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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매입확약' 문구는 실수? '압구정커머스빌딩' 조각투자 운영관리 미숙 논란

카사, 정정공시 없이 투자설명서 '조용히' 교체…매입확약 '계열사 간 거래'도 의문

2024.11.11(Mon) 09:17:27

[비즈한국] 국내 1호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 카사(운영사 카사코리아)가 공모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카사는 2023년 9월 서울 신사동의 한 상업용 건물을 공모하는 과정에서 투자설명서에 ‘매입 확약’을 명시했다가 공모 청약이 끝난 후 별도 안내 없이 매입 확약 내용이 삭제된 투자설명서로 교체했다. 카사는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신종 수익증권의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관리·감독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조각투자업체 카사(운영사 카사코리아)는 2023년 9월 서울 신사동의 압구정커머스빌딩(사진)을 167억 원에 공모했다. 사진=카사코리아 제공


카사는 2023년 8월 11일 7호 디지털 자산유동화 증권(DABS) 공모 상품인 ‘압구정커머스 빌딩’을 공개해, 그해 9월 6일부터 8일까지 청약을 진행했다. 압구정커머스빌딩은 카사 공모 중 최대 규모(167억 원)이자 대신파이낸셜그룹에 편입된 이후 처음 공모한 상품이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2023년 3월 카사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압구정커머스빌딩은 ‘노티드도넛’ ‘다운타우너’ ‘호족반’ 등 트렌디한 식음료 브랜드를 운영하는 GFFG가 2025년 9월까지 임차했다. 패션·뷰티 유행의 성지로 꼽히는 압구정-도산 상권에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압구정커머스빌딩은 투자자의 눈길을 끌면서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건물 가격을 주변 시세 대비 낮은 금액으로 공모해 매각 차익도 기대할 수 있었다. 그 덕인지 카사는 공모 1년 만에 건물을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빌딩 매각가는 172억 원으로 카사는 공모가 대비 약 5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그런데 압구정커머스빌딩의 공모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음에도 카사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카사가 청약 첫날인 2023년 9월 6일 공시한 투자설명서에는 ‘매입 확약서’와 관련한 내용이 있었으나, 청약이 끝난 후 10월 5일 이를 삭제한 투자설명서로 바꿨다는 것. 카사는 투자설명서 변경에 대해 안내하거나 정정 공시하지 않았다.

 

부동산 조각투자자는 건물의 임대수익(배당수익), DABS 매매차익, 건물의 매각을 통한 시세차익(매각배당)을 얻는다. 만일 매입이 확정된 건물이라면 투자자 입장에선 향후 공실 발생이나 매각 지연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매입 확약 여부는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요소로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카사 투자자 A 씨는 올해 9월 압구정커머스빌딩 투자설명서에서 매입 확약 내용이 사라졌음을 발견했다. 공시의무 위반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A 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고, 카사가 금융당국에는 매입 확약 내용이 없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

 

카사는 금감원에 다른 투자설명서를 올린 이유를 “불완전한 내부통제 시스템과 담당자의 업무 미숙으로 인한 실수”라고 답했다. 비즈한국에도 “공모할 때 두 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등을 공시한다. 1차·2차 모두 동일한 서류를 올리는 것이 원칙이나 2차 공시에 잘못된 파일이 게시됐다”며 “공모 기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고, 공모가 끝난 후 정상 파일로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매입 확약서에 대해서는 “공모 이후 확약을 철회한 것이 아니다. 상품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신탁사-매입사 간 확약을 수용하지 않아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공모 준비 과정에서 투자자 안전장치를 보강하기 위해 매입 확약서를 고민했지만 불발됐고, 공시 문서를 올리는 담당자의 실수로 최종 버전이 아닌 투자설명서가 게시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매입 확약과 관련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수탁사인 한국토지신탁이 받은 매입 확약서에 따르면 매수자는 대신에프앤아이, 매입 방식은 ‘수의 매매 계약’이었다. 대신에프앤아이는 부실채권(NPL)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대신파이낸셜그룹 계열사로, 대신증권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만약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다면 계열사 간 거래로 이해상충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카사 측은 “일반적인 수의계약과는 조금 다른 ‘공매’ 절차에 수반되는 수의계약으로, 입찰 참여가 개방됐다”며 “공매 절차는 수탁사가 주관하므로 이해상충 가능성이 절연될(차단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답했다.

 

현재 부동산, 음원 저작권, 미술품 등 조각투자는 신종 ‘수익증권’으로 분류된다. 아직 업권법이 없고 자본시장법도 완전히 적용되지 않아, 조각투자 업체들은 혁신금융서비스를 근거로 운영한다. 금융당국에서도 이들을 ‘금융혁신지원특별법’에 따라 감독한다. 이렇다 보니 카사와 같은 공시 오류 사고에도 자본시장법 위반을 적용해 제재하기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던 건 맞으나 혁신금융사업자는 일반 상장법인과 같이 규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조각투자가 증권으로 정의되면서 제도권 편입을 앞둔 데다, 시장이 이미 형성된 만큼 정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일 일반 금융투자업체에서 이 같은 공시 위반이 ‘실수’로 발생했다면 파장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A 씨는 “금감원이 이런 문제를 민원 접수 후에야 인지했다는 사실이 규제 공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며 “투자자 손실이 없다는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문제”라고 역설했다.

 

논란에 대해 카사 측은 “잘못된 서류 노출과 투자설명서 재게시 후 수정 안내를 누락한 점은 저희의 불찰”이라며 “현재는 내규를 통해 공시 등의 절차를 강화했다. 재발하지 않도록 담당자 인수인계, 절차 등에 철저히 신경 쓸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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