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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기 피해자 두 번 울리는 '변호사 사칭 광고' 주의보

SNS에 유명 변호사 도용해 "돈 돌려받을 수 있다" 광고…불법 리딩방 피해자 다시 구렁텅이로

2024.12.16(Mon) 09:10:43

[비즈한국] 불법 리딩방 등을 통한 금융사기에 이어 최근 금융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금융사기가 속출하고 있다. 변호사와 로펌 등을 사칭해 피해자를 또 피해자로 만드는 방식이다. 금융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이 법률 상담을 알아보는 사례가 늘자 ‘맞춤형’ 사기 유형이 생긴 셈이다.

 

최근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온라인 사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로펌 광고 사기가 급증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텔레그램에서 라인으로

 

로펌 사칭 사기 광고 모습. 사진=페이스북 캡처

 

“모든 돈을 되찾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온라인에 퍼진 ‘가짜’ 로펌의 광고 문구다. 온라인 사기로 돈을 잃은 피해자들에게 돈을 되찾아주겠다는 이들의 광고는 ‘불법 리딩방’ 광고와 유사하다. 가짜 변호사, 로펌을 활용하거나 실제 존재하는 변호사 명의를 도용해 광고를 한다. 피해자가 메시지를 보내면 본인들의 대화방으로 유도한다.

 

비즈한국은 페이스북에 나오는 여러 유형의 로펌 사기 광고 실태를 살펴봤다. 기자는 광고 업체 10곳에 “리딩방 사기를 당했다”며 각각 메시지를 보냈다. 이들은 스스로 변호사가 아닌 상담원이라고 밝혔다.

 

다른 광고였지만, 유형은 동일했다. 먼저, 사기 금액을 물어본 후 경찰 신고 여부를 물었다. 어떤 방식으로 사기를 당했는지도 확인했다. 기자의 답변과 상관없이 “사기를 당했고, 피해 금액이 있다”고 알리면 네이버 라인을 통해 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인터넷 사기를 당했다고 이야기하면 네이버 라인을 통한 변호사 상담을 유도한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이들은 손실 비용을 회수하기 전까지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네이버 라인으로 대화방을 옮긴 후 변호사 신분증을 보내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사진 속의 이 변호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라인 대화방 캡처


이들은 잃은 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변호사비를 청구하지 않는다고도 약속했다. 회수 금액의 20%만 변호사비로 받는다는 조건이다. 이런 사기 광고에 당한 피해자들은 상담 후 도박 사이트 가입을 유도했다고 말한다. 신분증을 보내면 그 후 원금 회복을 약속하면서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피해자 A 씨는 “도박 사이트에 가입한 후 돈을 입금하면 원금을 회복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금융사기 관련 사건을 다수 대리하는 전중혁 법무법인 한원 변호사는 “로펌 광고 사기에 당한 2차 피해자들이 굉장히 많다. 리딩방 사기에 속았던 피해자들이 돈을 되찾아주겠다는 사기에 또 피해를 입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가짜 변호사 내세우거나 유명 변호사 사칭

 

문제는 이런 ‘로펌 광고’가 사기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기 집단은 실제 존재하는 유명 변호사들을 앞세워 광고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가짜 변호사를 만들기도 한다. 광고의 방식이나 멘트도 실제 로펌과 유사하다.

 

기자가 ‘로펌 명의 도용’이 의심되는 광고를 포털사이트에서 보고, 해당 로펌에 확인해보니 실제 로펌에서 하는 광고인 경우도 있었다. 앞서 전중혁 변호사는 ‘사기 로펌 광고’와 실제 로펌 광고 유형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전 변호사는 “많은 로펌에서 상담원을 변호사가 아닌 사람, 사무장 등으로 둔다. 그래서 변호사가 직접 상담하지 않는다고 해도 의뢰인이 의심하지 않는다. 변호사 명의를 빌린 후 사기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로펌 광고 사기 집단과 리딩방 등 금융사기 집단이 동일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미 피해자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정보와 성향을 바탕으로 사기를 벌이기가 용이하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로펌 광고 사기​의 특징은 돈보다 개인정보를 먼저 요구한다는 점이다. 피해자 B 씨는 “처음에는 신분증만 보냈고, 그래서 사기임을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중혁 변호사는 “금융사기 집단에서 보유하고 있는 DB(데이터베이스)에도 등급이 있다. 은행 신용 등급과 같이 도박, 해외 선물 등을 해봤던 사람들의 등급이 높다. 이들이 주요 사기 대상자가 되는 셈인데, 로펌 광고 사기​ 같은 경우 1차적으로 이들의 정보, 즉 DB 구축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광고론 사기 여부 판단 어려워…SNS서 여전히 기승

 

페이스북도 최근 급증하는 로펌 광고 사기를 인지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선을 다해 사기 광고를 막고 있다는 입장이다. 메타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현재 대부분의 사기 광고들이 필터링되고 있다. 노출되는 것들은 1% 수준이다. 이런 광고를 막기 위해 기술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5일 메타는 사칭 광고에 대해 “우리 플랫폼에도 이러한 사칭 계정들이 존재하며 사기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2023년 4분기에만 사칭광고 계정을 포함해 총 6억 9100만 개의 가짜 계정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삭제됐으며, 이들 중 99.2%는 이용자로부터 신고가 접수되기 전 선제적으로 조치가 취해졌다”는 공지를 올렸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변협은 변호사, 로펌 사칭 등에 대해 엄중 조치한다”면서 “변협 회원 변호사는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변호사와 로펌을 사칭하는 사기 광고들은 여전히 기승이다. 사기 집단에 명의가 자주 도용되는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도용 광고가 많다는 건 알고 있다.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다. 도용 당사자여도 마찬가지다. 사기 피해자가 직접 오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는 특별한 조치가 없다”고 토로했다.

 

수사당국은 변호사, 로펌 사기 광고만을 별도로 수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사칭 사기라고 해서 별도로 관리되지 않는다. 해당 사기 피해자가 리딩방 피해자이기도 하므로 리딩방 관련 사기로 통합돼 관리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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