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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남 논란' 속 여성작가들 "불매 아닌 네이버웹툰에 분노" 이유는…

여성독자 이탈로 수익 타격…"창작 자유는 조롱·혐오 자유 아냐, 구분 능력 갖춰야 플랫폼"

2024.11.15(Fri) 17:35:09

[비즈한국] 공모전 출품작의 여성혐오 논란에서 촉발된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용자 지표도 감소세다. 11일 기준 네이버웹툰 일간 활성이용자 수(DAU)는 웹툰 ‘이세계 퐁퐁남’의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4일(461만 명)보다 약 11% 줄었다. 20대 이하 여성이 20%대의 이탈율로 견인한 수치다.

 

문제가 된 작품은 정식 연재작이 아닌 아마추어 웹툰이지만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네이버웹툰의 심사 기준과 혐오표현 방조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됐다. 네이버웹툰은 ‘불티나게 매입하기’ 등 불매 변형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는 지적에 뒤늦게 “불매운동 전 제작·공개된 게시물이 재발행 된 것으로 광고 캠페인 운영상의 실수”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여론을 뒤집지는 못했다.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이용자 지표도 감소세다. 혐오 콘텐츠 논란 외에 불매운동이 본격화하던 시기 네이버웹툰의 부적절한 광고 노출이 문제가 됐다. 사진=SNS 갈무리


불매 운동 장기화 움직임에 작가들은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여성 독자 비율이 높은 작품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관된 작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작가들은 퐁퐁남 사태와 네이버웹툰 불매운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여성 작가들 “왜 불매 ‘조롱’ 광고 노출했나” 네이버웹툰 대응 지적 

 

여성향 작품 등 주로 여성 독자를 상대로 하는 작가들은 회원 탈퇴, 쿠키(열람용 전자화폐) 환불과 같은 불매 방식의 항의에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여성향 작품을 떠나 여성 독자들은 웹툰 시장에서 실질 구매율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행본, 굿즈의 구매력도 높다. ​작가들은 ​수익 감소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이용자들의 불매 행위 자체보다는 네이버웹툰의 대처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에서 직계약으로 작품을 연재 중인 A 작가는 네이버웹툰의 대응 방식이 불매운동을 오히려 자극했다고 본다. A 작가는 비즈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유료 수익이 줄어드는 데에 대한 걱정이 크고 지속적으로 작업하기가 불안한 상황이다. 여성 혐오를 반대하는 불매 운동임에도 여성향 작품 등의 여성 작가가 수익 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 안타깝다”면서도 “불매운동의 원인은 독자가 아닌 네이버웹툰의 성차별적 행보에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항의를 조롱하고 회피하는 회사 측에 분노를 보이는 작가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지난 9월 25일 공개된 이세계 퐁퐁남은 아내의 외도로 가정이 파탄나는 39세 남자 주인공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이야기다. 외벌이였지만 이혼소송에서 돈을 잃고, 아내의 자해로 가정폭력범이 돼 양육권도 뺏긴다. ‘연애 경험이나 성관계가 많았던 여성이 마지막에 경제적 조건만 보고 결혼한 남성’을 의미하는 ‘퐁퐁남’은 이 주인공이 자신을 소개하는 단어다. 작품에서는 결혼을 남이 먹었던 음식 그릇을 설거지만 한다는 것에 비유한 ‘설거지론’이나 ‘결혼 후 10년이 지나면 이혼 시 재산을 분할해야 한다’는 ‘도축론’ 등 여성 혐오적 신조어가 나온다. 

 

​‘이세계 퐁퐁남’은 ​지난 9월 네이버웹툰의 지상 최대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했다. 사진=네이버웹툰 이세계 퐁퐁남 캡처


작품은 네이버웹툰의 ‘2024 지상 최대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했다. 네이버웹툰은 불매운동이 확산하던 상황에도 “공모전 2차 심사를 진행 중”이라며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불매를 조롱하는 듯한 광고로 빈축을 사자 뒤늦게 광고 노출이 실수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작품은 지난달 5일 3화 공개 후 업로드가 멈췄다. 작가는 작가홈에 “흔하디 흔한 여성향을 남성향으로 바꾼 이혼물 만화였다”며 “표현의 자유에 있어 기울어져 있는 웹툰 검열을 규탄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작품 다수를 연재한 경력이 있는 웹툰 스튜디오(제작사) 소속 B 작가는 “(네이버웹툰이) 사과문이라고 내놓은 것이 독자들의 반감을 더 키운 조치였다. 독자, 작가와 소통에 미흡한 결과다. 네이버 작가들은 직접적인 당사자이다 보니 이번 논란을 함구하는 분위기인데, 불매가 본격화하고 앞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안마다 규제 기준 들쭉날쭉…​사전 검열​ 우려도

 

작가들은 작품 규제의 일관성 문제도 지적했다. A 작가는 “남성 독자들이 ‘집게손가락’, ‘허버허버’,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주장하며 별점 테러를 하고 작가를 모욕하는 일이 일어났을 때 네이버웹툰은 그 의견을 받아들여 해당되는 표현을 고치고 작가 보호는 하지 않았다. 창작의 자유와 작품의 재미를 위해 표현을 제한할 수 없다는 게 네이버의 원칙이라지만 사례마다 달리 적용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B 작가는 “하다 못해 15금, 19금 사이에도 기준이 들쭉날쭉하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충이 있다”며 “다만 심사 출품작과 일반 연재작의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하다. 작품을 론칭하기 전에 투고하고 연재 분량을 쌓는 과정에서는 ‘빨간 펜’이라고 부를 정도로 웹툰 PD가 세세하게 교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분당에 위치한 네이버 사옥. 사진=최준필 기자


일각에서는 혐오표현을 막기 위한 기준이 ‘사전 검열’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맞서 창작의 자유는 혐오나 조롱의 자유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B 작가는 “웹툰은 지속으로 셀프 규제를 해왔다. 스스로 하지 않으면 더 큰 규제가 온다는 판단에서다. (특정 인물이나 성별, 사상 등을) 비방하거나 불쾌한 것을 쏟아내는 게 창작에서 능사는 아니다. 여성 작가들에게 좀 더 공평한 잣대가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플랫폼이 혐오표현을 자체적으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는 플랫폼들과 함께 ‘웹툰자율규제위원회’를 운영하며 선정성이나 폭력성 등 민원을 처리한다. 

 

A 작가는 “기준을 정하는 건 애매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 판단을 제대로 내리는 것이 플랫폼의 의무”라며 “그걸 제대로 구분하는 역량이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는 플랫폼의 자격”이라고 강조했다. 

 

이세계 퐁퐁남이 오는 22일 발표되는 2차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심사 항목 중 독자 반응을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에는 웹툰 작가 226명이 네이버웹툰에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고심하고 있다. 독자와 창작자들에게 실망과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리며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박광철 만화평론가는 “웹툰은 현실이 반영된 긴 서사를 다루기 때문에 정치적 성격이 있는 사안에는 논란이 따르는 게 필연적이고 불가피하다. 이번 사태에서 네이버웹툰이 젠더 문제 등에 매뉴얼이 없는 것이 드러났고, 대응을 잘못한 건 맞다”면서도 “검열에 대한 견제는 있어야 한다. 워낙 사회적으로 예민한 사안이다 보니 적절한 대응 방식을 규정하기가 어렵다. 사회적인 지혜를 모아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라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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