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육군의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이 백지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헬기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값비싼 헬기가 저가의 드론에 무력하게 격추되면서, 향후 예정된 헬기 사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육군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의 구매 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커지면서 사업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백지화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사업을 보류하기로 하고 다음 달 16일에 열리는 제165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려 최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육군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은 지상군의 공세적 ‘종심기동작전’ 수행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단시간 적진 종심 지역 깊숙이 침투해 요충지 점령과 핵심 부대 격멸 등 전략·전술 작전을 수행하는 ‘대형공격헬기’를 국외 구매로 추가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방사청은 지난 2022년 11월 제 147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추진기본전략 수정안 및 구매계획안’을 심의·의결한 바 있다. 사업기간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로 정했으며 대형공격헬기 36대, 총사업비 3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현재 육군은 36대의 아파치 헬기를 이미 보유중이다. 지난 2012~2021년 실시된 1차 사업을 통해 당시 약 1조 9000억 원을 들여 AH-64E 아파치 가디언 36대를 도입해 전력화를 완료했다.
지난 1차 대형공격헬기 사업처럼 미국 보잉의 ‘AH-64E 아파치’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최근 미국 무기 수입 가격이 급등했다는 점이다. 방사청은 2차 사업 예산으로 3조 3000억 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가 최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한국에 4조 6655억 원 규모의 아파치 공격 헬기(AH-64E) 및 관련 물품에 대한 판매를 승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예산을 이미 1조 3000억 원 초과했다. 아파치 1차 도입 비용 1조 9000억 원 보다 2조 8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헬기 무용론’이 나오면서 국내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군의 공격헬기가 최신 생존장비를 탑재했음에도 1000만 원 안팎의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사례가 빈번했다. 러시아군 공격 헬기 Mi-28이 우크라이나의 자폭용 드론 공격을 받고 추락하는 영상도 공개되기도 했다. 공격 헬기가 실전에서 드론에 당한 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개전 이래 러시아군은 300대 이상의 헬기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흐름에 세계적으로도 헬기 사업들이 속속 취소되고 있다. 미국은 차세대 공격정찰헬기 사업, 일본 자위대도 추가 도입을 취소했다. 호주에서도 아파치 헬기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형특수작전 헬기사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이 준비하고 있는 UH-60 성능개량 사업에도 경고등이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KAI가 양산 준비 중인 소형무장헬기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군 일각에서도 공격헬기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군 관계자는 “헬기 가격과 운용 유지 비용이 점점 비싸지고 있다. 이 예산으로 헬기를 구입하는 게 의문이다. 헬기의 효과성과 가격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차라리 값싼 무인기 성능을 개량해 우리군의 전투력을 훨씬 높이는게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헬기 생존성 보장을 위해 유무인 복합체계 적용을 빠르게 준비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석 한국국방 안보포럼 위원은 “드론은 고중량 무장을 탑재할 수 있다. 다만 기동 시간이 부족한 것이 흠이지만 가성비가 좋다. 헬기와 드론을 조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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