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 양대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두고 맞붙었다. 최근 공사비 인상 문제로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조합과 건설사 마찰이 빗어지는 가운데, 두 회사는 자사 제안 내용에서 공사비 절감과 수익 증대 효과를 부각하는 데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비즈한국이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 제안서 비교표를 입수해 두 회사 제안 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마감된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두 회사는 이날까지 입찰보증금 500억 원과 함께 입찰 제안서를 조합에 내고 수주전을 성사시켰다. 삼성물산이 제시한 단지명은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현대건설이 내세운 단지명은 디에이치 한강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정비사업 시공권을 두고 맞붙은 것은 2007년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는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25년 1월 18일 총회를 열고 시공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외부 평가 지표로는 삼성물산이 현대건설을 앞선다. 올해 국토교통부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평가에서 삼성물산은 평가액 31조 8537억 원으로 1위, 현대건설은 평가액 17조 9436억 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시공능력평가액은 건설사가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공사 능력을 뜻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신용등급(입찰일 기준) 역시 삼성물산이 ‘AA+’로 현대건설 ‘AA-’를 두 단계 앞서고 있다.
한남4구역에 제안한 공사비와 공사 기간은 현대건설이 우위다. 현대건설이 한남4구역에 제안한 총공사비는 1조 4855억 원(3.3㎡당 888만 원)으로 삼성물산 1조 5695억 원(3.3㎡당 938만 원)보다 840억 원(6%)가량 저렴하다. 앞서 한남4구역 조합이 입찰 공고로 제시한 예정 공사비는 1조 5724억 원(3.3㎡당 940만 원)으로 양사 제시안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공사 기간은 현대건설이 49개월로 삼성물산(57개월)을 8개월 앞섰다.
다만 삼성물산의 수익 증대 요소는 있다. 삼성물산은 착공 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을 최대 314억 원까지 자체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이 사업 착공일은 2028년 1월로, 시공자 선정 3년 뒤다. 이밖에도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전체 세대수를 조합 설계 원안보다 29세대 많은 2370세대로 늘리겠다고 제안했다. 삼성물산 측은 3.3㎡당 분양가를 7000만 원으로 가정했을 때 339억 원의 추가 분양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사업비 대여 금리는 현대건설이 앞선다. 현대건설은 입찰보증금을 포함한 조합 사업비 전액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0.1%로 조달한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물산은 입찰보증금 이자를 CD 금리-0.5%로 하되, 전체사업비는 CD 금리+ 0.78%로 조달한다고 했다. 입찰보증금은 삼성물산이 0.6%P 낮지만, 나머지 사업비는 현대건설이 0.68%P 우위인 셈이다. 현대건설은 금리 차이가 1%면 사업비 1조 5000억 원 대여 시 425억 원의 금융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고 추산한다.
분담금 납부나 환급금 지급 시점은 삼성물산이 유리하다. 한남4구역에 제안한 삼성물산 분담금 납부 시점은 입주 후 4년까지이지만, 현대건설은 입주 후 1년까지로 유예 기간이 3년가량 차이가 난다. 두 회사의 분담금 납부는 모두 수요자 금융 조달 기준이다. 환급금의 경우에도 삼성물산이 분양계약 완료 후 30일 내 100%를 지급한다고 제안했지만, 현대건설은 일반분양 계약 시 50%, 중도금 30%, 잔금 10% 비율로 환급금을 지급한다고 했다. 통상 정비사업 일반분양은 조합원 분양을 마친 뒤에 실시한다.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노후·불량건축물을 허물고 지하 7층~지상 22층 규모 아파트 51개 동(2331세대)을 조성하는 정비사업이다. 총공사비는 1조 5724억 원(3.3㎡당 940만 원), 제반 비용을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마친 한남뉴타운 4개 구역 가운데 시공사를 뽑지 않은 유일한 곳으로, 일반분양 물량(800여 세대)이 많아 사업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입지와 상징성을 갖춘 한남4구역만을 위해 최고의 조건을 준비했다. 한남 유일의 래미안 단지가 역내 최고 단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디에이치 한남(한남3구역)에 이어 약 8000세대의 디에이치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고 한남뉴타운을 넘어 한강의 중심이 되는 랜드마크를 완성하겠다”고 전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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