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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등 비만치료제 비대면처방 금지, 왜?

오남용 우려로 무분별한 처방 제한…원산협 "모든 비만치료제 적용은 아쉬운 대목"

2024.12.05(Thu) 17:25:46

[비즈한국] 정부가 이달부터 위고비를 포함한 비만치료제의 비대면처방을 제한한다. 정부는 비만치료제의 잘못된 처방과 이로 인한 오남용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2주 계도기간 끝나면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이 공고될 예정이다. 이로써 무분별한 처방을 막을 수 있게 됐지만 일각에서는 비대면진료의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0월 국내에 출시한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사진=한국노보노디스크 제약

 

#위고비 포함 사실상 모든 비만치료제 제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부로 비대면진료 시 비만치료제의 처방을 제한했다. 복지부는 “10월 중순 비만치료제 위고비 출시 이후 대면 및 비대면진료 시 모두 무분별한 처방, 다양한 형태의 불법 유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비만치료제의 처방이 필요한 비만환자에게 적합한 비대면 진료 모형을 마련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신체 기록을 사전에 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주기적인 대면진료를 통해 점검하는 방안 등을 예시로 들었다. 

 

비만치료제는 비만환자가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게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BMI(체질량지수) 등을 바탕으로 처방을 제한한 ‘위고비’ 출시 이후에도 비대면진료 플랫폼 측은 확인 절차 등을 의사에 맡겼고, 일부 의사는 환자에게 키나 몸무게 등을 물어보지 않고 처방을 하는 등 오남용 사례가 계속 나왔다. 이번에 복지부가 비대면처방을 제한한 품목을 살펴보면 위고비(세마글루티드 함유제제) 외에 삭센다(리라글루티드 함유제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함유제제) 등도 포함됐다. 

 

정부 발표 이후 비대면진료 플랫폼들은 서둘러 공지를 올렸다. 닥터나우는 “대면진료로는 비만치료제 처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고, 나만의닥터는 “계도기간에는 비대면처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굿닥은 별도의 안내글을 올리지 않았다. 4일 비대면진료 플랫폼에서 ‘다이어트약’ 카테고리를 들어가니 의사 대부분이 비대면처방이 가능했다. ‘키와 몸무게를 올려달라, BMI 27 미만인 분들은 처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안내를 적어놓은 의사는 많지 않았다. 

 

#미국, 영국은 초진 비대면진료 모두 허용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사실상 모든 종류의 비만치료제 처방을 제한한 것은 아쉽다는 입장을 보였다. 원산협은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 등 오남용 우려 의약품은 이미 처방 제한돼 있으며, 최근 위고비와 관련한 여러 논란은 일부 인플루언서와 언론이 비대면진료 악용 사례를 지나치게 부각하며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실제로 위고비의 비대면 처방 건수는 관련 언론 보도가 잦아든 이후 출시 초기와 비교해 50% 이상 감소하는 등 국민과 의료계가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 자정해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비대면진료의 목적을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비대면진료를 도입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과 영국의 경우 모두 초진 비대면진료 및 의약품 배송이 가능하다. 다만 미국은 ‘초진’ 비대면진료는 올해 말부로 종료될 예정이다. 영국은 실물 약국을 등록한 약사는 일반의약품뿐 아니라 처방의약품의 배송도 허용된다. 비대면처방으로 인한 비만치료제 부작용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와 무관하게 미국에서 한 남성이 위고비의 투약 용량을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최근 국제 학술지 큐리어스에 보고됐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기준 나만의닥터 내 위고비 처방 건수는 출시 직후인 10월 넷째 주(21~28일)와 비교해 11월 둘째 주(4~10일)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닥터나우의 위고비 비대면 처방 건수도 약 53% 줄었다. 닥터나우에 따르면 최근 이용자의 위고비 처방 요청 10건 중 4건 정도가 진료 과정에서 ‘기준 미달’ 등 이유로 처방이 거절됐다. 

 

다수 전문가들은 비만환자의 비대면진료가 허용되더라도 대면진료가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면진료를 하면서 중간에 필요하다면 비대면진료가 복합되는 방안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비만치료는 비만도 측정 이후 생활 습관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보조적으로 약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약만 비대면으로 처방 받는 것은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비대면진료’의 공론화를 예고했다. 과기부 디지털공론장 홈페이지에는 ‘비대면진료의 안정적 시행 공론화(12월~’25년 1월)’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확산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와 정책을 개선하여 적극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는 공고가 게시됐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련 질의가 집중됐던 만큼 정부는 현재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인 ‘비대면진료’ 내 플랫폼에 대한 논의를 집중적으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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