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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쟁 2차전' LG유플러스는 정말 왓챠 데이터를 훔쳤나

왓챠 "데이터 계약 위반해 활용한 기록 있어" 유플러스 "계약 내 사용, 법 위반 없어"

2024.10.31(Thu) 17:31:15

[비즈한국] 박태훈 왓챠 대표가 LG유플러스의 ‘U+tv모아’를 다시 직격하고 나섰다. 모바일과 웹에서 콘텐츠 정보탐색 기능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가 왓챠의 콘텐츠 추천·평가 서비스 ‘왓챠피디아’ 데이터를 무단으로 활용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왓챠와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인수 협상 무산 이후 ‘데이터 탈취’ 의혹을 두고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왓챠는 그간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각각 심사 불개시와 사건 종결 결정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특허청에 LG유플러스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를 물었다. 양 사간의 다툼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양상이다.

 

왓챠와 LG유플러스의 기술 탈취 공방 2차전이 시작됐다.


#기관 신고 ‘세 번째’, 이번엔 신규 서비스 출시·데이터 기록 근거 

 

왓챠는 지난달 12일 특허청에 데이터 무단 사용으로 LG유플러스를 신고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술탈취 혐의로 LG유플러스를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기업벤처부에 신고한 데 이은 세 번째 대응이다. 공정위와 중기부는 각각 심사 불개시, 종결 결정을 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게 왓챠의 시각이다. U+tv모아 서비스가 실제 출시됐고 이 신규 서비스가 정해진 계약범위를 위반했다는 증거가 확보됐다는 것.

 

왓챠 관계자는 “2018년 1월 맺은 데이터 계약서상 LG유플러스는 별점, 코멘트 정보 등을 포함한 왓챠의 데이터를 U+모바일 TV 및 IPTV 서비스에만 한정해 사용할 수 있다. 신규 서비스에는 적용되지 않고 계약 금액도 이 조건으로 산정됐으나 명확한 데이터 침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U+tv모아는 LG유플러스 IPTV 고객들이 모바일 앱으로 콘텐츠 정보를 확인하고 평점을 직접 매길 수 있도록 한 정보탐색 커뮤니티 서비스다. VOD 서비스 편의를 위한 동반 서비스로 지난해 말 비공개테스트를 거쳐 올 2월 정식 출시했다. 2012년부터 영화 평가 및 추천 서비스를 표방한 왓챠피디아와 콘셉트가 큰 틀에서 유사하다. 공정위와 중기부가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던 시점에는 U+tv모아가 없었거나 중간에 베타 서비스가 출시됐다는 점도 특허청에서 판단을 달리할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LG유플러스의 데이터 탈취 의혹을 증언했다. 지난 5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OTT 대표 간담회에 참석한 박 대표. 사진=연합뉴스


왓챠는 데이터 탈취 흔적이 기록으로 남았다고 설명한다. 개발자 출신 박태훈 왓챠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U+tv모아 서비스가 출시된 것을 확인하고 웹사이트 개발자 모드에 접속해 앱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로그를 통해 왓챠 데이터를 내려받고 있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의혹 수준에서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도 전망됐던 분쟁은 특허청에 재차 신고된 데 이어, 국감에 오르며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계약의 범위에서만 왓챠 데이터를 활용했고 왓챠가 제공하는 기능은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공유하고 제공되는 수준이며 고유한 영업비밀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관련 법을 저촉하지 않았고 앞서 공정위, 중기부에서도 해당 사안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린 바 있다고 반박했다. 

 

#인수 논의 일방 종료 직후 ‘기술탈취’ 의혹, 새 국면 맞나 

 

“LG유플러스가 요청한 정보를 두고 내부 엔지니어가 ‘몇 명의 인력이 어떻게 구현해야 왓챠피디아의 서비스처럼 만들 수 있는지를 요구하는 수준’이라며 우려했을 정도다. 지주사 승인만 남았다며 장기간 시간을 끌던 상황이라 어떻게든 투자 진행을 완료하려고 했다.”(박 대표 국감 증언)

 

왓챠는 LG유플러스와의 갈등을 이례적인 사태로 규정했다. LG유플러스의 정보 요구는 ‘과했고’ 왓챠는 이를 수용할 정도로 ‘급했다’는 것이다. 다만 투자 및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의 영업비밀 탈취 등의 사안은 관행처럼 일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자위 소속 송재봉 의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술탈취는 지난해만 상담 건수가 6740건에 달할 정도로 비일비재하다”며 “투자를 미끼로 기술정보를 요구한 후 유사제품을 내놓는 행위는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번 사안에서는 M&A 과정에서 투자를 명목으로 구체적인 기술정보를 요구한 아이디어 침해 건 역시 주요 쟁점이다. 왓챠는 LG유플러스가 투자 의사를 밝히면서 왓챠의 기밀 자료를 요구했고 지난해 5월 10개월 만에 논의를 중단하며 자체 사업으로 선회했다고 보고 있다.

 

M&A는 존속 여부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던 왓챠에겐 절실한 기회였다. 왓챠는 2021년 말 490억 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30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이듬해 초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하며 기업가치 5000억 원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추락을 거듭했다.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콘텐츠 투자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2022년 영업 손실(555억 원)은 전년(248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고 현금성 자산은 바닥났다.

 

2011년 설립 당시 영화 추천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다가 2016년 자체 OTT ‘왓챠플레이’를 선보인 왓챠에게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의 의미는 남다르다. 타 OTT와 구분되는 강점으로 내세우는 주요 기능이기도 하다. 

 

현재 특허청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신고를 앞선 공정위, 중기부 신고 건과 동일한 문제제기로 판단할지, 혹은 신규 서비스 관련 공급 계약 위반 건을 별도의 사안으로 판단할지가 중요한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차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른 부처에서 기각 등 부정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새로 다퉈야할 쟁점과 법리가 상이하다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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