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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부족하면 합친다" 서울에 부는 통합재건축 바람

대단지 '규모의 경제'로 비용 절감 기대…단지별 이해관계 조율이 관건

2024.11.22(Fri) 11:14:37

[비즈한국]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개포 경남, 우성 3차, ​현대 1차(경우현) 아파트가 세 단지를 통합해 정비하는 통합재건축과 관련해 설명회를 연다. 이 단지는 2018년 11월 통합재건축에 합의한 이후 현재까지 단지별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해 정비사업 첫 단추인 정비구역 지정까지 나가지 못했다. 노후 재건축단지들이 인접 단지를 통합하는 재건축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즈한국이 서울 시내 통합재건축 추이를 살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개포 경남(사진), 우성 3차, ​현대 1차 아파트가 세 단지를 통합해 정비하는 통합재건축 설명회를 연다. 사진=차형조 기자

 

#통합재건축 추진 6년 차, 경우현 설명회 개최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남, 우성 3차, 현대 1차(경우현) 신속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오는 23일 통합재건축과 관련한 긴급 설명회를 연다. 이 설명회에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 경남, 신반포 23차, 우정에쉐르 1·2차 등 5개 단지를 통합한 원베일리 한형기 전 부조합장(전 아크로리버파크 조합장)과 각 단지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우현은 1984년 나란히 준공된 개포동 최초 민영아파트다. 개별 단지는 경남 678세대, 우성 3차 405세대, 현대 1차 416세대로 작지만, 세 단지를 합하면 전체 세대가 1499세대에 달한다. 경우현 아파트 주민들은 2018년 11월 3개 단지 통합재건축에 합의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추정분담금을 두고 분쟁이 일면서 정비구역 지정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경우현 신속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은 “6년간 사업이 지지부진하고 추정분담금 공개 이후 심각한 내분으로 중단 위기에 처한 경우현 통합재건축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단지 사업성 높여” 서울 통합재건축 물살

 

통합재건축은 여러 주택 단지를 하나로 묶어 정비하는 재건축 방식을 말한다. 개별 단지를 재건축할 때보다 생산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다. 재건축 과정에서는 자재값이나 장비대여료, 인건비 등 공사비가 대량 발주로 저렴해지고, 준공 이후에는 보다 많은 세대가 단지 내 시설 및 서비스 비용을 분담해 관리비가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최근 통합재건축 성공 단지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 18차와 24차를 통합한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475세대)는 2019년 6월 통합재건축 단지로는 처음 준공됐다. 이어 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 경남, 신반포 23차, 우정에쉐르 1·2차 등 5개 단지를 통합한 래미안 원베일리(2990세대)가 지난해 8월 준공되면서 통합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 단지는 지난 9월 전용면적 84㎡가 60억 원에 거래되며 ‘국민평형’ 최고가를 경신했다.

 

통합재건축 단지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각기 다른 조합을 꾸려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던 서울 강남구 대치우성 1차·쌍용 2차아파트는 지난해 9월 통합재건축에 합의해 지난 10월 총 1332세대 규모 통합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을 내놨다. 래미안 원베일리 인근인 신반포 한신 8·9·10·11·17차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을 통합재건축한 메이플자이는 총 3307세대 규모로 내년 6월 준공을 앞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지를 통합해 재건축하면 규모의 경제로 공사비가 적게 든다. 사선 제한 등 제약 조건이 사라져 건물을 더 지을 수 있고, 개별 단지에서 필요한 지하 주차장 옹벽이나 흙막이도 일부는 필요 없게 된다. 넓어진 단지에서는 설계나 조경, 커뮤니티 시설 규모와 형태를 다변화할 수 있다. 한마디로 사업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지, 용적률 차이’ 관건은 단지별 이해관계 조율 

 

통합재건축의 관건은 단지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이다. 단지마다 재건축 사업성을 결정하는 입지와 용적률 등이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통합한 단지들이 재건축 비용과 이익을 산술적으로 나누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앞서 메이플자이 남측에서 통합을 시도한 신반포 20차와 한신타운, 서울 영등포구에서 통합을 추진한 목화, 삼부는 이런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갈라섰다. 경우현의 경우 경남 1·2차 용적률이 각각 158%와 203%로 차이를 보인다.

 

독립정산제는 단지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하나의 사업시행구역에 있는 건물들이 개발 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정산하는 재건축 방식을 말한다. 독립채산제나 별산제로도 불린다. 통상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해관계가 다른 상가가 조합 내부 협의회를 꾸려 아파트와 분리해 비용과 이익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는데, 최근에는 원베일리 등 통합재건축 단지에서도 이해관계 차이에 따른 분쟁을 막고자 단지별 독립정산제를 도입했다.

 

제자리재건축도 단지별 이해관계를 좁히는 방법 중 하나다. 재건축 이후 기존 개별 단지들이 위치했던 자리에 그대로 입주하는 방식이다. 통상 한강변이나 역세권 등 주민들이 선호하는 위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재건축 과정에서 갈등을 줄이고자 제자리재건축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통합재건축에 성공한 래미안 리오센트와 원베일리도 큰 틀에서 제자리재건축 방식을 썼다. 경우현은 경남이 북측에 위치한 지하철 3호선, 수인분당선 도곡역과 가깝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통합재건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별 단지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이익 배분이 어려울 수 있는데, 특정 단지가 양보하지 않으면 통합이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대단지 프리미엄과 공사비 절감 효과가 개별 단지에서 발현되리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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