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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가 쏘아올린 '20개월 위로금' 칼바람 부는 게임업계에 어떤 영향?

1년 미만 근속도 월급 20개월 치 지급…구조조정 앞둔 업계 "기준 될까 부담"

2024.11.06(Wed) 10:55:44

[비즈한국] 12년 만에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엔씨소프트가 대대적 감원에 나선다. 기존 인하우스 개발 전략에서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의 개편도 추진한다. 주력인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꺾이고 신작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영향이다. 내년까지 본사 인력을 1000명대 축소하는 이번 체질 개선안은 희망퇴직 보상 규모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 호황기가 끝나고 최근 여러 게임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데 향후 업계 구조조정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가 대대적인 감원과 조직 재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파격적인 위로금 규모에 이목이 쏠린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전경. 사진=비즈한국DB


#장기 근속자 억대 위로금 받을 전망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3일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사내에 공지하고 오는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올해 상반기 개발 지원 조직을 대상으로 한 권고사직과 달리 게임 개발과 운영 조직이 포함된다.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따르면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도 20개월 월급에 해당하는 위로금이 적용되고, 3~6년 근속 시 연봉 2년 치 수준의 위로금을 받는다.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에게는 2년 반에 해당하는 월급 30개월 치 위로금이 제공된다.

녹록지 않은 게임업계 분위기와 엔씨소프트의 경영상황을 고려하면 위로금 규모가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희망퇴직은 올해 초 취임한 박병무 공동대표의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다. 엔씨소프트는 5500만 원의 최소 연봉을 보장하고 초임 연봉의 상한선을 없애는 등 게임 등 IT 업계에서 초임 연봉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개발 직군의 경우에도 초봉이 5000만 원대에 육박한다. 고액 연봉에 2년 안팎의 위로금 기준이 적용되면서 일부 장기 근속자나 고액 연봉자가 받을 위로금은 억대에 달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의 희망퇴직 보상계획을 바라보는 게임업계의 심정은 복잡하다. 최근 특별희망퇴직 시행을 위해 ‘역대급’ 퇴직금을 꺼내든 KT(최대 4억 3000만 원)나 퇴직 프로그램 위로금을 상향한 SK텔레콤(최대 3억 원)에 견줄 만큼 게임 산업이 성장했다는 방증이지만, 아직 이 정도의 보상을 제시할 만한 게임사는 손에 꼽힌다. 보릿고개가 ​길어지는 가운데 인력 감축을 따져보는 게임사들의 고민은 크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정당한 보상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엔씨 이외의 다른 회사가 비슷한 위로금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엔씨의 계획이 놀랍지만, 구조조정을 앞둔 다른 게임사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엔씨소프트는 인공지능(AI) 연구·개발 조직과 신규 게임 개발팀 3곳의 분사를 추진키로 하는 등 조직 개편도 시행한다. 앞서 올 1월에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폐업하고 4월부터 비개발 및 지원부서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단행한 바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막한 지스타(G-STAR) 현장 부스를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외 게임사들 감원 추세 계속 

 

12년 만에 진행되는 대규모 희망퇴직 배경에는 12년 만의 분기 적자 전환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0.8% 감소한 1조 7798억 원으로 영업이익은 75.4% 급감한 1373억 원이었다. 여기에 올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고 영업손실 143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위로금 지출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규모의 직원 인건비를 털어낼 계기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직원 인건비(미등기임원 포함)는 2668억 원(4886명)으로, 주요 게임사 중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크래프톤(1719명)과 넷마블(794명)은 각각 1056억 원, 311억 원으로 나타났다. 넥슨코리아(3699명)는 급여 총액을 밝히고 있지 않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4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본사 기준 인력이 현재 4000명대 중반 이상이다. 분사, 희망퇴직, 프로젝트 정리 등의 절차가 모두 완료되면 내년 중 3000명대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4분기에 마무리하지 않으면 내년까지 실망스러운 결과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핵심 IP 실적이 감소하는 상황은 비단 엔씨소프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업계는 고정비용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산업이 커지며 개발자 등 인력 증원이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업황에 맞게 효율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신작에 따라 프로젝트로 움직이는 게임업계에서 사업 재편과 인력 개편은 늘상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시장 환경이 변화한 만큼 이에 대처하는 다양한 전략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씨소프트 같은 조건을 내건 사례가 다시 나올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인력 조정이 진행될 만큼 비슷한 체급의 기업도 손에 꼽히는 데다 이번 개편안은 업계에서도 파격이라는 평가다. 최근 국내 중견 게임사 쿡앱스는 채용 전환형 인턴을 계약 기간 후 전원 탈락시키고 개발조직을 절반가량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국내 게임 개발사 해긴의 경우 야구게임 신작 개발팀 직원 10여 명을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컴투스, 데브시스터즈, 넷마블에서도 두 자릿수 인력 감축이 시행됐고,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도 올해 초 본사와 각국 지사 인력의 11%를 정리하는 등 국내외 구분 없이 공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과 교수는 “박병무 대표 체제에서 군살 빼기를 시도하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전례 없던 희망퇴직 조건은) 게임이 20조 원 넘는 산업이 되고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며 통과의례 격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가 제일 먼저 총대를 메고 시작한 것인데 이 정도 규모인 기업이기에 가능한 보상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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