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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에 심각한 적자라더니…" 대형병원 수도권 분원 건립 상황은?

분원 9곳 중 6곳은 예정대로 진행…정부 "공급제한 지역 자제해달라" 공문

2024.11.12(Tue) 17:52:41

[비즈한국] 지난 7월 보건복지부는 수도권에 병상을 더 늘리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 지자체에 발송했다. 복지부는 “특정 병원의 병상을 짓지 말라고 제한하는 것이 아니며, 병상 공급 제한이 필요한 지역의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율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공급제한 지역’에 설립 예정이던 대학병원들의 분원 사업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해당 병원들은 사업을 계획대로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병원들은 공사비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완공 시점이 다소 늦춰지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위례의료복합용지에 들어설 예정이던 가천대 서울길병원은 토지대금 미납으로 사업이 무산됐다. 사진=김초영 기자

 

#병원 세 곳, 정부 병상수급 계획과 무관하게 분원 계획 무산

 

앞서 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예정한 의료기관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가천대 길의료재단 △인하대병원 △경희의료원 △아주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 △한양대의료원 등 9곳이다. 정부의 병상수급 계획과 무관하게 토지대금 미납, 우선협상대상자 미선정 등의 이유로 분원 계획이 무산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는 세 곳을 제외한 대학병원들은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가천대 길의료재단은 지난 6월 서울시와의 계약이 해지됐다. 수도권 분원 가운데 가장 많은 1000병상 규모의 가천대 서울길병원이 2027년 위례의료복합용지에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길의료재단·미래에셋증권·호반건설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 이후 분납 토지대금 975억 원을 미납하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이 취소됐다. 서울시는 위례의료복합용지 개발 사업 재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2021년 경기도 하남시가 추진한 문화복합단지 ‘H2 프로젝트’ 공모에 참여해 분원 계획을 밝혔지만 심사 결과 명지의료재단이 더 높은 점수를 받으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에는 사업부지 일부의 환경등급이 2등급으로 상향되며 사업이 중단됐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추가적인 분원 설립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고려대의료원은 경기도 과천시와 남양주시에 각각 500병상 규모의 분원을 설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 과정에서 과천도시공사와 이견이 이어졌고, 결국 사업은 공개입찰로 바뀌었다. 지난 5일 과천도시공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과천지구 막계동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사업 참여의향서 접수 결과’에 따르면 차병원을 운영하는 성광의료재단 등이 사업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이번에 의향서를 제출한 기업과 향후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신청서를 낼 가능성도 있다. 

 

남양주 분원의 경우 알려진 바와 달리 고려대의료원이 들어설지 불확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고려대의료원에서 조금은 일방적으로 관심을 갖고 왕숙지구에 분원을 설립하겠다고 보도를 낸 측면이 있다.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유수의 병원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만나고 있다. 공모 절차를 통해 병원을 유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려대의료원 측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병상 공급제한 지역에도…병원들, 예정대로 분원 준공

 

세 곳을 제외한 대학병원들은 분원 설립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연세의료원은 송도국제도시에 2026년까지 송도세브란스병원을 완공한다.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은 연세대 송도캠퍼스 조성 협약에 포함된 내용으로, 지연 시 연세의료원은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완공연도에 대해 “대외적으로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정도로만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을 포함해 인천시와 송도캠퍼스(사진) 조성 협약을 맺었다. 사진=연세대학교

 

정부의 병상 ‘공급제한 지역’에 준공 예정인 병원들도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한다. 경기도 시흥에 들어서는 배곧서울대병원은 202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배곧서울대병원은 지난 7월 기본설계 심의를 통과한 이후 현재 우선시공분 계약 협상 중이다. 청라의료복합타운에 설립되는 서울아산병원 분원은 지난 9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지난달 건축허가 접수 이후 협의의견 관련 부서에서 기관별 협의의견 접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은 김포도시관리공사와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7월 공사는 병원 측에 사업계획서 재수립을 요청했고, 현재 관련해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공사와 합의서(MOA)만 체결돼 있는 상태로, 준공 연도는 당초 2028년이었으나 사업계획서 재수립 이후에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주대의료원은 경기도 평택시와 파주시에 각각 500병상 규모의 분원을 짓는다. 아주대의료원 관계자는 “파주 분원은 아직 계획 검토 단계이며, 평택 분원은 현재 ‘설계 착수’ 준비 중이다. 완공 예정 연도는 지금 단계에서는 알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양대의료원은 안산에 300~500병상 규모의 분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비타당성조사 중간 보고에서 신축이 타당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공백 장기화 여파로 일부 병원에서는 분원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지난 9월 임금 교섭에서 병원 측에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계획 백지화를 요구했다. 당시 노조는 “아무리 준비해도 개원 초 적자는 불가피한데 현 상황에서 의료원은 추가 적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용인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개원 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4년이 지났어도 아직 적자”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립대 부설 의료기관 24곳 중 17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24곳 병원은 평균 99억 3000만 원의 순익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36억 8000만 원가량 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빅5’ 병원 중 4곳(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도 올해 상반기 순손실이 2135억 1000만 원에 달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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