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픈AI가 웹브라우저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까. 현재 전 세계 검색 시장은 구글이 지배하고 있다. 전체 스마트폰의 70% 이상을 구동하는 안드로이드 환경과 크롬 브라우저는 구글의 독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앞으로 경쟁 환경이 급변할 전망이다. 주요 빅테크가 AI(인공지능) 챗봇 기반 자체 검색 엔진을 추진 중이다. 최근 오픈AI는 ‘서치GPT’를 정식 출시한 데에 이어 웹브라우저 개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와중에 구글은 미국에서 검색 분야 독점 판결을 받아 크롬 강제 매각 위기에 처했다. 국내 시장에도 구글의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최대 수준의 투자를 예고하며 AI 검색 대전에 뛰어들었다.
#AI 웹 구상 본격화 나선 오픈AI, 갤럭시에 GPT 이식되나
생성형AI 서비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최근 자사의 AI 기술을 삼성전자 제품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IT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AI 챗봇과 결합한 웹브라우저 개발을 논의 중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의 협업이 언급됐다. ‘구글 검색(Google Search)’을 모바일 기기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둔 삼성전자는 구글과 ‘안드로이드 생태계’라는 비전을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다. 오픈AI의 행보를 두고 구글과의 정면 대결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오픈AI가 최근 애플의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를 연동한 것처럼 삼성전자의 ‘갤럭시 AI’에 자사 기술을 적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오픈AI 웹브라우저가 어떤 형태로 제공될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 시제품 기준으로 미디어, 티켓, 여행, 부동산의 검색 기능이 강화됐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보도와 관련해 구글과 오픈AI, 삼성전자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AI 검색 엔진으로 시장이 이동하는 건 ‘키워드’ 검색에서 ‘대화형’ 검색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다. 대용량 문서 요약, 프레젠테이션, 보고서 등 PC 기반 AI 작업 같은 정공법도 중요하지만, AI가 일상과 더 가까워지려면 모바일은 ‘숙명’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삼성은 애플에 이은 스마트폰 점유율 2위의 제조사이자 웹브라우저 시장 3위를 차지하는 브라우저 ‘삼성 인터넷’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AI 검색 엔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빅테크에게 매력적인 파트너다. 글로벌 브라우저 상위 시장은 PC와 모바일 통합 기준으로는 크롬(65%)-사파리(18%)-엣지(5%) 순이지만, 스마트폰만 놓고 보면 크롬(65%)-사파리(23%)-삼성 인터넷(4%)로 입지가 바뀐다.
오픈AI가 GPT 시리즈로 생성형AI라는 반향을 일으키고 유료 가입자를 늘렸지만, 모바일 제조사와 협력할 때 모바일 환경에서의 서비스 개선 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 단계에서는 온디바이스 AI 전략과 충돌하기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활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모바일 노하우가 필요한 AI 기업은 기기 제조사의 협력으로 좀 더 쉽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검색 엔진으로 전환 시작,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검색 시장이 AI 기반으로 재편되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오픈AI는 10월 31일(현지시각) 검색 엔진 챗GPT 서치를 정식 출시했다. 기존 챗GPT에 통합된 형태로, 검색창 아래 지구본 버튼을 클릭하면 검색이 시작되고 실시간 웹 검색 결과를 바탕으로 하는 출처 링크가 함께 표시된다. 우선 챗GPT 유료 이용자에게 제공되고 수개월 안에 일반 이용자도 활용할 수 있을 예정이다. 서비스 형태는 생성형AI 기반 검색 시장의 문을 연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와 유사하다. 오픈AI 연구원 출신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퍼플렉시티는 GPT-4o 외에도 다양한 AI 모델을 기반으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빅테크 각축전 속 구글의 대항마로 일찌감치 주목받으며 기업가치 80억 달러(약 11조 원)를 목표로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실리콘밸리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구글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 검색 엔진을 만드는 메타의 계획도 최근 가시화되고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 등 메타의 주요 서비스에 탑재된 ‘메타 AI’ 챗봇에 자체 검색 엔진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MS는 지난해 ‘빙’에 오픈AI의 GPT-4를 탑재한 후 글로벌 점유율 10%대에 진입했고 지난달 ‘빙 생성 검색’ 베타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내 검색 엔진 시장은 그나마 국산 ‘방어’가 가능한 시장이었지만 AI 기반으로 시장이 바뀐다면 향후 지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낙관하기 어렵다. 최근 네이버의 점유율이 소폭 감소하는 등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도 AI 몰입에 나섰다.
네이버는 ‘단(DAN) 24’ 컨퍼런스에서 내년 상반기 ‘AI 브리핑’ 서비스 출시를 공식화했다. 통합 검색 기능에 AI 기반 추천 기술을 결합한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다. 개인 취향과 관심사도 접목한다. 자사의 지도, 쇼핑, 여행, 지식인 등 주요 서비스와의 연계돼 수요를 공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향후 6년간 1조 원을 AI 분야에 투입한다.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올해 상반기 AI 전담조직 ‘카나나’를 신설한 이후 AI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양 사는 최근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확보한 자금을 AI 등에 적극 투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구글의 힘이 분산되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빅테크와 국내 기업의 AI 투자액 규모에 큰 차이가 있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며 “생성형 AI가 검색 서비스로 확대되는 만큼 기존 서비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광고 수익, 플랫폼 점유율에도 부정적인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임복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는 “검색 이후의 경험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중요하다. 기업들은 이용자 편의성과 효용성을 고려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도 제미나이를 크롬과 결합하며 방어전에 돌입할 것”이라며 “이후 스텝에서는 보안 문제 때문에 AI 활용에 보수적인 기업들을 잡는 B2B 전략 경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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