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계열사에 무료 프로듀싱? 하이브, 방시혁 '내부거래' 왜 공시 안 할까

하이브, 특수관계자거래 공시 누락 의혹…하이브 "내부거래 아냐" 금감원 "민원 살펴보는 중"

2024.11.27(Wed) 17:36:39

[비즈한국] 최근 하이브의 ‘내부거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3분기 계열사 하이브IM이 어도어로부터 40억 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도어가 뉴진스 IP를 이용해 게임 배틀그라운드 운영사 크래프톤과 협업했는데, 게임 소프트웨어 회사인 하이브IM에서 라이선싱 수익을 가져간 것이다. 어도어의 IP를 활용했는데, 오히려 어도어가 하이브IM에 비용을 지급하면서 내부거래 내역이 불투명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 하이브 총수인 방시혁 의장이 계열사에 제공한 프로듀싱 용역 역시 의문이 제기된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레이블에 프로듀싱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런 내용을 공시 자료에서는 찾을 수 없다.

 

지난 2019년 2월 서울대학교 학위수여식 축사를 하고 있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설립 전부터 방탄소년단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렸다. 사진=비즈한국 DB

 

#방시혁 의장의 프로듀싱, 공시 대상 아니다?

 

하이브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이다. 사익편취 규제는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회사 및 그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회사가 대상이다.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하이브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비중이 93.3%로 가장 높았다.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구조를 하고 있다. 하이브를 모회사로 두고 매니지먼트, 게임개발, 플랫폼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쉽게 볼 수 있지만,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이례적인 ‘멀티 레이블’ 구조다. 레이블 간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목적이지만, 지분으로 따지면 방시혁 의장 1인 체제다. 방시혁 의장은 하이브 주식 31.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이다. 하이브 주요 레이블은 모두 하이브의 종속기업이다.

 

방시혁 의장은 유명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하이브의 총수가 되기 전 그는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렸다. 엔터테인먼트에서 프로듀싱 능력은 아이돌의 성공, 즉 매출과 직결된다. 방 의장은 하이브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프로듀싱을 맡기도 한다. 쏘스뮤직 소속 르세라핌,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소속 앤팀, 하이브 아메리카 소속 캣츠아이 등을 프로듀싱 했다. 특히 르세라핌과 아일릿은 방시혁 의장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방시혁 의장이 하이브나 계열사에서 프로듀서로서 근무하는 건 아니다. 하이브 의장이면서 일부 레이블에 프로듀싱을 제공하는 형태다. 이상한 부분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프로듀싱 제공 내역을 하이브 공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방시혁 의장의 프로듀싱 사실은 하이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려졌지만,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등 공시 자료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원칙적으로 방시혁 의장과 하이브 레이블의 거래는 ‘특수관계자거래’에 해당한다. 회계기준위원회의 기업회계기준서는 특수관계자거래를 ‘대가의 지급 여부와 관계없이 특수관계자간의 자원, 용역 또는 의무의 이전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또 ‘특수관계자거래가 있는 경우, 재무제표에 미치는 특수관계의 잠재적 영향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거래 및 채권·채무 잔액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의 성격도 주석으로 기재한다’고 명시한다.

 

하이브는 방시혁 의장이 레이블에 프로듀싱을 제공할 때마다 개별 용역 계약을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레이블에서 방시혁 의장에게 먼저 프로듀싱을 요청하면 제공한다는 것. 하이브 관계자는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싱 하면 참여지분율만큼 저작권을 받는 형태이기 때문에 특수관계자거래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공시 대상도 아니다”고 밝혔다.

 

즉 방시혁 의장이 레이블에 프로듀싱 용역을 제공하지만, 그 비용을 받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비용을 지불해야만 특수관계자거래가 되는 건 아니다.

 

#금감원 “하이브 관련 민원 살펴보는 중”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보통 기업에서는 없는 일이긴 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계열사 공장에 가서 설계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런데 방시혁이라는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의 프로듀싱, 무형의 자산을 무상으로 수취하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 조건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공시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 보통 특수관계자와 관련한 공시 규정은 모회사, 회장 등이 부당한 이익을 수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이는 그 반대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특수관계자거래는 공시해야 하는 사항이다. 다만 방시혁 의장의 프로듀싱 제공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지는 회계감리 시에 특수관계자거래 여부, 투자자의 투자 판단 영향 등을 따져 판단할 수 있다. 현재 하이브와 관련한 민원이 여럿 있어 살펴보고 있다. 회계감리에 착수한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하니 국감 증언 관련, 국제기관서 하이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재검증 착수
· 국감장으로 번진 하이브 '직원 과로사' 논란 진실게임 점입가경
· 하이브, 대표이사가 설립한 '계열사 누락' 고의일까 실수일까
· [단독] '이번엔 될까' 하이브, 미국 법원에 유튜버 정보공개명령 신청
· 하이브, 민희진과의 갈등 뒤엔 '게임사 따라 하기' 있다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