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2월 1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된 네이버 ‘빅멤버십데이’ 행사가 할인 쿠폰 악용 논란으로 행사 막바지에 잡음을 겪었다. 일부 판매 스토어는 플러스 멤버십 가입자 대상 프로모션 쿠폰이 네이버 자부담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이용해 행사 기간에 상품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판매했다. 1만 원대 상품을 30만~40만 원대로 가격을 높인 뒤 쿠폰을 적용해 가격을 낮춘 것.
소비자의 실제 구매가는 판매가의 최대 99%까지 떨어진 반면 판매자는 네이버로부터 쿠폰 3만 원 안팎의 추가 지원금을 받게 돼 오히려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는 이 판매자들에게 정책 위반을 고지하고 2일 낮까지 발송처리 중단 및 주문취소 처리를 요청하는 등 부당 거래 관련 강경 대응을 나섰다.
#‘최대 5만 원’ 네이버 ‘빼먹기’ 가격 꼼수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7일간 진행된 11월 네이버 멤버십 전용 행사 빅멤버십데이에서 판매자들의 할인 혜택 ‘꼼수’ 문제가 부각됐다. 일부 스토어가 구매를 유도하고 네이버로부터 정산 차액을 얻기 위해 판매가를 과도하게 올린 사례가 다수 나왔다. 행사 후반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구매가 몰렸고, 네이버는 주말 동안 상황을 파악해 쿠폰 발급 및 사용 중단 조치를 취했다.
행사 기간에 일부 판매자는 원래 1만 원 안팎에 판매하던 물품의 가격을 40만 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각종 자체 할인을 적용하고 네이버의 10% 할인 쿠폰을 쓰면 소비자가 최종 결제하는 금액은 적게는 몇백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런 사례는 단가가 비교적 낮은 농수산물, 소매품 판매 스토어에서 주로 일어났다. 실제 판매가는 섬초 1kg 500원, 양파 3kg 4200원, 물티슈 10개 500원 등으로 할인율이 매우 높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A 씨(30)는 멤버십 쿠폰을 받아 지난 30일 밤 해산물을 실결제가 4600원에 주문했다. 상품금액은 40만 3000원이었지만 상품할인(즉시할인) 10만 원과 상품추가할인 26만 8100원 등 스토어 자체 할인이 총 26만 8100원 적용됐고 네이버 쿠폰으로 3만 300원이 할인됐다. A 씨는 “토요일 밤 주문한 상품이 일요일 아침 출고돼 오늘(2일) 배송된다고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편법’에 놀란 네이버, 강경 대응 시사
소비자는 할인 혜택을 누렸지만 네이버는 부당 거래 차단에 팔을 걷어붙였다. 네이버는 마케팅 비용을 할애해 판매 스토어에 할인 분을 지원한다. 이번 행사에 앞서 네이버는 판매 스토어들에 “플러스 멤버십 쿠폰 비용은 네이버 100% 부담으로 진행된다”고 안내했다. 편법 사용이 집중된 쿠폰은 단일상품 40만 원 이상 구매 시 최대 5만 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10% 쿠폰이다. 행사 기간에 횟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무제한 쿠폰인 데다 행사 막바지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품 가격, 할인 적용 등 조건에 따라 지원분은 제각각이지만 네이버 자부담으로 기획된 행사인 만큼 10% 쿠폰의 경우 네이버가 판매자에게 지원하는 금액은 최대 5만 원이 될 수 있다. A 씨의 사례에서는 네이버 쿠폰 할인 분은 3만 300원에 해당한다.
극단적인 할인율에 SNS에서는 한때 스토어의 판매 목적이 개인정보 활용에 있다는 등의 설왕설래도 이어졌다. 이에 관련 스토어들은 “개인정보 유출과 전혀 무관하다”며 비방에 대응하겠다는 공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행사 마지막 날인 1일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쿠폰 신규 발급과 사용 중단 조치를 시행했다. 현재 대부분의 판매 스토어는 상품을 내리거나 가격을 기존가로 변경한 상태다. 네이버는 이 판매자들에게 정책 위반을 개별적으로 고지하고 “판매가를 과도하게 변경해 멤버십 쿠폰 적용돼 발생한 주문 건은 발송처리 중단 및 주문취소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오후 1시까지 주문이 취소되지 않은 건은 자동 취소됐고, 자동 취소 실패 건은 정산지급이 보류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일부 판매자들이 판매가와 할인가를 과도하게 조정해 공정한 거래를 방해한 어뷰징 사안으로 엄중하게 본다”며 “행사에 편승한 부당 거래는 약관에 근거해 제재할 계획이고, 주문 및 발송 취소된 구매자에게는 별도의 보상 쿠폰 등이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2일 오후 2시 플러스 멤버십 이용자들에게 “이 같은 사례인 경우 금일 중 자동 취소 처리가 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멤버십데이는 네이버가 쇼핑부터 예약, 여행을 아우르는 멤버십 생태계 구축을 위해 공들이는 정기 이벤트다. 매달 일정 기간 추가 적립, 전용 쿠폰·특가, 무료배송·가입 등 각종 혜택이 적용된다. 이번 행사는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빅멤버십데이로, 10% 특별 쿠폰 외에도 하루 최대 2회 단일상품 20만 원 이상 구매 시 2만 원까지 할인이 가능한 3% 쿠폰 등이 제공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멤버십 로열티를 위해서는 충성 고객에 대한 가성비 쇼핑 기회가 필요하다. ‘데이 마케팅’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셀러(판매자)와 바이어의 신뢰관계가 구축돼야 하는데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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