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건설이 올해 상반기 준공해 운영 중인 국내 최초 민간투자형 바이오가스화 시설이 기준치를 상회하는 악취로 조업 정지 위기에 놓였다. 이 시설은 경기 시흥시에서 발생한 하수 찌꺼기와 음식물 쓰레기, 분뇨를 처리해 바이오가스를 만드는데, 현장에서는 준공 이후 기준치 2배~13배에 달하는 악취가 측정됐다. 현대건설 측은 “시설 개선 공사를 조속히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준공해 운영하는 경기 시흥시 정왕동 시흥클린에너지센터는 지난 10월 31일 악취 배출 허용 기준 초과로 시흥시로부터 두 번째 개선 명령을 받았다. 현장 측정 결과 악취 배출구에서 기준치를 2.8배(희석배수 1442배) 초과하는 악취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 명령 조치 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 석 달이다. 시흥시는 지난 7월 이 시설의 현장 악취가 기준치를 13.4배가량 초과하자 8월에 개선 명령을 했는데, 이후 악취가 정상치로 개선되지 않았다.
시흥클린에너지센터는 현대건설이 시공한 국내 최초 ‘민간투자형 바이오가스화 시설’이다. 현대건설이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사업을 제안해 지난 6월 말 준공했다. 현재 시흥시에서 나온 하수 찌꺼기와 음식물 쓰레기, 분뇨를 처리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시공자인 현대건설은 지분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향후 20년간 운영을 맡았다. 여기서 하루에 처리 가능한 폐기물은 하수 찌꺼기 540㎥, 음식물 쓰레기 145㎥, 분뇨 60㎥다.
인근 시민들은 악취 피해를 호소한다. 인근 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생선 비린내부터 인분 냄새, 가죽 썩는 냄새까지 온갖 구린 냄새가 난다. 종일 이런 냄새가 풍기니 이제 만성이 된 것 같다”며 “지금 보이는 주변 나무들은 여름부터 단풍이 들었는데 몸에 안 좋은 가스가 나오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로 건너편 공단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도 “회사로 출근하려면 옆을 지나치게 되는데 유독 냄새가 심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악취배출시설의 악취가 반복해서 기준치를 넘어서면 조업이 중단될 수 있다. 악취방지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관내 악취배출시설에서 배출되는 악취가 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1년 이내 조치 기간을 정해 개선을 명할 수 있다. 개선 명령을 받은 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악취가 최근 2년 내 배출 허용 기준을 반복해 초과하는 경우에는 개선 완료 시점까지 시설 전부나 일부에 대한 조업 정지를 명할 수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시흥클린에너지센터 악취를 측정한 결과 기준치를 상회하는 악취가 배출되는 사실이 확인돼 현재 두 차례 개선 명령을 했다. 이번 조치 기간 이후에도 악취가 기준치 이상을 상회하면 관련 법령에 따라 개선 시까지 조업 정지를 명할 계획”이라며 “악취방지설비 설치나 관리 기준을 위반한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악취가 기준치를 계속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집진기를 추가 설치 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 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악취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현대건설이 주 시공사로 나선 광주광역시 제2음식물자원화시설에서는 2013년 6월 준공 이후 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악취가 발생해 2016년 6월 개선공사 완료까지 3년간 시민 불편을 야기했다. 당시 광주환경공단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 현장 악취를 개선하고자 신규 소각탈취로를 설치하고, 세정탑을 개보수했다.
국제적 망신 사례도 있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콜롬비아 메데인시(市)에서 시공한 하수처리장 악취 문제로 제기된 집단소송으로 2021년 8월 은행 계좌가 동결되는 수모를 했다. 당시 콜롬비아 법원은 하수처리장 집단소송 재판에서 “베요 하수처리장 건설과 관련된 벨로 시장실과 9개 기관에 대해 3000만 페소에 달하는 메데인시 공공사업청(EPM)의 은행 계좌를 압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장에 악취 방지 설비는 설치가 됐지만 가동 시스템상 처리가 집중되는 기간에 악취가 기존보다 많이 배출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준치를 초과하는 악취가 확인돼 개선을 위한 시설 개선 공사를 조속히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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