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세계가 최근 서울 북촌한옥마을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까사 등 자회사를 통해 북촌에서 마케팅 활동을 이어왔다. 인근에서는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이 구옥을 매입해 체험판 매장을 꾸미고 방문객 유치에 성공했는데, 신세계 역시 북촌에 거점을 세우고 회사와 자회사 제품 마케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 측은 “활용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업계와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에 있는 건물 두 동과 1190㎡(360평) 규모 부지를 415억 원에 매입했다. 매도자는 특수지 제조사인 삼화제지 김택성 대표다. 이번에 거래된 건물은 1층(연면적 119㎡) 규모인 한옥 주택과 2층(494㎡) 규모인 양옥 근린생활시설이다. 당초 두 건물 용도는 모두 주택이었지만, 매입 직전인 지난 9월 양옥 용도가 근린생활시설로 바뀌었다. 현재 두 건물은 공실 상태다.
신세계가 부동산을 매입한 북촌한옥마을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일대 한옥 밀집 지역이다. 조선시대 양반 주거지로 명맥을 이어오다 1930년대 서울 행정구역 확대로 도시 인구가 유입되면서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중소 규모 한옥을 집단으로 건설했다. 현재 이곳에 보존된 한옥은 900여 채에 달한다. 종로구는 북촌한옥마을을 찾는 방문객을 연간 664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세계는 그간 자회사를 통해 북촌한옥마을에서 마케팅 활동을 이어왔다. 신세계 패션·뷰티 자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0월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한 한옥 호텔에서 자사 화장품 브랜드 ‘연작’ 체험관을 운영했다. 신세계 가구·인테리어 자회사인 신세계까사는 2022년 북촌한옥마을에 자사 프리미엄 가구를 배치한 커뮤니티 라운지 ‘더 리빙룸’을 열었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신세계가 북촌에서 직접 마케팅에 뛰어든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활용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만 말했다.
유통기업이 북촌한옥마을 부동산을 매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북촌한옥마을 한옥과 양옥을 매입해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와 ‘오설록’의 체험판매장으로 꾸몄다. 이후 2020년 9월에 이어 지난해 6월까지 인접 부동산을 추가로 사들이며 그 규모를 넓혔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북촌 설화수 체험판매장 방문객은 1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 공간과 제품을 연결한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북촌한옥마을 마케팅에는 오너의 영향도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앞선 북촌 체험판매장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가회동 두 집’에서 “한옥 한 채를 사서 잘 복원해 보고 싶었다. 설화수가 우리 전통을 현대화하는 일을 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텐데 이 원칙을 공간에서도 구현해 보고 싶었다”며 “두 집을 잘 복원하면 서울 역사의 한 부분이 되겠다 싶었다”고 밝혔다.
북촌한옥마을은 우리나라 전통 부촌으로도 꼽힌다. 신세계가 매입한 주택 일대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이희상 전 동아원그룹 회장 등 재벌가가 주택을 보유하거나 보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북촌한옥마을은 도심 속에서 우리나라 전통 주거 문화를 간직한 몇 안 되는 지역으로 외국인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최근 북촌에 회사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플래그십스토어(체험판매장)와 팝업스토어(반짝 매장)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한국적인 이미지나 한류 열풍을 이어가는 데 북촌한옥마을만큼 매력적인 공간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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