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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대통령 탄핵, '윤석열'이 '박근혜'보다 더 안 좋다

탄핵 난항·내각 총사퇴 위기·독재 가능성 시사…"절차에 맞게 사태 해결해야 경제 신뢰 회복"

2024.12.05(Thu) 18:12:24

[비즈한국] 3일 발생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가 ‘6시간 천하’로 끝나며 일단락됐지만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45년 만의 계엄은 3고(高) 현상, 대내외 환경 악화 등으로 신음하는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됐다. 명분 없는 계엄의 책임을 물어 야권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8년 만에 다시 대통령 탄핵을 마주하게 상황. 전문가들은 8년 전보다 지금 탄핵 국면이 경제에 훨씬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12월 3일 비상 계엄령이 선포된 가운데 국회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2016년보다 불안정성 훨씬 크다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시작부터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짚었다. 당시에는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촛불시위가 꾸준히 일었고, 이후 탄핵 가결-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이어졌다. 반면 이번 윤석열 정권에서는 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먼저 발생한 데다, 탄핵 결정까지 정쟁이 이어질 전망이라 불안정성이 훨씬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6년에는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다가 탄핵안이 가결됐고, 3개월 후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했다. 절차적인 지연은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계엄 사태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생겼는데 탄핵 논의도 쉽게 흘러가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사과하거나 물러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이어지면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가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를 위협했다는 시각도 있다.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정부가 계엄을 시도한 건 독재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내년에도 저성장, 위축된 소비심리, 고물가 등 위태로운 국내 경제 상황이 예견된 가운데 계엄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짚었다. 

 

#컨트롤타워 부재 위기, 누가 국정 이끄나

 

내각에서 총사퇴 움직임이 나오는 것도 박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 2016년 11월 국무총리·경제부총리 교체 등의 개각을 단행했다.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결국 유일호 부총리가 유임하면서 참모진 역할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대통령실 참모진, 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 다수가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면 국정 운영이 중단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이행도 어려워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한 12월 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탄핵 결정이든 개헌이든 시간이 걸리는데, 그사이 내각이 총사퇴하면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된다. 국내 경제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요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결정은 누가 할 것이며 경제 총괄은 누가 담당할 것인가. 박 전 대통령 때와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내각에 남으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장의 혼란은 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내각이 중심이 돼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언급하는 등 직무 수행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증폭될까

 

글로벌 신용평가사 S&P는 4일 비상계엄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면서도 “투자심리 정상화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투자자의 불안감은 증시에 반영됐다. 직격타를 맞은 것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대표 수혜주인 금융주다. 

 

5일 KB금융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로 인해 전일 대비 –10%까지 하락했다. 신한지주도 –5.5%,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3%대를 기록했다. 지난 4일 하나금융지주(-6.7%), 신한지주(-6.6%), KB금융(-5.7%) 모두 주가가 전일 대비 5% 이상 하락한 상태여서 낙폭은 더욱 크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에 해외 자금이 빠져나가는 모습”이라며 “이런 식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한다던 밸류업 프로그램도 무용지물”이라고 전했다. 

 

하준경 교수는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해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향한 의구심을 줄일 수 있다. 국회가 금방 개헌 해제를 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긴 했지만, 외국인 입장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돌발 사태였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해외 투자자의 투심과 신뢰를 찾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2017년 3월 ​무디스,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한국의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 바 있다. 위 소장은 “탄핵 가결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지만, 계엄을 일으킨 지도부가 정권을 유지하면 그 자체로 리스크”라며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인 줄 알았던 한국에 독재 가능성이 있다는 걸 해외에 보여준 사건이다. 향후 한국 신용도가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낮아지는 등의 후폭풍이 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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