문가들은 그 당시 경제 환경이 지금과 다르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부진 등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과거의 반등을 기준으로 이번에도 반등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이 점진적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점은 대부분이 예상하고 있지만, 증시가 반등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펀더멘털’이 중요한 시점이다. 조재운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단기 뉴스와 이슈에 흔들리기보다 실적 기반 펀더멘털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8월 이후 코스피 실적 전망치가 1.3% 하향되며 코스피 지수는 10.2% 하락했지만, 실적이 상향된 섹터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며 국내 증시의 실적 반영 메커니즘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코스피 저평가 매력과 함께 펀더멘털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조선, 소프트웨어, 건강관리 등을 꼽았다. 그는 “조선은 미국 해군력 강화와 수주 확대, 소프트웨어는 AI․디지털 전환 수혜, 건강관리는 고령화와 헬스케어 수요 증가로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이들 섹터는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정치적 리스크 완화와 외국인 자금 재유입의 핵심 대상으로 코스피 반등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탄핵 가결 이후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반등 여력은 남아 있다”며 “연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효하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는 연간 낙폭이 과대했던 업종 중 내년에도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반등의 중심 업종으로 반도체, 은행, 소프트웨어, IT 하드웨어, 방산 등을 꼽으며, 코스피 2600선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시장의 관심은 오는 17~18일 열릴 예정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릴 전망이다. 이번 FOMC에서 금리는 인하되겠지만, 메시지는 ‘매파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상보다 더딘 물가와 고용 둔화세 때문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하겠지만, 점도표를 소폭 상향함으로써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스탠스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연방기금(FF)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금리 인하 확률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물 금리는 FOMC를 앞두고 급등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과 물가 지표가 12월 금리 인하를 뒷받침했지만, 10년물 금리의 핵심인 내년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해서는 충분한 확신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어떨까. 14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계엄령 선포와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이날 1430원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만 연구원은 “이번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 정지가 불가피해졌지만, 정치 불확실성으로 인한 환율 상승분은 일부 되돌려질 가능성이 있다”며 “연말까지 1400~1430원 밴드 내에서 등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미국 예외주의와 트럼프 집권 2기 무역분쟁 등 달러 강세 요인이 많아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 대 환율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환율의 방향성에는 여전히 미국 경기와 연동된 달러 지수가 가장 중요하다”며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미국 우위(강달러) 전망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적어도 상반기까지 원․달러 환율은 1400원 부근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세아 금융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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