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조 원대’ 불법 다단계로 알려진 휴스템코리아 영농조합법인의 파산이 결정됐다. 휴스템코리아는 농·축·수산물 판매·유통 사업을 내걸었으나, 실제로는 다단계 방식으로 금전 거래를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대표 등 일당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됐고, 최근 사기·유사수신 혐의로 송치된 상태다. 실제 피해액은 1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피해자 구제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11월 8일 서울회생법원 제13부(재판장 이여진)는 휴스템코리아 영농조합법인의 파산을 선고했다. 채권 신고 기간은 2025년 1월 17일까지이며, 채권자 집회는 2월 11일 열린다. 법원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채권자로서 자격이 있다고 봤다. 또한 영업을 중단한 휴스템코리아가 형사고소 피해금까지 갚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파산을 결정했다.
휴스템코리아는 ‘친환경 농·축·수산물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라며 영농조합을 표방했지만, 실제 사업은 ‘캐시’ 위주로 운영했다. 휴스템코리아는 제휴 가맹점에서 쓸 수 있는 디지털 자산(캐시)을 내세워 1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끌어모았다. 가입비를 넣으면 디지털 자산을 투자금의 2.6배로 돌려주고, 매일 0.2%의 수익을 제공한다고 홍보하면서다.
이 같은 구조가 ‘폰지사기’라는 의혹을 받으면서 휴스템코리아는 고발됐다. 조사 결과 1조 2000억 원이 넘는 가입비를 선수금으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액수는 2023년 2월 기준 금액인 데다, 이상은 휴스템코리아 대표가 조사 과정에서 선수금이 3조 원이 넘는다고 언급한 점으로 미뤄 최종 피해액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휴스템코리아가 사실상 금전거래만 했다고 보고 이 대표와 판매책을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방문판매법은 다단계 판매조직의 재화 없는 금전 거래를 금지한다. 결국 8월 1심에서 이상은 대표는 방문판매법상 최고형인 징역 7년에 벌금 10억 원을 선고 받았다. 휴스템코리아 법인에도 벌금 1억 원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디지털 자산 보상플랜은 지속가능성이 없는 허황한 구조”라며 “금전적 부담과 위험은 신규 회원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선수금 돌려막기’ 거래다. 조직적 금전거래가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고, 공소 금액만으로 다단계 사건에서 유례 없는 수준으로 엄벌이 필요하다”라고 판시했다. 이 대표와 모집책 등 일당은 10월 31일 사기·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휴스템코리아는 자본 잠식 상태로 피해금을 모두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2년 매출은 93억 원이지만 당기순손실은 1724억 원에 달한다. 회사는 이 대표가 재판 중이던 지난 2월 법원에 회생 신청을 했지만 서류 미비 등으로 기각됐다. 결국 4월 일부 회원이 파산을 신청했고, 회생법원이 11월 8일 파산을 결정하면서 절차가 개시됐다.
파산을 신청한 피해자들은 사실상 보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파산 신청자를 대표하는 A 씨는 “신청을 앞두고 피해자 사이에서 의견이 많이 나뉘었다.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며 “회사의 재무 상황을 보니 구청 등에 갚을 빚이 많았다. 은닉 자산을 찾아 피해금의 10%라도 받고자 했지만 그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몰수 보전한 자산 4400억 원 중 남는 건 1900억 원대로 추산되는데, 피해 규모는 1조 원이 넘지 않나.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라며 “약 6만 명 회원이 손실을 봤는데, 파산 신청뿐 아니라 형사 고소에 나선 이들까지 감안하면 더 많이 나눠야 한다.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시간이 오래 걸려도 조금이나마 피해금을 찾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방문판매 분야 전문 변호사 또한 “불법 다단계 업체가 자산을 남겨둘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파산 신청으로 변제 받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며 “그나마 형사 소송에서 장기 실형을 받은 업자가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돈을 돌려주는 경우는 있다. 그래서 유사수신 사건에서는 형사 고소가 중요하다”라고 짚었다.
A 씨 등에 따르면 노인 투자자가 많은 점이 피해를 더욱 키웠다. 휴스템코리아가 처음엔 농·축·수산물 판매를 내걸었다가 이후 자체 결제 수단인 ‘시더스 페이’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을 늘리며 투자자를 안심시켰고, 사업 후반엔 농·축·수산물과 상관없는 요양병원, 상조회사 사업까지 들고 나왔다는 것.
A 씨는 “노인 피해자 중엔 자녀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려고 투자했거나, 논란이 있어도 시간문제라고 믿는 분들이 많았다. 앱을 쓸 줄 모르니 투자금만 넣고 운용은 판매책에게 다 맡기는 분도 있었다. 사기 의혹이 나오는 동안에도 피해가 이어진 이유”라며 “현실적으로 보상이 어려우니 지금은 일당이 죗값을 치르길 바랄 뿐이다. 형량을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사기 피해자의 금전적 구제가 쉽지 않은 만큼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에서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주연 한국사기예방국민회 대표는 “반복적으로 사기 당하는 피해자는 대부분 노인이다. 빚을 갚으려다 또 다른 사기에 넘어간다. 사기꾼이 가난한 사람의 절박함을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투자·금융사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처벌이 약해서다. 사기 피해자는 인생이 망가지지만 사기꾼의 형량은 길어야 5년, 10년이다. 사기 범죄 예방과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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