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과 중국이 공급망 경쟁에 들어가면서 자원 공급이 불안해지자 세계 각국은 주요 자원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자원 개발 전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움직임에 자국 내는 물론 다른 국가들과 연계를 맺어 희토류 확보에 나섰다. 중국도 일대일로를 통해 아프리카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구리 등 각종 자원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석유과 가스 자주개발률을 끌어올려 원유·가스 확보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세계의 자원 확보 경쟁 움직임에 윤석열 정부도 이명박 정부 이후 외면 받던 해외 자원 개발을 강조하면서 민간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진행 중인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수가 감소하고 있고, 자원 개발에 나서는 민간기업을 지원하는 특별융자도 급감세다. 세계 각국의 치열해지는 자원 확보 경쟁 속에 가뜩이나 보유 자원이 모자란 우리나라가 더욱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미·중 공급망 경쟁 여파를 고려해 해외 자원 개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격화되는 경제 블록화 물결에 대비하여 경제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니켈, 알루미늄 등 광물 비축, 수입선 다변화 추진을 위해 총 3조 20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패 이후 금기시되던 해외 자원 개발을 정부가 다시 한 번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세계가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의 말과 달리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 개발은 지지부진한 정도가 아니라 후퇴하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우리나라의 해외 자원 개발(석유가스·일반광물)은 2013년 535개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2016년에 480개로 500개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2022년에는 394개로 400개 아래로 내려왔다. 이러한 하락세는 지난해에도 계속돼 해외 자원 개발 진행 건수는 387개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석유가스 사업은 100개가 진행 중에 있는데 석유가스가 현재 생산되는 사업은 55개, 개발 진행 사업은 10개, 탐사 중인 사업은 35개다. 일반 광물의 경우 287개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처럼 진행 중인 해외 자원 개발 건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든 것은 자원 개발 실패 등으로 종료되는 사업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반해 기업들이 신규로 뛰어드는 사업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자원 개발 신규 사업은 2008년에 107개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하기 시작해 2015년에는 10개로 급감했다. 7년 만에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하락세는 더욱 심해져 2017년에 3개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떨어진 뒤 계속해서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신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2개까지 줄어든 상태다.
신규 해외 자원 개발이 지지부진한 것은 정부가 민간 주도로 자원 개발을 활성화 하겠다면서 리스크를 안은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자원 개발에 나서는 기업들을 위해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갖는 고위험·고수익이라는 특성을 감안해 정부가 사업비 일부를 융자로 지원해주는 대신 성공 시 성공 보수 명목으로 기업은 특별부담금을 내고, 반대로 실패했을 경우에는 일부 원리금을 면제받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 예산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해외자원개발특별융자는 2017년에 1000억 원에 달했으나 2018년 700억 원으로 줄더니 2020년에는 369억 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2년에 631억 원으로 잠시 늘어나는 듯 했으나 2023년에 363억 원까지 줄어들었다. 올해는 소폭 늘었지만 398억 원으로 여전히 400억 원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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