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라는 속보가 떴을 때만 해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속보는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순간적으로 ‘오보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잘못 본 건가’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1979년 10·26 사태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이었다. 섬뜩한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이 내려졌고, 계엄사령관에는 육군참모총장 박안수 대장이 임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사이 비트코인은 급락하기 시작했고,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찍기도 했다. 4일 오전 1시쯤 국회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고,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면서 약 6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해제되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던 국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모두가 걱정했던 것은 국내 증시와 경제에 대한 영향이었다. 국내 증시가 쇼크에 빠질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에서도 개장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국 시장은 정상 운영되었다. 다행히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10포인트(1.44%) 떨어진 2464포인트로 마감하며 예상보다는 선방했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은 금융시장을 여전히 흔들고 있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었기 때문이다. 9일,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로 인해 2400선마저 내주었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해제 직후인 4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278억 원, 개인은 706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탄핵 사태로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식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주식시장은 낙폭을 되돌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경우 주식시장은 탄핵 관련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펀더멘털과 대외 여건에 따라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며 “조기 대선 시행은 신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방어적인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음식료, 통신, 서비스 등 방어적 특성을 가진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며 “배당 매력이 높은 종목도 가격이 낮아졌을 때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 정국 예상 시나리오에 따라 금융시장 충격 강도와 자산별 영향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연말까지 금융시장 변동성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주식, 채권, 외환 등 트리플 약세의 추세 전환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대외 불확실성 압력이 높아졌고, 대내 경기 위축과 한은 금리 인하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탄핵 정국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내수 소비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뭘 사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졌다”는 소비자들의 하소연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이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에는 “지금 한국에 가도 되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출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국행이 예정된 사람들에게도 “한국에 와도 괜찮지만, 여의도나 광화문 근처에는 가지 말라”는 공지가 전달되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가 극심한 저평가 상태이고, 정치적 불확실성도 언젠가는 끝나겠지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정국 속에서 빨리 어둠이 걷히고 따뜻한 봄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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