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비상계엄 사태로 밤새 유통업계도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소비자들이 식료품,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면서 편의점, 이커머스 업계 매출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때아닌 매출 상승이 반갑기보단 씁쓸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비상계엄령 해제에도 노년층 불안감 여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10시 23분경 선포한 비상계엄령은 6시간 만에 해제됐다. 밤새 큰 불안에 떨던 시민들도 빠르게 일상생활로 복귀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아직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4일 오전 10시 대형마트 문이 열리길 기다리던 70대 부부는 입장과 동시에 카트를 끌고 생수 판매대로 향했다. 2L 생수 30병을 구매한 이들은 “계엄령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집에 먹을거리를 좀 챙겨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트에서 만난 또 다른 노부부는 라면을 잔뜩 구매하며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미리 사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계엄 상황을 겪어본 노년층은 지난 밤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반면 젊은 세대는 빠르게 일상을 회복했다. 마트를 찾은 대부분의 소비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장을 봤다. 자녀와 함께 마트를 찾은 30대 주부는 “아침에 일어나 밤사이 일어난 일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제 해제됐으니 평소와 다를 것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밤새 편의점을 찾아 비상식량을 구매한 소비자 중에서도 중장년층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어젯밤 편의점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장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50대, 60대로 보이는 고객들의 구매 수요가 특히 높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주택가 편의점 매출 상승, 새벽배송도 정상 운영
비상계엄령 선포 직후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은 비상식량을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향했다. 한 편의점 브랜드의 경우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직후인 3일 밤 11시부터 1시간 동안 통조림, 봉지면 판매량이 전주 동시간대 대비 각각 337.3%, 253.8%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수(141%), 즉석밥(128.6%), 건전지(40.6%), 안전상비의약품(39.5%) 등도 판매량이 늘었다.
한 편의점주는 “계엄령 선포 후 1~2시간 내 라면이나 아이들 간식을 잔뜩 구매하는 손님이 많았다. 당분간 등교가 어려울 것이라며 자녀들과 함께 편의점을 찾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주택가 인근 편의점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유흥가 인근 편의점주 사이에서는 매출이 급락했다는 푸념도 들려온다. 한 편의점주는 “평소보다 매출이 100만 원가량 떨어졌다. 어젯밤에는 사람들이 집에서 뉴스를 보느라 밖으로 나오지 않아서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가운데서도 새벽배송 업계는 밤새 바쁘게 움직였다. 쿠팡, 컬리, SSG, 오아시스 등은 4일 새벽에도 정상적인 배송 시스템을 운영했다. 한 소비자는 “어제 저녁에 주문한 새벽배송이 오늘 아침 도착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급박한 상황에서도 새벽배송 기사님들은 일했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통행금지 조치가 없다 보니 배송 과정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며 “일부 소비자들이 밤새 식품, 생필품 등 추가로 구매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 같은 주문 건은 4일 낮에 배송되기 때문에 추후 배송에도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령으로 편의점, 이커머스가 매출 상승효과를 본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비상계엄령 때문에) 매출이 상승한 것을 반기고 좋아할 수가 없다. 업계 사람들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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