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제47대 미국 대통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가 시장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1기와 동일하게 약가 인하 기조를 바탕으로 바이오시밀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 여기에 중국산 의약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도 공약에 담겨 국내 CDMO(위탁개발생산) 업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의료비 지출 감소를 목표로 하는 만큼 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 사용에 우호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처방약 가격을 낮추고 제약사들이 PBM(처방약 급여관리업체)에 리베이트 지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 입법을 추진했었다. 이번에도 같은 기조가 유지된다면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미 FDA(식품의약품청)에서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많이 받은 국가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3개 제품의 허가가 나면서 우리나라는 총 13개의 허가 제품을 보유하게 됐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24개, 한국 13개, 스위스 6개, 독일 5개, 인도 5개다. 국내 기업 중 삼성바이오에피스가 8개, 셀트리온이 5개 품목을 차지한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인 ‘아젠다 47’에서 관세와 수입 제한을 단계적으로 시행해 모든 필수의약품의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미국 필수의약품의 최대 생산국으로 이부프로펜의 95%, 히드로코르티손의 91%를 생산한다. 트럼프는 2020년 본인이 공포한 행정명령 13944호를 복원할 방침이다. 이 행정명령에는 필수의약품 등을 국내 공급망으로 조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함께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동 발의한 생물보안법이 통과될 것으로 보이면서 국내 CDMO 기업이 중국의 자리를 대체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BGI그룹, 우시바이로직스, 우시앱텍, MGI, 컴플리트지노믹스 등 5개 기업이 우려 기업에 포함됐다. 연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 CDMO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CDMO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선두주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연간 60만 리터 규모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천 송도에 건설 중인 18만 리터 규모의 생산공장은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한다. 완공 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고 규모인 총 78만 4000리터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셀트리온은 지난 10월 CDMO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법인을 설립하고, 내년부터 조 단위를 투자해 18만 리터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주주님께 드리는 글’에서 “생물보안법으로 시장에서는 한국, 일본, 인도 등 산업 경쟁력을 갖춘 우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공급망 다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며 “이 같은 산업 흐름에 발맞춰 CDMO 법인 설립을 연내 완료해 중국 기업에 대한 수요를 확보할 기회로 삼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긍정적인 분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중국산 사용을 제한할 경우 국내 완제의약품 산업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 완제의약품의 자급도는 2022년 기준 70% 정도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발행한 ‘주요국의 제약바이오의약품 산업 공급망 재편 정책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국 생산 의약품 보호 기조가 강화됨에 따라 중국이 원료의약품을 무기화해 수출을 제한하거나, 미국의 탈중국 경향 심화로 중국산 사용을 제한할 경우 중국산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완제의약품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자국 중심’ 위주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됨에 따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트럼프 정부의 요구로 국내 혁신형 제약기업의 신약에 적용하던 약가 우대 조항이 삭제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은 “규제 감소, 법인세 인하 공약이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면서도 “(조항 삭제로) 통상정책에 따라 신약개발 의지 저하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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