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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대마젤란은하에선 별들의 '대탈주극'이 벌어진다

별들 밀도 높은 탓에 중력 영향 받아 성단 밖으로 튕겨나가는 '런웨이' 별 30% 달해

2024.11.06(Wed) 09:56:23

[비즈한국] 지금까지 우주에서 발견된 가장 무거운 별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남반구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대마젤란은하는 지금도 활발하게 어린 별들이 태어나고 있는 현장이다. 갓 탄생한 파릇파릇한 별들이 사방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통해내면서 먼지 구름을 불어내고 남긴 현장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거대한 독거미처럼 섬뜩한 모습으로 구름이 불려 나간 현장도 있는데, 그 모습에 걸맞게 타란튤라 성운으로 불린다. 

 

이곳에서 천문학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너무나 무거운 별이 발견된 적이 있다. 별의 이름은 R136. 처음 발견되었을 때 별의 질량이 무려 태양의 2000배를 넘는다는 추정이 나왔다. 하지만 별이 아무리 무거워도 태양 질량의 최대 100배 수준을 넘지 못할 거라고 본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질량이다. 

 

이후 허블 우주 망원경을 통해 마젤란은하를 세밀하게 관측했다. 아래 사진은 2009년 10월 20일 허블이 바라본 마젤란 은하의 모습이다. 허블의 더 세밀한 관측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R136이 사실 하나의 별이 아니라 별 여러 개가 모여 있는 작은 성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별들이 너무 좁은 공간 안에 오밀조밀 모여 있어서 별이 구분되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포착한 대마젤란은하의 R136. 오른쪽은 적외선 사진. 사진=NASA, ESA, and F. Paresce(INAF-IASF, Bologna, Italy), R. O’Connell(University of Virginia, Charlottesville), and the Wide Field Camera 3 Science Oversight Committee


1광년도 채 되지 않는 약 0.6광년 너비 안에 수많은 별들이 모여 있다. 실제로 그 중에서 최소 일곱 개 이상의 별들이 태양 질량의 100배를 넘는 무거운 질량을 품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곳은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모든 별 중에서 가장 무거운 별 1등부터 25등까지를 모두 거느린 숨 막힐 정도로 무거운 현장이다. 허블 이전에는 이런 곳을 흐릿한 시야로 하나로 뭉뚱그려서 봤으니, 태양 질량의 2000배나 되는 말도 안 되는 무거운 별이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곳의 미스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동안 R136은 가장 무거운 별들만 사는 성단으로 유명했지만, 이제 또 다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초고속 별들이 살고 있는 성단이라는 타이틀이다. 

 

 

제임스 웹이 우주로 올라가기 전까지 허블 우주 망원경이 가장 선명하게 우주를 보여주는 눈의 역할을 했다면, 또 다른 부분에서 자신만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 우주 망원경이 있다. 바로 가이아다. 가이아는 지구와 함께 태양 주변 궤도를 돌면서 우리 은하 속 수억 개에 달하는 별들의 세밀한 거리와 움직임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우리 주변 수만 광년 안팎에 들어오는 별들의 입체적인 지도를 완성했다. 또 각 별이 움직여온 경로를 거꾸로 추적해 과거 우리 은하 속 별들이 어디에 살고 있었는지, 미래에는 어떻게 이동할지, 시간을 넘나들며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워낙 뛰어난 성능 덕분에 가이아의 눈은 우리 은하 안에만 갇혀 있지 않다.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왜소은하 마젤란은하 속 별들도 가이아의 타깃이 된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가이아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마젤란은하 속 R136 성단에 살고 있는 별들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치 성단 속 별들이 성단 바깥으로 빠르게 튀어나오려는 것처럼 보인다. 성단 밖으로 탈주하려는 듯 움직이는 이 별들을 런어웨이 별이라고 부른다. 

 

가이아 관측을 통해 55개의 별들이 마젤란은하 밖으로 빠르게 탈출하는 것을 확인했다. 사진=NASA


앞에서 설명했듯 이 성단은 수많은 어린 별들이 폭발적으로 태어나고 있는 가장 활발한 별 탄생 지역 중 하나다. 아주 무거운 O형 별, 사방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토해내는 난폭한 볼프-레잇 별이 70개 넘게 존재한다. 성단의 전체 질량만 태양 질량의 45만 배를 넘는다. 워낙 좁은 공간에 육중한 별들이 바글바글 모인 아주 숨 막히는 현장이다 보니, 인접한 별끼리 서로 중력을 주고받으면서 궤도가 요동친다. 그래서 가끔 원래 궤도를 벗어나 빠르게 성단 바깥으로 튕겨 날아가는 불쌍한 별들이 생긴다. 천문학자들은 이미 허블 망원경 관측을 통해 이 성단에서 런어웨이 별로 알려진 별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번 가이아 관측 데이터는 순식간에 런어웨이 별의 수를 55개까지 늘렸다. 이들 모두 성단 중심으로부터 빠르게 도망가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이번에 확인된 런어웨이 별들의 수가 지금까지 이 성단에서 확인된 별 전체 개수의 3분의 1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30%에 달하는 멤버들이 일제히 대탈주를 하는 것이다! 

 

가이아 관측 데이터를 통해 각 별의 세밀한 움직임의 역사를 거꾸로 추적한 결과, 이 성단에서 크게 두 번에 걸쳐 대탈주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첫 번째 웨이브는 180만 년 전 성단이 처음 탄생하던 무렵에 있었다. 순식간에 많은 별들이 왕성하게 형성되면서 첫 중력 상호작용이 벌어졌고, 그때 처음으로 많은 별들이 성단 밖으로 날아갔다. 잠깐의 평화를 누린 성단은 20만 년 전 이웃한 성단과 가까이 지나가면서 두 번째 웨이브가 발생했다. 천문학자들은 2012년에야 발견한 주변 성단이 범인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 두 번째 웨이브를 겪으면서 성단 속 별들이 대부분 비슷한 뱡향으로 일제히 쏟아져 나오게 됐다. 

 

별들은 질량이 무거워질수록 수명이 짧아진다. 수백만에서 수천만 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생을 마감하고 거대한 초신성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원래 살던 성단에서 밖으로 튀어나가 은하계 공간을 누비게 된 런어웨이 별들은 은하계 안에서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원래의 고향을 벗어나 우주 공간을 빠르게 돌아디던 별들이 먼 과거부터 존재했다면, 오래전 우주가 통째로 이온화되었던 재이온화를 일으킨 주역이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우주 전역 구석구석 날아든 시한폭탄 같은 별들이 결국 터지면서 주변 우주 공간에 강력한 자외선을 토해냈을 것이다. 특히 우주 공간 속 먼지 구름 속으로 파고든 런어웨이 별들의 폭발은 그 주변 가스 구름 속의 원자들을 대거 이온화했을 것이다. 

 

마젤란은하는 인류의 역사, 그리고 과학 발전의 역사와 함께한 놀라운 현장 중 하나다. 특히 천문학 분야의 아주 많은 위대한 발견이 마젤란은하에서 벌어졌다. 남반구 바다를 처음 항해하면서 하늘에 떠있는 뿌연 별들의 구름 덩어리를 본 탐험가 마젤란에게 길잡이가 되어준 마젤란은하는 이후 1900년대가 되면서 자신이 품고 있던 변덕스러운 변광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를 연구했던 천문학자 헨리에타 리빗의 발견 덕분에 우리는 변광성으로 별까지의 거리를 재고 우주의 스케일을 재는 방법을 터득했고, 에드윈 허블이 우리 은하 바깥 수많은 은하로 채워진 거대한 우주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제 마젤란은하는 우리 곁에서 가장 무거운 별들, 가장 빠른 별들을 품고 있는 가장 역동적인 곳이다. 우리가 우주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들을 품고 있는, 가장 놀라운 샘플 박스이자 보물 상자인 셈이다. 제임스 웹과 허블, 모든 우주 망원경이 빼놓지 않고 관측하는 가장 아름다운 세계이기도 하다. 

 

우리 은하 곁에 이런 귀한 보물 상자가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떠 있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정말 천문학적인 행운일지 모른다. 굳이 수백억 광년 떨어진 멀고 흐릿한 우주를 뒤져보지 않아도, 바로 옆에서 훨씬 편하게 우주에서 벌어지는 가장 극단적인 현상들을 구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우리 은하 곁에 마젤란은하가 떠있지 않았다면, 우리 인류의 천문학 발전은 수 세기 뒤처졌을지도 모른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8013-8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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