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2년 만에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엔씨소프트가 대대적 감원에 나선다. 기존 인하우스 개발 전략에서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의 개편도 추진한다. 주력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꺾이고 신작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영향이다. 내년까지 본사 인력을 1000명대 축소하는 이번 체질 개선안은 희망퇴직 보상 규모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 호황기가 끝나고 최근 여러 게임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데 향후 업계 구조조정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장기 근속자 억대 위로금 받을 전망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3일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사내에 공지하고 오는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올해 상반기 개발 지원 조직을 대상으로 한 권고사직과 달리 게임 개발과 운영 조직이 포함된다.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따르면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도 20개월 월급에 해당하는 위로금이 적용되고, 3~6년 근속 시 연봉 2년 치 수준의 위로금을 받는다.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는 2년 반에 해당하는 월급 30개월 치 위로금이 제공된다.
#국내외 게임사들 감원 추세 계속
12년 만에 진행되는 대규모 희망퇴직 배경에는 12년 만의 분기 적자 전환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0.8% 감소한 1조 7798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75.4% 급감한 1373억 원이었다. 여기에 올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고 영업손실 14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위로금 지출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규모의 직원 인건비를 털어낼 계기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직원 인건비(미등기임원 포함)는 2668억 원(4886명)으로, 주요 게임사 중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크래프톤(1719명)과 넷마블(794명)은 각각 1056억 원, 311억 원으로 나타났다. 넥슨코리아(3699명)는 급여 총액을 밝히고 있지 않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본사 기준 인력이 현재 4000명대 중반 이상이다. 분사, 희망퇴직, 프로젝트 정리 등의 절차가 모두 완료되면 내년 중 3000명대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4분기에 마무리하지 않으면 내년까지 실망스러운 결과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핵심 IP 실적이 감소하는 상황은 비단 엔씨소프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업계는 고정비용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커지며 개발자 등 인력 증원이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업황에 맞게 효율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신작에 따라 프로젝트로 움직이는 게임업계에서 사업 재편과 인력 개편은 늘상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시장 환경이 변화한 만큼 이에 대처하는 다양한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씨소프트 같은 조건을 내건 사례가 다시 나올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인력 조정이 진행될 만큼 비슷한 체급의 기업도 손에 꼽히는 데다 이번 개편안은 업계에서도 파격이라는 평가다. 최근 국내 중견 게임사 쿡앱스는 채용 전환형 인턴을 계약 기간 후 전원 탈락시키고 개발조직을 절반가량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국내 게임 개발사 해긴의 경우 야구게임 신작 개발팀 직원 10여 명을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컴투스, 데브시스터즈, 넷마블에서도 두 자릿수 인력 감축이 시행됐고,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도 올해 초 본사와 각국 지사 인력의 11%를 정리하는 등 국내외 구분 없이 공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박병무 대표 체제에서 군살 빼기를 시도하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전례 없던 희망퇴직 조건은) 게임이 20조 원 넘는 산업이 되고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며 통과의례 격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제일 먼저 총대를 메고 시작한 것인데 이 정도 규모인 기업이기에 가능한 보상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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