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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나우' 비대면진료 처방약, 약사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까닭

진료 대상 늘리면서 재택수령 제한은 그대로…약사계 "의약품 오남용·플랫폼 종속 등 우려"

2024.11.05(Tue) 18:28:55

[비즈한국]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를 두고 약사계의 반발이 거세다. 약사계는 닥터나우가 약사들에게 자체 도매상인 ‘비진약품’을 통해 의약품을 구입하도록 하고, 그런 약국에 특혜를 제공해 공정거래법과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에는 ‘비대면진료부터 처방약 픽업까지’​라는 닥터나우의 TV 광고 문구를 두고도 과대·불법 광고라고 비판했다. 플랫폼과 약사계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편에선 관계당국이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소극적인 탓에 환자들의 피해가 누적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닥터나우가 최근 공개한 ‘비대면진료’ 관련 광고 일부. 사진=닥터나우 홈페이지

 

#약사계 “의약품 오남용, 플랫폼 종속 우려”

 

최근 닥터나우가 설립한 의약품 도매상 ‘비진약품’에 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다. 닥터나우가 비진약품을 통해 100만 원 상당의 약을 패키지로 구입하는 약국에 ‘제휴 약국’이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이 약국들에 ‘조제 확실’이라는 마크를 달아 화면 상단에 노출하는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닥터나우 소속 매니저가 “닥터나우 조제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진약품 의약품으로 대체조제 부탁드린다”며 약사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를 두고 약사계는 “공정거래법, 약사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야간, 휴일 비대면진료 환자의 약 35%가 약을 수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시도 끝에 약국에 직접 의약품을 공급해 재고를 연동하는 것이 환자에게 근처 약국의 의약품 재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서비스의 취지와 의도가 오해될 수 있음을 인지하게 된 만큼,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조치하고 더욱 공익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약사계는 비대면진료 플랫폼 도입 초기부터 ‘비대면진료 전면 철회’를 요구해왔다. 최근 닥터나우와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이전부터 비대면진료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되면서 제한적 범위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했고, 올해 2월부터는 ‘전면 허용’했다. 각 단계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측은 환자 만족도 조사 등을 발표하며 ‘약 배송 허용’​ 등 규제 완화를 요구했고, 약사계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사업을 일방적으로 실시한다”고 비판했다. 

 

약사계는 의약품 오남용을 문제로 언급한다. 비대면진료가 마약이나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 원칙적으로 금지됐음에도 규제가 미비하다 보니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마약류 급여 처방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마약 성분 8개,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 36개가 처방됐다. 건별로는 마약 20건, 향정 2712건이 처방됐다. 이 가운데는 ‘펜타닐’도 있다. 비급여 마약류를 포함하면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종속도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경기도약사회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보건의료분야의 산업화와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를 앞세우며 대면진료와 대면투약 원칙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식으로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며 “비대면진료와 약 배달 허용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가 몇몇 사설 플랫폼에 완전히 종속됨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거대 배달앱 플랫폼에 예속된 수많은 소규모 영세가맹점들의 피해 사례와, 나아가 지역경제의 침체와 유통과정의 왜곡으로 이어져 많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플랫폼 이용 환자들, 약 수령까지 평균 3시간 소요

 

문제는 정부가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사이 환자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제가 가능한 약국을 찾아 헤매는 ‘약국 뺑뺑이’를 하거나, 약국 근처 병원에서 대면진료를 다시 받는 사례 등은 시범사업 초기부터 이어졌다. 지역 커뮤니티 등에는 “약사가 ‘비대면진료 처방전은 받지 않는다’며 약을 주지 않았다”는 부모들의 후기가 적지 않게 올라온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 이용자들이 약을 수령하기까지 평균 이동거리와 소요시간은 평일·​주간은 각각 4.55km, 3.3시간, 휴일·​야간은 4.77km, 10.05시간으로 집계됐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의사와 약사가 겪는 어려움도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지난 6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1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시범사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의사, 약사는 그 이유로 ‘대상 환자 기준 등 잦은 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선(의사 67.6%, 약사 49.1%)’, ‘처방 약 배송 제한(의사 61.8%, 약사 36.8%)’ 등을 꼽았다. 약 수령 절차를 두고는 약사의 41.1%가 ‘환자가 언제 약국에 방문할지 몰라 무기한 기다려야 하는 점(76.1%)’, ‘약 재고 확인 전화에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 점(58.7%)’ 등을 부정 평가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했다. 다만 의약품 재택 수령 범위는 기존과 동일하게 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장애인), 감염병 확진 환자, 희귀질환자로 한정했다. 공중보건의사 파견 이후에는 비대면진료 가능 종별 의료기관에서 제외되던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비대면진료도 허용했다. 최근 2년 사이 비대면진료 범위는 늘어났지만 제도화 논의 없이 정부의 ‘사범사업 지침’만 개정을 거듭했다. 그 중에서도 의료기관, 약국용과 달리 ‘중개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지침은 지난해 개정된 것이 마지막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비대면진료 관련 공약을 공약집에 담았다. 질환 범위와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제도화’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 가운데 민주당은 규제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합리적 규제·관리 강화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시스템 구축 및 활용 등을 안에 포함됐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비대면진료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터라, 의료계 안팎에서는 갈등을 빚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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