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교육부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의대 평가인증’을 두고 갈등하며 대학들이 불확실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내년도에 복귀를 앞둔 의대생에 대한 준비도 미비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대학 교수 96%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 또는 감원해야 한다고 답하는 설문조사까지 발표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입법예고에 의견 제출 1만 6000여 개…의료계 “의평원 무력화 시도”
지난 4일 교육 여건이 저하되는 경우 인정기관이 불인증을 하기 전에 1년 이상의 보완기간을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를 마쳤다. 게시판에는 1만 6000여 개의 의견이 제출됐다. 반대 목소리를 낸 이들은 법안에 대해 ‘정책의 오류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는 것은 잘못됐다’, ‘정부와 교육부는 증원 이후에도 교육의 질에 변화가 없다고 장담했다. 의학교육평가원 인증은 기존대로 진행돼야 한다’ 등의 글을 남겼다. 반면 찬성하는 이들은 ‘사전 대응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절차다’, ‘의사 등 일부 집단의 의견을 들어보되 최종 결정은 전 국민을 대변하는 정부가 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폈다.
앞서 의평원은 입학 정원이 10% 이상 증원돼 ‘주요변화 평가’ 대상이 된 의과대학 30곳에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인증 지표는 기존 15개에서 49개로 확대하고, 2029년까지 6년간 매년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주요변화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2026학년도 대입에서 의대 신입생 모집이 어려울 수 있다. 지난 9월 교육부의 입법 예고 이후 의평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평가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그 어떤 조치도 즉시 중단돼야 한다”며 반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사협회 등은 “의평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달 계획서 제출 앞둔 대학들…평가 기준 완화할까
교육부가 이달 중순 의평원에 ‘주요변화 평가’ 계획에 대한 심의 결과를 통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학들은 이달 말 계획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의평원은 계획서를 토대로 12월 서면, 방문 평가를 거쳐 내년 1월 결과를 발표한다. 의평원은 계획서 작성 가이드에서 “타당도와 근거 중심,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라며 “궁극적으로 ‘의학교육의 질’ 유지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증원 전과 비교해 인적, 시설 및 임상실습 자원 등이 적절한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관계자들은 7월 평가계획 설명회에서 “기준이 모호하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대학들은 내년에 입학하는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의평원 인증 여부와는 별개로 복귀하는 의대생들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관련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분위기다. 지역 의대 교수 A 씨는 “불확실성이 많은데 눈치를 보지 않겠나. 정부의 지원 계획은 국립대를 대상으로 하기에 규모가 작은 사립대학은 여전히 재정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지난 5일 전의비와 전의교협은 의대 교수 96.3%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 또는 감원해야 한다고 답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단체는 “예과 1학년은 교양과목 위주라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예과 이후에도 본과 교육, 전공의 수련까지 향후 10여 년간 (학생들은) 교육과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수 단체 등 의료계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증원 발표 초기부터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 6월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사법부는 “증원 배정이 당장 정지되지 않더라도 2025년도에 증원되는 정원은 한 학년에 불과하므로 의대 재학생인 신청인들이 받게 되는 교육의 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장래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상황에서 증원 배정의 집행이 정지될 경우 국민의 보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 전문위원실은 ‘2025년 예산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서 교육부의 고등교육기관평가인증 규정 개정안에 대해 “시정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의평원의 손을 들어줬다. 보고서는 “시행령 개정이 주요변화 평가 후속 조치에 제한을 가할 우려가 있다”며 “고등교육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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