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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칼날 예전 같지 않네?' 기업 사건 구속영장 줄줄이 기각

손태승·김기유·구영배 등 기각되자 '무리한 청구' 비판

2024.12.02(Mon) 11:15:38

[비즈한국] 지난주 우리은행의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손 전 회장을 구속한 뒤 현 경영진의 개입 의혹까지 확인하겠다는 검찰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손태승 전 회장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최근 검찰의 기업 수사가 무뎌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티메프 미정산 사태 관련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에게 두 차례나 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태광그룹 수사 관련해서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한 차례,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 두 차례 등 영장 청구가 모두 기각됐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이 기업 사건과 관련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잇달아 기각되면서 수사의 칼날이 무뎌졌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걸린 검찰기. 사진=이종현 기자

 

#법원, 기각 사유 통해 검찰 비판?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지난 22일 손태승 전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에게 460억 원의 부당대출을 해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검찰 영장 청구 단계부터 법조계에서는 “대출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부당대출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우려가 나왔고, 실제로 서울남부지법 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범행에 대한 공모관계나 구체적인 가담행위에 관한 검찰의 증명 정도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가 이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앞서 검찰은 우리은행 본점 등을 압수수색하며 현 경영진으로도 수사망을 확대했다. 특히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부당대출 의혹을 보고받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알리지 않고 늑장 보고했다며 현 경영진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재판부가 밝힌 영장 기각 사유가 ‘검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는 것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법조인은 “애초 검찰 수사 단계에서 ‘손 전 회장이 구체적으로 대출을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 검찰의 판단은 대부분 ‘추측’에 그치는 수준”이라며 “영장 청구가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고 털어놨다. 앞서 검찰이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관련자 3명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전 회장의 구체적인 개입’을 확인한 게 아니라, 무리한 대출의 가능성이 있었음을 확인해서라는 설명이다.

 

#구영배도 김기유도 두 차례 모두 기각

 

서울중앙지검 티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도 구영배 큐텐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두 차례나 영장을 청구하며 ‘폰지 사기’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열린 구 대표와 류광진 대표, 류화현 대표 등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재차 영장 기각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후 “다수 피해자가 있는데 법원이 눈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타깝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피해금액이 막대하다는 점만 내세워 무리하게 영장을 두 차례나 청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장전담 재판부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두 차례나 영장이 들어오면 재판장이 달라지지만, 서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의견을 공유하고 이를 넘어서는 혐의나 증거를 찾아오지 않으면 결과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폰지 사기라는 프레임으로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는데 이를 또 들고 법원을 찾는다는 것은 낮은 확률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여경진 부장검사)에서 계열사 부당대출 의혹 관련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에 대해 두 차례나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고, 경찰이 신청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한 차례 기각됐다. 최근 검찰의 기업 수사 칼날이 ‘무뎌졌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영장청구서를 보면 검찰이 명확한 증거를 확보한 것이 아니라 ‘~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의심하는 ‘추정형’으로 담긴 문장들이 적지 않다”며 “변호를 하다보면 피의자들이 모든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증거가 나오면 변호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는데,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무리하게 윗선 신병확보로 가야 한다는 점만 고집하다 보니 핵심 피의자들의 영장 기각이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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