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한 롯데면세점의 새 대표로 지주 출신 김동하 전무가 발탁되면서 회사 내부 분위기가 술렁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8월 한 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인원을 감축한 바 있는데, 새 대표 체제에서 추가적인 인력 조정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연임 예상 깨고 새 대표 취임, 직원들 불안감 커져
11월 28일 롯데그룹은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롯데 위기설’이 일파만파 퍼진 가운데,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가 단행됐다. 그룹사 CEO의 36%가 교체됐고, 전체 임원의 22%가 퇴임했다.
호텔롯데에도 칼바람이 불었다. 호텔롯데는 3개 사업부(롯데호텔·면세점·월드) 대표가 모두 교체됐다. 호텔롯데 법인대표 겸 호텔사업부 대표는 롯데지주 출신 정호석 부사장이, 월드사업부는 내부 출신 권오상 전무가 맡는다. 면세사업부는 롯데지주 출신 김동하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대표가 됐다.
특히 면세사업부를 책임지게 된 김동하 대표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김 대표는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직을 맡아 그룹 노무, 생산성 관리 등을 총괄해왔다. 롯데면세점이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김 대표 취임 후 본격적인 쇄신작업이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커진다.
김 대표는 주말인 지난 1일 롯데면세점으로 정식 발령이 났고, 2일 첫 출근을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첫 출근 후 기획본부 보고 등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달 중 조직 개편 등의 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롯데면세점은 6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임원 임금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에도 나섰다. 8월 희망퇴직으로 15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는 호텔롯데의 면세사업부 정규직 직원(910명, 2023년 말 기준)의 17%에 달하는 숫자다.
구조조정 후 내부 분위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대표가 교체되자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 직원은 “희망퇴직으로 직원이 줄면서 매장 운영에도 어려움이 생겼다.적은 인력으로 근무하려니 버겁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일부 매장은 근무 인력이 적어 점심시간에 매장을 비워두고 식사하러 가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추가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새 대표가 지주에서 HR 담당이었던 만큼 면세점 정리에 일조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지난번 희망퇴직 인원이 회사의 목표치에 근사하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전 대표가 연임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는데, 예상과 달리 대표가 교체된 것을 보니 구조조정이 더 강도 높게 진행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우려를 표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추가 구조조정은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인원 조정 계획은 없다. 영업점 면적도 이미 35%가량 축소해 시내 면세점 추가 축소 계획 등도 논의되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해외 사업장 축소, 신규 출점도 원점…내년에도 ‘효율화’ 집중
롯데면세점은 내년에도 사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롯데면세점은 서울 명동의 면세 쇼룸인 나우인명동의 영업 종료를 발표했다. 나우인명동은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10월 선보인 면세 쇼룸이다. 지상 3층, 297㎡(약 90평) 규모로 롯데면세점이 임차해 운영해왔다. 나우인명동은 이달 10일까지 운영 후 영업을 종료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나우인명동의 영업 종료는 전임 대표 때 이미 예정됐던 부분”이라며 “면세점 방문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는데, 단체 관광객 유입이 줄고 경기가 안 좋다 보니 객단가가 낮아져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장 규모를 축소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11월 28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롯데그룹은 그룹 전반에 걸친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해외 부실 면세점의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일본,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 6개국에서 13개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면세점은 2020년에도 실적 부진으로 대만과 태국, 인도네시아 사업장을 정리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해외 사업장 정리 계획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회사가 구조조정 대상이다 보니 해외 부실점포를 정리할 계획도 있어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해외 신규점 오픈을 검토했으나 새 대표 취임으로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한 직원은 “두 달 전쯤부터 하와이에 신규 출점을 검토한다며 TF팀이 꾸려졌다. 하와이에 출점하면 잘될까 하는 우려도 있었는데, 해외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이니 신규 출점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측은 “해외 사업장으로 적합한 곳이 있다면 검토하려는 기조이나 현재 하와이 출점은 검토하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관광객들도 예전만큼 면세점 쇼핑을 선호하지 않는다. 내국인은 온라인 면세점에서 세일 상품 위주로 구매하는 패턴”이라며 “면세점의 수익구조는 계속 안 좋아지고 있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낮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업황이 좋지 않고 뚜렷한 돌파구가 당장 마련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에도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현장에서 고객 서비스 부분이 소홀해지지 않도록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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