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카드 업계에 인사 바람이 거세다. 7개 전업 카드사(KB국민카드·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 중 절반 이상이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임기 중 거둔 성적과 무관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스타트를 끊은 건 업계 상위권 카드사(KB국민·신한·삼성)로, 기존 대표의 연임 대신 신임 대표를 앉히는 추세다. 상위권 카드사가 물갈이에 나선 가운데 하위권 카드사도 인사를 통한 쇄신에 나설지 주목된다.
#상위권 카드사 줄줄이 대표 교체, 신한카드 1위 수성 의지
삼성카드는 11월 29일 임원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신임 대표로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을 추천했다. 김이태 사장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을 거쳐 2016년부터 삼성전자에 몸담았다. 김대환 현 삼성카드 대표가 2023년 3월 연임해 임기가 1년 이상 남았음에도 진행된 인사다. 김 대표가 2020년부터 회사를 이끄는 동안 삼성카드의 이익 성장세를 유지한 만큼 뜻밖의 인사로 여겨졌다. 김이태 신임 대표는 2025년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취임한다.
또 다른 선두그룹인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도 대표를 교체했다. 지난 5일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 추천위원회는 9개 자회사의 CEO 후보를 발표했다. 신한카드에서는 올해로 임기가 끝나는 문동권 사장이 연임하는 대신 신임 사장으로 박창훈 본부장이 발탁됐다. 부사장을 거치치 않은 본부장급이 바로 사장직에 오른 파격 인사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가 업계 1위임에도 문 사장을 연임시키지 않은 이유로 “그룹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신한카드의 성과 확대가 필수”라며 “카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권 사업자와 격차가 축소됐다. 차별적인 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라고 명시했다.
6일에는 KB금융지주의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가 KB국민카드, KB라이프생명보험, KB데이타시스템의 신임 대표를 추천했다. 앞서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가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위원회는 김재관 KB금융지주 재무 담당 부사장(CFO)을 새 얼굴로 택했다. 김 CFO는 KB국민은행 양주테크노지점장, 기업상품부장,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하위권 탈출 경쟁 치열…순위 변동 주목
하위권(롯데·우리·하나) 카드사 중에서는 하나카드가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했다. 하나금융지주는 12일 그룹임추위를 통해 주요 관계사의 CEO 후보를 발표했다. 이날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직에 오르면서, 하나카드도 새로운 리더를 맞이하게 됐다.
이 사장의 뒤를 이어 하나카드의 방향키를 잡은 이는 성영수 하나은행 부행장이다. 성 부행장은 현재 하나은행 기업그룹장과 하나금융지주 그룹CIB 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다. 이전에는 하나은행에서 경기영업본부장, 외환사업단장, CIB 그룹장을 거쳤다. 성 부행장은 하나은행에서 쌓은 기업 영업·외환 부문 경력을 인정받아 하나카드 신임 사장 후보로 추천됐다. 하나카드가 기업금융(법인카드) 분야와 외환 특화 서비스인 트래블로그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어서다.
발행 서비스 중심인 비씨카드를 제외하고 만년 꼴찌로 꼽히는 하나카드는 순위 상승을 꾀하고 있다. 올해 트래블로그의 성공, 법인카드 사용액 증가 등의 효과로 실적이 크게 성장했다. 하나카드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844억 원으로 전년 동기(1274억 원) 대비 45%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 증가율이 61%(726억 원→1166억 원)를 기록해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중 가장 높았는데,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나카드와 더불어 하위권을 지켜온 우리카드의 대표 연임 여부도 주목된다. 2023년 3월 취임한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우리금융은 아직 자회사 인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우리카드에도 2025년은 중요한 해다. 이용 실적 기준 업계 6위인 우리카드는 지난해(당기순이익 전년 대비 –45%)에 이어 올해 1분기(-37%)까지 역성장을 하다, 이후 성장세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우리카드의 2024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38억 원으로 전년 동기(819억 원) 대비 2.3% 증가했다. 2분기에 51%의 증가율을 기록한 덕이다. 3분기(560억 원) 단일로도 전년 동기(360억 원) 대비 56% 늘었다.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하나카드가 점유율에서 뒤를 바짝 쫓고 있어 안심하긴 어렵다.
우리카드는 박완식 대표 취임 후인 2023년 7월 비씨카드에서 벗어나 독자결제망을 출범하면서 숙원 사업을 달성했다. 본업 경쟁력을 키우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적인 만큼, 2025년에도 독자 가맹점을 늘리고 카드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로선 지난 10월 말 독자 카드 ‘카드의 정석’이 400만 좌를 달성하는 등 순항하고 있어 박 대표 연임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 해 사업을 준비하는 시기에 수장이 바뀌면서 현업 부서가 분주한 상황이다. 카드 업계는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소비 심리가 살아나야 사업이 잘된다”며 “가계에 영향을 미치는 3고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이어지고, 11월 미 대선 이후 변동성이 커져 내년에도 경제가 불안정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적극적인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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