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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구조조정 안 한다"는데 직원들은 한숨, 왜?

10년간 직원 수 26% 감소 "10명 할 일을 2명이 한다" 호소…홈플 "자연 퇴사자 많아, 신규 채용 적극"

2024.11.21(Thu) 17:14:16

[비즈한국] 홈플러스 직원들 사이에서 갈수록 열악해지는 근무환경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직원들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자금 회수만을 목표로 하다 보니 인력 충원이나 근무환경 개선 등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홈플러스 직원수는 2015년 2만 6477명에서 올해 1만 9465명으로 약 7000명 감소했다. 사진=최준필 기자


#“신규 채용해도 금방 퇴사”

 

30대 중반 홈플러스에 입사해 20년 넘게 근무한 A 씨는 최근 들어 일이 부쩍 힘에 부친다고 푸념했다. 그는 “홈플러스는 매장 직원들의 평균 연령대가 50대로 높은 편이다 보니 매년 정년퇴직해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려면 신규 채용을 해야 하는데, 회사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적은 인원으로 매장 운영을 하려니 직원들의 업무 과중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이다. 예전에는 10명이 했던 일을 지금은 2명이 해야 한다. 그래서 5년 전부터 퇴사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유통업계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면세점, 이커머스 등 유통업계 전반이 생존 경쟁을 위해 인력 감축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도 홈플러스는 줄곧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폐점이 가속화되면서 직원들의 실업 문제가 제기되자, 홈플러스 측은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강제적인 인력 감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회사가 인위적 구조조정이 없다는 말 뒤에 숨어 직원들이 제 발로 나가길 기다리는 모양새란 지적이 이어진다. 일부 직원들은 회사가 인력 충원을 하지 않으면서 업무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직원들이 퇴사하도록 방치한다고 주장한다. 한 직원은 “경쟁사와 비교하면 점포당 평균 근무 인력이 15~20명가량 적다. 직원 한 명이 해야 하는 업무량이 상당하다는 것”이라며 “고강도 노동이 이어지다 보니 퇴사자가 속출한다”고 말했다.

 

실제 홈플러스의 직원 수는 최근 10년간 크게 줄었다. 홈플러스 임직원 수(국민연금 가입자 수 기준)는 2015년 2만 6477명에서 2024년 1만 9465명(9월 기준)으로 26.5%가량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임직원 수(공시자료 기준)는 2만 7424명에서 2024년 2만 2121명(6월 기준)으로 19.3% 줄었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적은 인원으로 매장 운영을 하려고 회사는 2020년부터 ‘통합부서’ 제도를 새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기존에 계산, 식품 진열, 물류 배치 등 직원별로 고정 업무가 정해져 있었는데 이를 통합해버린 것”이라며 “예전에는 계산대 근무만 했던 직원이 이제는 계산을 하다가도 물건을 채우러 가야 하는 등 업무 부담이 커졌다.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회사 측에 통합부서 해체를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매년 신규 채용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직원들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노조 관계자는 “저임금에 고강도 노동을 해야 하는 환경이다 보니 1000명을 채용하면 700명은 금방 퇴사한다. 남는 인원은 30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2000명이 그만둔 자리를 300명이 채우는 수준이니 채용이 제대로 이뤄진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매년 1000명 이상을 신규 고용하고 있다. 퇴사 인원은 신규 채용된 인원보다 정년 등으로 자연 퇴직하는 직원들이 더 많다”며 “홈플러스는 마트 3사 중 퇴직률(2020년 기준 8%)이 가장 낮다”고 반박했다.

 

홈플러스 직원들은 인력 충원 및 매장 보수, 근무환경 개선 등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사진=박해나 기자

 

#익스프레스 매각 지지부진, 재투자 이뤄질까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에만 집중하다 보니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홈플러스 점포에서 근무하는 B 씨는 “이커머스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데, 관련 직원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택배 차량이 오가다 보니 점포의 온라인 상품 분류장은 야외와 다름없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엔 춥지만 에어컨이나 난방 시설이 없다. 그런 곳에서 직원들이 상품 분류작업을 해야 한다. 겨울 추위를 대비해 난방 시설을 해준다더니 비닐 하나를 설치해준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 측은 “직원들을 위한 냉난방 장치 지원에 힘쓰고 있다. 최근 온라인 배송기사 대상으로 한랭 질환 예방키트도 지급했다. 일부 점포의 경우 공간 특성상 냉난방 장치 지원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이동식 장비나 개인 장비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익스프레스(기업형 슈퍼마켓) 매각에 나서면서 매각 대금을 홈플러스에 전액 재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2015년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1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개선된 부분이 얼마나 있나. 지방 점포들은 노후화가 심해 건물 외벽이 변색됐고, 천장에서 물이 새는 곳도 많다”며 “일부 점포를 리뉴얼했다고 하지만 그 비용은 신규 투자금이 아니라 홈플러스가 벌어들인 금액을 재투자한 것이다. 회사는 익스프레스 매각 대금을 대형마트에 투자하겠다는데, 그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6월부터 SSM 사업 부문인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 중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점포 수가 300여 개이며, 기대 매각가는 8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5개월째 원매자를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던 GS리테일도 최근 인수 검토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측은 “매각 발표가 일찍 나오다 보니 진행이 더디다고 느껴지는 듯하다. 현재 문제없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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