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감독원에서 자료를 넘기면서 시작된 수사인데,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까지는 소환 조사가 안 됐다. 대출이 회수되지 않은 부분이 ‘배임’이라는 걸 얼마만큼 입증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손태승 전 회장까지 연결된 걸 입증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사건이다.” (법조계 관계자)
지난달 31일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성 아무개 우리은행 전 부행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손태승 전 회장의 처남 A 씨와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350억 원의 부당 대출이 이뤄졌다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서 비롯된 수사가 손 전 회장 턱밑까지 올라간 셈이다.
#금감원 자료에서 시작됐지만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부장검사 김수홍)는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600억 원 규모의 대출이 이뤄졌는데, 이 중 350억 원 규모가 부당 대출에 해당한다는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금감원과 검찰에 따르면 손태승 전 회장과 임직원들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은행 본점에 근무하며 350억 원대 부당 대출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다. 이미 지난 9월 24일에는 손 전 회장의 처남 A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지난달 15일에는 우리은행 임 아무개 전 본부장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지난날 11일에는 손 전 회장 자택 등에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오늘(18일)은 우리은행 본점을 대상으로 강제 수사에도 나섰다. 우리은행장 사무실과 우리금융지주 회장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 대출 관련 부서 등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법조계에서는 ‘손태승 전 회장 소환’을 염두에 둔 자료 확보가 목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법조계 인사는 “전 부행장도 그렇고 본부장도 그렇고 대출을 하는 과정에서 손태승 당시 회장에게 일련의 연락을 하거나 그런 게 없는 것으로 안다”며 “친인척이라고 하기에 최대한 혜택을 주려 한 정도만 확인돼 추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출 못 갚으면 배임?
법조계에서는 ‘은행의 대출 회수 실패가 불법’인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배임을 적용하려면 △단순 규정 위반을 넘어서는 수준의 ‘대출 회수 불가’가 예상 가능했는지 △손 전 회장으로부터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해줘라’라는 지시가 있었는지를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는 “은행에서 대출을 해줬지만 이자를 갚지 못해 회수를 다 하지 못했다면 관련 직원들은 다 배임이 되는 거냐”며 “회사에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결정을 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데, 사법 처리가 모호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많은 금융사들이 ‘내부 징계’로 끝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손 전 회장 소환까지는 최소 1주일 이상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디지털 자료를 포렌식해 분석하는 데 1주일 정도 시간이 걸린다”며 “손 전 회장의 결재라든지, 내부 소통 창구를 통해 내려진 부당한 지시를 검찰이 확보해야만 손 전 회장 소환 및 구속영장 청구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의 우리금융 흔들기?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손 전 회장의 사법리스크 등을 활용해 우리금융을 압박하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리금융 내부 문제를 근거 삼아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입지를 흔들려 한다는 풀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 6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이 터지면서 당초 내년 예정이었던 정기검사를 앞당겨 실시했다. 정기검사는 통상 3년에 1회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또 원래 지난 15일 종료 예정이었지만 일주일 연장됐다.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문제 삼아 현 경영진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검사를 하고 있는 것.
금융권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회장을 문제 삼아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다는 평도 나온다. 금융기관에 최근까지 근무한 한 법조인은 “검찰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이 기회재정부 출신 모피아인 임종룡 회장을 상대로 ‘CEO 책임론’으로 압박을 하는 것”이라며 “손태승 전 회장 사건부터 시작된 이번 사건을 제대로 보려면 검찰 출신과 모피아의 힘겨루기도 함께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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