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자영업은 쉽지 않다. 소상공인 사장님은 특히 고달프다. 재료비·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경쟁이 치열해 제품이나 서비스 요금을 인상하기는 어렵다.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인력을 최소화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본인의 몸을 갈아 넣는다. 그 결과 건강이 악화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인 인간관계까지 단절돼 외로움을 느끼는 사장님이 많다.
간혹 언론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보다 높아, 경제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소득 격차를 발생시킨다고 보도한다. 은근히 자영업의 소멸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깔린 듯하다. 생업을 위해 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사장으로서는 이러한 내용을 보면 허탈하면서도 불쾌할 수 있다.
가맹사업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법률적으로 가맹점사업자(점주)·임차인 등에게 갱신청구권을 부여하고, 계약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전제로 갱신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최대 10년간의 계약기간을 보장한다.
따라서 법 조항만 보면 가맹본부·임대인 등이 거래를 중단하거나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가맹점사업자·임차인이 일실이익(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 이익) 상당의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 그 일실이익을 산정하는 기간은 법적으로 보장된 계약기간 10년에서 실제 이행된 계약기간을 제외한 나머지가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가맹거래를 3년간 지속하던 중 가맹본부가 일방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고 가정하자. 가맹점사업자가 입은 손해의 액수는 법률상 계약기간 10년에서 실제 이행된 계약기간 3년을 제외한 나머지 7년에, 통상 예견된 연간 순이익을 곱한 금액으로 산정하는 식이다.
그러나 법원은 일방적으로 거래가 중단된 사안에서, 장래 일실이익 상당의 손해액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계약기간을 2~3년 정도로 봤다. 즉 법률상 보장된 계약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따지지 않고, 해당 가맹점은 2~3년 정도 운영될 것으로 예상되니 그만큼의 일실이익만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과거 필자는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여러 사례를 접하고, 통계를 확인해 보니 법원의 판단이 정확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법률이 어떻게 정하든 우리나라에서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2~3년 이상 버티기 어렵고, 대체로(약 50% 정도) 2~3년 내에 폐업하게 된다. 따라서 2~3년 정도의 일실이익만을 보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별한 주장이나 입증이 없다면 그 이상 배상하는 것은 과잉 배상이 된다. 수천만 원, 수억 원을 투자해 매장을 개설하는데, 대부분 2~3년 내 폐업한다니 살벌하지 않은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해 우울한 내용만 언급했지만 장점도 많다. 먼저 하루하루 본인이 열심히 일한 만큼 번다는 점에서, 조직 생활 등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관행으로 인해 겪는 스트레스가 없다. 벌어 들이는 돈을 보면 피곤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고용 불안도 덜 하다. 불경기로 인해 사기업의 경우 40대 후반만 돼도 자리보전이 당연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자영업은 그런 문제가 없고, 일찍 시작해 자리 잡았다면 연차가 쌓일수록 느긋해질 수 있다.
최근 만난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장님이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은 인력 관리 문제다. 필자는 사장님으로부터 “우리나라는 이제 사람 써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 사람을 써서 유지하는 사업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채용으로 얻는 이익보다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인력 관리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이상 무인으로 운영하는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도 사업 종류에 따라 인력 채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그리고 사업을 확장하면 매니저 직급의 사람은 필요하니 인력 관리를 피할 수 없다.
인력 관리 문제와 관련해 △프리랜서로 채용했는데, 퇴사 시점에 갑자기 근로자임을 주장해 고용노동부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 △매장 물건을 낭비하고 자금을 횡령하며, 불성실하게 근무해 매장에 손해를 끼친 사례 △성희롱 당했다고 주장하며 사장을 고소하고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 △퇴사 후 기존 매장 인근에 경쟁 매장을 차리는 사례 △다른 매장에 취업해 기존 매장의 고객·영업 정보를 빼돌리고, 심지어 기존 매장의 고객에게 연락해 뺏는 사례 △퇴사 후 기존 매장의 직원과 접촉해 채용을 시도하거나, 기존 매장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아 분위기를 흐리는 사례 등이 있다.
이러한 사례는 사소한 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 사장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나 형법상 범죄 등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직원·아르바이트생에게 일방적으로 온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이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는 견해는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인한 증거 확보의 용이성, 인터넷 검색의 일상화로 인한 법률 지식의 보편화를 감안하면 직원들이 법을 이용하지 못해 손해를 보기만 한다고 가정할 수 없다. 또한 젊은 직원은 과감하게 고소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데, 사장은 업장을 지키기 위해 수동적· 방어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어 오히려 부당한 압박을 당할 수도 있다.
아무튼 필자가 겪은 사안을 사탕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 사장에게 드리는 조언은 다음과 같다.
① 프리랜서면 프리랜서 답게, 근로자면 근로자 답게 대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로 채용했다면 근로시간이나 장소 등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근로자로 대우하면 일상적인 지시를 했음에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근로자에 비해 불이익한 처우를 해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② 매장 혹은 직장 내에서 성적인 언행은 절대 하면 안 된다. 발화의 원인이 본인에게 있던 직원에 있던 따지지 않는다. 매장은 일하는 곳이지 담소를 나누는 곳이 아니다. 성적인 언동은 민형사상 책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③ 비밀 유지 약정, 고객정보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약정, 경업 금지 약정, 위약금 약정 등을 근로계약서·사규·취업규칙 등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법원은 직원이 열위에 있어 위와 같은 약정을 어쩔 수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기 때문에 약정의 효력을 제한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④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와 같은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사항은 당연히 준수·이행해야 한다. 형식적인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점에 민원을 제기한 직원과 합의하는 경우가 많다. 매장을 운영하느라 서류·문서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면, 급여·퇴직금 등을 지급한 후 퇴사자와 향후 상호 간에 법률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⑤ 사장이 매장에만 있으면 그 매장은 발전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긴 하다. 그러나 사장이 매장에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긴다. 퇴사자가 현재 직원에게 접촉해 물을 흐리는지, 기존 고객을 탈취하는지 등은 소문이 나기 마련이고 이는 사장이 매장을 자주 둘러보면 파악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은 일반적인 내용일 뿐, 조건과 상황에 따라 사전 대비와 사후 조치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들어 권리의식의 신장, 증거 확보의 용이성, 법률 지식의 보편화 등으로 인력 관리 측면에서 법률적 문제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서 언급한 문제의식 정도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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