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폰지 사기인가, 회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무리한 인수 실패에 따른 후폭풍인가. 티메프 대규모 환불 지연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지난 8일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구 대표와 류화현 티몬 대표·류광진 위메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후 첫 소환조사다. 구 대표는 거의 한 달여 만에 다시 검찰에 불려온 것이다. 계열사 대표들이 소환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구 대표까지 소환하면서 검찰이 조만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조계는 1조 원이 ‘폰지 사기(실제 이익이 나지 않지만, 이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돌려막기를 하는 방식의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검찰이 ‘정상적인 경영이었지만 사업 확장을 한 것이 독이 됐다’고 주장하는 구 대표 측을 넘어서야 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구영배 대표 “당연히 혐의 부인”
예상대로 구영배 대표는 8일 오전 9시 즈음 검찰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또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큐텐 본사와 큐텐테크놀로지 등이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채권 각 120억 원, 총 240억 원을 신고한 것을 놓고 “큐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 부분은 제가 정확하게 잘 모른다”라고 말을 아꼈다. 구 대표가 다시 서초동에 불려온 것은 한 달여 만이다.
지난달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선 구 대표와 류화현 대표·류광진 대표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렸다. 당시 검찰은 구 대표 등이 1조 5950억 원 상당의 물품 판매 정산대금 등을 가로챈 혐의(사기)를 적용했다. 정산할 역량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상품을 판매해 정산대금을 받은 것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티몬·위메프에 총 692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미국 전자상거래 회사 ‘위시’ 인수대금 등으로 티몬·위메프 자금 671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적용했다.
하지만 법원은 구 대표 등 경영진에 대한 영장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경영진이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음을 인지하면서도 정산대금을 편취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원은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의 성격과 티몬·위메프 인수와 프라임 서비스 개시 경과, 기업집단 내의 자금 이동 및 비용 분담 경위, 위시 인수와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동기와 과정 등에 비춰보면 범죄 혐의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봤다. 기업 경영 과정에서 판매대금 활용을 ‘사기’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검찰 “무리하게 프로모션 진행한 것은 사기” 주장
영장이 재청구되더라도 ‘다툼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역대급’인 1조 원대 사기 혐의를 적용하고도 영장이 기각된 검찰은 그동안 사건을 다시 따져보며 영장 재청구를 준비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피해자들을 조사했는데 피해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정산대금을 지급 못 할 것을 알면서 프로모션을 대규모로 진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티몬과 위메프 자금 일부가 위시 인수 대금으로 쓰인 지난 4~5월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은 폰지 사기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티몬과 위메프의 경영 과정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인지하면서도 무리하게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은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 등은 역시 앞선 영장 실질심사나 검찰 소환 때처럼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을 내세워 ‘무혐의’를 주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이번 티몬·위메프 사건은 피해자도 많고 피해금액도 크지만, 정작 범죄 구성 요건적으로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고 그만큼 검찰이 입증해야 하는 것도 많은 사건”이라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쓰면 ‘사기, 횡령’이라고 입증하려면 검찰이 증거는 물론이고 법리적으로도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 변호사 역시 “무리한 경영에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수는 있지만, 형사 수사를 하는 이상 피해 규모가 이 정도면 무조건 구속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영장이 또 기각되면 검찰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테니 수사팀도 그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니 첫 번째 영장 청구보다 더 치밀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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