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넷째 며느리이자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내인 이행자 고려디자인 회장이 범현대가에 기대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HD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과의 거래를 통해 연간 100억~3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데, 매출 의존도가 무려 100%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행자 회장의 고려디자인…범현대가 거래현황은
이행자 고려디자인 회장은 1990년 남편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과 사별하고, 4년 뒤 현대종합목재(현대리바트) 가구개발 총괄임원을 맡으며 본격적으로 경영인의 길에 나섰다. 가구업계에서의 경험을 살려 2000년 2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고려디자인’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고려디자인은 이탈리아 수입주방 브랜드 제품, 일본 사무용 가구 수입·판매업, 선박가구업을 영위하는 종합가구 회사다.
그런데 고려디자인은 매출을 범현대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고려디자인의 감사보고서는 2013년부터 공시했는데, 그동안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아래 도표와 같다.
2020년을 제외하고는 매출 90% 이상이 범현대가(HD현대·현대자동차그룹·현대백화점그룹)로부터 발생했다. 주목할 점은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 포함된 HD현대그룹과 매년 빠지지 않고 거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디자인은 주로 선박가구를 HD현대그룹에 납품하는데, 거래액이 △2013년 283억 원 △2014년 293억 원 △2015년 308억 원 △2016년 267억 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17년 113억 원 △2018년 150억 원 △2019년 178억 원 △2020년 143억 원 △2021년 127억 원 △2022년 99억 원 △2023년 102억 원으로 감소했다. HD현대그룹과의 거래가 감소함과 동시에 고려디자인의 전체 매출도 감소했다.
고려디자인은 2020년까지 현대백화점그룹에 가구를 납품했고, 2021년부터는 현대차그룹에도 가구를 납품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거래를 통해 발생한 매출은 △2021년 28억 원 △2022년 38억 원 △2023년 65억 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꾸준히 형수 회사를 돕고,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사촌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으로부터 작은어머니에 대한 도움의 손길을 넘겨받은 셈이다. 이행자 회장의 장남 정일선 현대BNG스틸 대표도 비품비로 매년 고려디자인에 5억~10억 원을 지출하고 있다.
고려디자인과의 거래를 두고 HD현대와 현대차 측은 비슷한 입장을 비즈한국에 전했다. HD현대그룹 관계자는 “선박용 가구는 공급의 안정성 측면에서 복수의 업체를 통해 공급받으며 경쟁 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선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도 “고려디자인은 소비용 가구 수리 대행업체 정도로 알고 있다. 복수의 협력업체 중 하나로 그 규모가 크지 않으며, 경쟁 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선정했다”고 밝혔다.
#고려디자인 지배구조 변화와 자본잠식에 빠진 경영 상태
이행자 회장은 2022년까지 고려디자인 지분을 100% 보유했다. 그러다 2022년 8월 트리니온아메리카(Trinion America, Inc.)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8.79%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디자인의 자본금은 현재 6억 1508만 원이다. 트리니온아메리카는 이행자 회장의 차남 정문선 현대BNG스틸 부사장이 지분 100%를 가졌으며, 미국에서 현대자동차 미국 상용차 제조법인 현대트랜스리드를 상대로 3자 물류 사업을 하는 회사로 알려진다. 고려디자인은 이행자 회장과 아들 정문선 부사장이 소유한 가족회사로 봐도 무방한 셈이다.
범현대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고려디자인 경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고려디자인의 최근 3년간 매출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170억 원 △2022년 154억 원 △2023년 174억 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억 2400만 원에서 △-30억 5000만 원 △-6억 7000만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2년 전부터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이다.
비즈한국은 범현대가와의 높은 거래, 최근 경영 상황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고려디자인 측은 “아무 답변도 해줄 수 없다”고만 전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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