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을 맞았다. 여기에 국내서는 계엄 사태의 여파로 변동성이 커졌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지만 모든 가상자산이 수혜를 입지는 못했다. 발행처나 재단이 불분명한 ‘잡코인’ 얘기가 아니다. 국내 대기업이 나섰거나, 유명 기업인이 이름을 걸고 적극 홍보한 가상자산도 투자자를 울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11월 23일 국내 원화거래소 고팍스는 가상자산 ‘하바(HVH)’를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고팍스는 거래유의 지정 사유를 ‘직전 30일 평균 시가총액이 30억 원 미만으로 30일간 지속된 경우’라고 밝혔다. 하바는 고팍스에서 11월 23일 오후 5시부터 신규 입금이 중단됐다가, 유통량·시가총액 재산정으로 거래유의 사유가 해소돼 지난 6일 오후 3시부터 입금이 재개됐다.
하바 코인은 5개 원화거래소 중 4곳에 상장한 ‘김치(국산) 코인’이다. 코빗·코인원·고팍스는 원화 마켓, 빗썸은 BTC 마켓에서 거래할 수 있다. 하바 프로젝트는 대체불가능토큰(NFT) 등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종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연결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름은 낯설지만 시장서 주목 받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전문가 자문단의 라인업도 화려했다. 하바는 2022년 9월 정경인 전 펄어비스 대표,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전동진 원스토어 대표(전 블리자드코리아 대표), 서용찬 전 위메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자문으로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하바는 2023년 1월 정식 론칭했다. NFT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시기였지만 전망을 인정받아 100억 원대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하바에 투자한 회사로는 넷마블의 블록체인 자회사 마브렉스, 카카오 계열 블록체인 플랫폼인 보라(BORA) 등이 있다.
하지만 청사진과 달리 코인은 힘을 쓰지 못했다. 하바는 2023년 5월 31일 원화 거래소 중 가장 먼저 코인원에 상장했다. 코인원 기준 상장일 종가가 약 68원이었던 하바는 여느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자산)처럼 하락세를 그렸다. 지난 3월 잠깐 반등했지만 낙폭은 더욱 커졌고,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불장이던 11월에도 부진해 현재 6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일 기준 91% 하락한 수준이다. 하바 코인 투자자는 “NFT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투자했지만 손실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위믹스 코인도 국내 유명 기업인이 나섰지만 다수의 투자자가 손실을 본 종목 중 하나다. 위믹스는 장현국 위메이드 부회장이 키운 가상자산으로, 국내 알트코인 중 대표 종목으로 꼽힌다. 위메이드 게임과의 연동으로 활용처가 있었던 데다 장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모으면서, 2021년 말에는 시가총액이 3조 원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위믹스의 유통량 계획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2022년 12월 국내 원화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됐다.
위믹스는 2023년 2월 코인원을 시작으로 그해 말 업비트를 제외한 나머지 원화거래소에 모두 재상장했지만, 이후 1년 간 급격하게 하락했다. 위믹스는 12일 빗썸에서 재상장(2023년 12월 12일)한 지 정확히 1년을 맞았는데,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1540원대에 거래됐다. 재상장일 종가(5315원)와 비교하면 71% 떨어진 가격이다. 최초로 재상장한 코인원에서는 12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1541원으로 재상장일(2293원) 대비 33% 하락했다.
문제는 위메이드가 올해 위믹스 관련 서비스를 잇달아 정리했다는 점이다. 위메이드는 상반기 중 대표작인 ‘미르M’을 포함해 위믹스와 연계된 P2E(Play to Earn) 게임 8종, 토큰 지갑 사업 등을 정리했다. 더불어 장 부회장이 위믹스 유통량을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결과에 따라 위믹스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메이드가 위믹스 생태계와 연동한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 신규 결제 시스템 등을 준비 중으로 반등 가능성이 남았다.
한편 국내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는 11월부터 신규 가상자산을 무더기로 상장하며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모습을 보였다. BTC 마켓에서만 거래되던 코인을 원화 마켓에 추가한 경우도 많았다. 추가된 코인 중에는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은 ‘밈 코인’도 다수 포함됐다. 11월부터 12월 12일까지 업비트에 신규 상장한 종목은 7개로, 마켓에 추가한 종목까지 포함하면 총 23개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빗썸에서 신규 상장하거나 마켓에 추가된 종목은 21개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금융위원회에서도 투자 경고한 가운데, 거래소들이 공격적으로 가상자산을 상장시키면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9일 코인원에서 상장된 가상자산 ‘무브먼트’가 상장일 99만 8500원까지 폭등했다가 하룻만에 최저 862.5원으로 떨어져 무려 99.9%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유동성 부족이 원인으로 꼽히면서 같은 날 상장 예정이었던 업비트와 빗썸은 상장일을 하루 연기하기도 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마다 상장 기준이 제각각이다. 거래지원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상장 시점, 종목 선정은 자율적으로 한다. 신규 상장을 전날이나 당일 공지하기 때문에 가격이 급등락할 수 있다”며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조정에 들어간 만큼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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