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의료취약지역 내 보건소와 보건지소는 의정 갈등 이후 공보의의 대형병원 차출 등으로 의료공백이 더욱 심각해졌다. 올해 현역 입대를 선택한 의대생이 전년 대비 6.5배 늘어나 공보의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에선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이 내년도 군의관 혹은 공보의로 복무하게 되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공중보건의사 보건(지)소 배치 현황’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 138곳의 공보의 배치 대상 보건소 가운데 9곳에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았다. 보건지소의 경우 1223곳 가운데 45.6%인 558곳에 공보의가 없다. 이는 전년 27.6%(1220곳 가운데 337곳) 대비 18.0%포인트 늘어난 규모다.
공보의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전과 비교해 의과 공보의 숫자는 979명 감소했다. 선호도가 떨어지는 원인으로 일반병 대비 두 배가량 긴 복무기간(38개월) 등이 지목되면서 정부부처와 국회 등에서 이를 단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지만 진전은 없었다. 정부는 최소한의 진료 유지를 위해 공보의 한 명이 여러 곳을 돌아가며 진료를 보는 ‘순회 진료’,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비대면진료 허용’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공보의들이 대형병원 등으로 차출되면서 현장에서는 공보의를 보기 더욱 어려워졌다고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사직 이후 입영 대상자가 된 전공의들이 이러한 의료공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전공의 수련기관에서 퇴직한 의무사관후보생은 3480명으로, 연간 1000여 명인 평시 대비 3배가량 많다. 현행 병역법상 수련을 중단한 전공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입대해야 하는데, 일반병으로는 입대가 불가능하다. 이에 병무청은 실제 입영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사직 전공의들에게 희망 입영 시기를 묻는 입영 관련 안내문을 보낸 상황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병무청은 “귀하는 현재 수련병원에서 퇴직한 것으로 확인돼 ‘병역법 시행령’ 제120조에 따라 의무사관후보생 입영대상자이다. 2025년의 경우 예년의 입영 규모를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실제 입영까지 1년에서 4년까지 대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2025년, 2026년, 2027년 이후 가운데 희망 입영 시기가 언제인지 등을 물었다. 이 조사는 지난 18일 시작해 29일까지 진행된다. 문자와 우편물을 받은 사직 전공의들은 이 기간 안에 회신해야 한다.
일부 전공의는 군이 아닌 수련병원 복귀를 선택하려고 한다. 하지만 수련 규정상 중간에 이탈한 인력은 1년 이내 동일 과목 동일 연차 복귀가 불가하다.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이 지난 6월께 철회됐기에 정부가 다시 한번 특례를 부여하지 않는 이상 3월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여전히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재검토’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기에 정부가 이번에도 전공의들을 배려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성환 대한공보의협의회 회장은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입영 인원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공보의 부족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력이 과잉 배치된 곳들도 보완이 필요하다. 주변에 민간 의료원을 비롯한 의료 인프라가 충분한 곳은 공보의가 필요하지 않지만, 효율화가 안 되다 보니 하루에 환자를 한 명도 보지 않는 보건지소에 의사가 계속 배치되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내년에 들어온 인력을 활용하면 지역 의료를 더욱 촘촘하게 메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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