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주말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 e스포츠의 ‘디펜딩 챔피언’인 T1이 2년 연속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소속된 T1은 지난 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 빌리빌리 게이밍을 세트 스코어 3대 2로 꺾고 우승했다.
이 대회는 매년 각국 리그를 제패한 최강의 팀들이 모여 승부를 겨루는 것으로, e스포츠계의 월드컵이라는 평가와 함께 ‘롤드컵’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특히 롤은 결승전 시청자 수만 연간 5억 명으로 추산될 만큼 국내외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 시청자 수는 1억 명, 온라인 누적 시청자 수는 4억 명에 달했다. 올해 대회 총상금도 222만 5000달러(약 30억 원)에 달한다.
게임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왜 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지 궁금해할 수 있다. 롤은 5명씩 팀을 이뤄 전투를 벌이는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는 다른 스포츠와 비슷한 측면이 있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페이커는 과거 “승부를 가리기 위해 연습하고 경기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영감을 얻는다면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스포츠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T1은 2004년 SK텔레콤이 설립한 e스포츠 구단으로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2021년 인적 분할 이후에는 SK하이닉스의 지주사인 SK스퀘어가 55.3%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로, 미국 컴캐스트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스퀘어는 T1의 밸류업을 위해 2022년 컴캐스트와 함께 13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페이커 선수와 재계약도 성사시켰다”고 전했다.
또한 “T1의 롤드컵 우승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e스포츠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페이커 선수의 브랜드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T1은 지난해 346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45% 성장한 수준이다. T1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듯 4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SK스퀘어의 주가가 7% 이상 급등했다.
사실 이날 SK스퀘어의 주가 급등은 SK하이닉스와도 연관이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8% 증가한 17조 5731억 원에 달했으며, 영업이익도 흑자 전환해 7조 300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 입장을 밝힌 것도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또한 최태원 회장이 이날 열린 SK AI 서밋에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는 일화를 소개한 것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K스퀘어는 T1의 밸류업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K스퀘어는 이달 안에 기업가치 제고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배당 수입과 크래프톤 지분 매각 대금을 활용한 추가 주주환원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밸류업 계획 공시만으로 주가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은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SK스퀘어의 주가는 SK하이닉스 주가에 크게 연동되지만, 최근 주가는 64% 할인된 수준이며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고려하면 할인율 50%대는 부담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의 질적 측면에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SK플래닛과 티맵의 매출 성장률이 내년 각각 10%, 14.4%로 예상된다”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따른 지분법 이익 증가로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은 각각 2조8600억 원, 4조4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또한 “자산 회전율 전략을 구사하는 국내 유일의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회수 금액의 일부를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모범적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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