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은행이 시장 예상을 깨고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8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 연 3.00%로 결정했다. 한은은 이보다 앞서 지난달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한은이 두 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지난 2008년 10월에서 2009년 2월 이후 약 13년 만이다.
그동안 한은 금통위원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달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가계 부채와 부동산 문제 때문에 한은은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금통위에서 한은이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에는 성장률 전망치 하향과 트럼프 정부의 불확실성이 있다.
한은은 경제 전망을 통해 기존 2.1%로 제시했던 내년 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했고, 내후년 성장률도 내년보다 낮은 1.8%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VIP가 이번에도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으며,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는 단순히 예상을 깬 것을 넘어 의문을 남기기도 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히 경제 전망에 대한 하향 조정이 통화당국이 자신들의 행동 방식을 이처럼 크게 바꿀 만큼 막강한 이유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무려 15년 만에 연속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면, 성장률 전망 하향을 능가하는 이슈나 배경이 이번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금리 인하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 변동성을 관리하는 데 외환보유고가 충분하다"면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액수를 확대하고 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원화 약세 압력을 자극할 수 있지만, 이미 달러 대비 약세 국면이 전개되어 온 상황에서 추가 약세 압력은 제한적"이라며 “달러 흐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한국 증시 부진의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재정‧통화정책 부재가 지속돼 온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는 정책 기대와 경기 회복 기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라고 설명했다.
이번 한은의 결정에는 ‘경기 성장’에 방점이 찍혀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 중요한 부분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환율보다는 경기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라며 “환율은 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다양한 정책 기구가 있지만, 경기 전반을 받침하기 위해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금리 인하의 주요 메시지는 이제부터 한국은행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는 분명하게 ‘성장’이라는 것”이라며 “한은은 금리 인하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전망해 한은이 인식하는 성장에 대한 하방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내년 1분기 추가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립금리까지 인하 여력이 남아있고, 속도 조절을 시사하는 '신중히'라는 단어의 삭제까지 고려하면 내년 1분기 추가 인하가 적절하다"면서도 “내년 1월 금통위 개최일이 16일인 만큼 4분기 성장률 확인이 불가능하고, 트럼프 취임 전인 만큼 2월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을 감안하면 중립금리 상단(2.75%)까지는 빠른 속도의 인하를 시사한 것”이라며 “1분기 중 추가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며, 이후 금리 인하 속도는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증시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단기 변동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오는 6일 미국 고용지표 발표와 19일 FOMC 회의가 예정되어 있고,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사이클을 재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모멘텀이 견고한 가운데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지속되고, 경기 회복이 시작된다면 우려했던 국내 수출과 기업 이익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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