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이 셀러 대상 빠른정산 서비스인 ‘셀러월렛’에 현금 인출 기능을 추가했다. 매출액의 일부를 미리 정산해주는 빠른정산 서비스는 그간 체크카드로만 선정산금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현금 인출이 가능해졌다. 쿠팡은 입점 셀러의 자금 조달 고충을 덜고자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설명하지만, 셀러 사이에서는 정산주기 단축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빠른정산 서비스에 현금 기능 추가
최근 쿠팡이 셀러월렛에 정산채권 팩토링을 도입했다. 하나은행과 쿠팡이 협업한 상품으로 하나은행이 쿠팡 셀러가 보유한 정산채권을 매입해 자금을 미리 지원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쿠팡 셀러는 선정산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빠른정산 서비스인 셀러월렛을 선보였다. 전날까지 구매 확정된 물품의 매출 금액은 90%까지 미리 정산해주는 서비스다. 다만 선정산금을 체크카드(수수료 무료)로만 사용할 수 있어 현금화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셀러 사이에서는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불만도 쏟아졌다.
쿠팡은 지난 8월부터 팩토링 서비스 도입을 준비했다. 쿠팡페이 셀러월렛 서비스의 이용약관을 개정하고, 서비스 도입을 예고했다. 당초 9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도 나왔으나 도입 시기가 다소 늦어졌고, 지난달부터 일부 셀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선정산금을 체크카드로만 사용하는 데 불편함을 느꼈던 셀러 사이에서는 반가운 기색이 엿보인다. 한 셀러는 “셀러월렛 도입 초기에 서비스를 신청해 이용하다가 현금화가 안 되는 것이 불편해 해제한 적이 있다. 다시 현금화가 가능하다면 신청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쿠팡의 빠른정산 서비스가 기존 금융권의 선정산대출 서비스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이커머스 정산 지연 관행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입점 업체는 금융권의 선정산대출 상품을 이용한다. 선정산대출은 셀러들이 매출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일 단위 이자(수수료)를 내는 방식이다. 이커머스 입점 업체의 지난해 선정산대출 규모는 1조 5000억 원을 넘어섰다.
쿠팡의 셀러월렛을 통해 선정산금을 현금화할 때도 선정산대출과 마찬가지로 일 단위 수수료가 부과된다. 수수료율은 일 0.012%(연 4.468%)다. 100만 원을 인출할 경우 한 달에 부과되는 수수료는 3670원이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선정산금으로 수수료 수익을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는데, 이 수수료는 하나은행이 서비스 운영에 따라 받는 수수료다. 업계 관계자는 “선정산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출 심사를 받고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받는 반면 쿠팡 서비스는 그런 게 없다는 차이가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셀러는 수수료 부과에 큰 거부감을 보였다. 한 셀러는 “정산금이라는 건 내가 물건을 판매하고 얻은 수익이다. 쿠팡이 정당하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빨리 받고 싶으면 수수료를 내라니 황당하다”며 “왜 대출받는 것처럼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매자도 “쿠팡은 비정상적인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선정산 서비스로 생색내는 게 아니냐”라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정산주기 단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무료인데…” 쿠팡, 정산주기 단축 의지 있나
쿠팡의 빠른정산 서비스를 경쟁사인 네이버의 빠른정산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20년부터 입점업체 대상으로 빠른정산을 시행해왔다. 네이버페이 빠른정산은 집화처리 다음 날(영업일 기준) 정산 대금의 100%를 지급한다. 이때 별도로 부과되는 수수료는 없다.
네이버에 따르면 2020년 11월부터 시작된 빠른정산 서비스로 선지급된 정산 대금은 지난 7월 기준 누적 40조 원을 넘어섰다. 네이버는 40조 원의 대금과 동일 규모의 정산 대금을 선정산대출로 취급하면 1800억 원의 이자 비용이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거래 건수, 반품률 등 빠른정산 서비스 이용 요건이 다소 엄격한 편이다. 이에 반해 쿠팡은 가입 요건 자체는 네이버와 비교하면 장벽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은 이커머스 업계에서도 정산주기가 상당히 긴 편에 속한다. 쿠팡의 오픈마켓 입점업체 정산주기는 40~50일이다. 쿠팡이 직매입하는 로켓배송은 정산주기가 최대 60일이나 된다. 반면 네이버, 11번가, G마켓, 옥션 등은 구매확정일 기준 1~2영업일 내에 정산을 완료한다. 알리익스프레스도 정산일이 15일 이내다. 오늘의집은 셀러 사이에서 정산주기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최대 20일가량 걸리던 정산주기를 지난 9월부터 구매 확정일 기준 2영업일 이내로 단축했다.
업체에서는 정산금을 장기간 묶어두는 쿠팡의 정산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며 정산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쿠팡 측은 법적인 정산주기를 따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에 따르면 대규모유통업자는 직매입거래의 경우에는 상품수령일부터 60일 이내에 상품 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정산주기 단축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법 규정이 달라지면 개편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단축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커머스 정산주기를 2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지난 10월 발표했다. 다만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1년 유예 후 시행이 예고된 만큼 단기간 내 정산주기 단축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매년 단계적으로 정산기한을 단축한다며 1년간은 정산기한을 구매확정일로부터 40일, 1~2년은 30일, 2년 이후에는 20일로 줄인다고 밝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산주기도 쿠팡이 정교하게 설계한 상품 중 하나여서 쉽게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며 “20일 이내 단축 개정안을 두고도 너무 길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셀러 입장에서는 정산주기가 단축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절대적 판로를 가진 업체들이 갑질을 하는 상황에서 (개정이) 사회적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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