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국정감사에서 피씨엘이 국내 최초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타액 기반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임상시험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만장일치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키트는 한 달 만에 허가를 받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공급됐다. 피씨엘 측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나, 김소연 피씨엘 대표가 대통령 부부와 이웃 주민으로서 가깝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Character(인물)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1971년 10월 5일생으로 만 53세다. 1994년 고려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LG화학 기술연구원으로 근무하다 동국대학교 의생명공학과 교수로 면역진단 연구 등을 진행했다. 2008년 2월 제자들과 피씨엘을 창업했고, 2021년부터 고려대학교 융합연구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씨엘 CFO(최고재무책임자)였던 세 살 터울의 동생 김인규 씨는 지난 11일 피씨엘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달 29일까지 유급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슬하에 딸과 아들 한 명씩 있다. 딸 이지원 씨는 1999년생으로 MIT에 재학 중이다. 아들 이승현 씨는 2007년생으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배우자 이동기 씨는 올릭스의 대표로 1972년생이다. 김 대표와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만 피씨엘은 지난 9월 13일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내고 김 대표와 이동기 씨의 특별관계 해소를 공시했다.
#Career(경력)
김소연 대표는 수십 년 된 EIA(enzyme immunoassay, 효소면역측정법) 기술이 면역진단 시장에서 쓰이는 것을 보고 기술혁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2017년 김 대표는 피씨엘 상장 기념식에서 “40년이 지난 면역 진단 기술이 아직도 쓰이고 있다. 정체된 면역 시장에서 혁신을 이루고자 피씨엘을 창업했다”고 밝혔다.
피씨엘은 다중면역진단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제품 상용화를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핵심 연구인력 가운데 한 명으로 연구총괄을 맡고 있다. 충남대학교 약학박사인 김진홍 연구소장과 동국대학교 의생명공학박사인 런슈오 팀장 등이 핵심 연구인력이다.
김 대표는 연구 성과에 힘 입어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에서 국무총리 표창(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올해의 산업혁신 기술상’ 장관상(2022년), 환경부 ‘환경기술개발 30주년 기념행사’ 공로상(2022년) 등을 수상한 바 있다.
#Capability(역량)
김 대표가 설립한 피씨엘은 면역진단용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 및 제조 등을 주요사업으로 한다. 피씨엘은 다중면역진단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로 고위험군 바이러스 혈액 스크리닝 다중면역 진단제품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3차원 고정화 원천기술(SG Cap™ Technology)은 높은 특이도를 바탕으로 최대 64개까지 동시 진단이 가능하다. 주요 제품은 △혈액선별용 다중진단 △현장신속진단 △코로나19 진단 △플랫폼 서비스 등으로 구분된다.
김 대표는 논문이 90여 편에 달할 정도로 연구에 진심인 인물이다. 기술 이전 및 지도 성공 이력도 다수 있다. 2022년부터 미국 MIT 화학과 기업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 직속 국가 과학심의위원회 바이오헬스 분야 위원, 국가 과학기술심의회 기계소재 전문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Critical(비판)
피씨엘은 올해 두 번이나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지연공시(2월), 소송 등의 제기·신청(일정금액 이상의 청구) 지연공시·소송 등의 판결·결정(일정금액 이상의 청구·물품대금 청구의 소) 지연공시(4월) 총 3건이다.
지난 2월 김 대표는 ‘주주님들께 전하는 글’을 통해 투자 진행 지연 경위를 설명하며 “당사는 코로나 시절 수백 건의 의무공시를 실행했으나 한 번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적 없는 매우 성실한 회사다. 그런데 주식시장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자발적으로 실행한 자율공시에 대해 지연공시를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에 지정된 후 유례없는 주가 하락을 겪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피씨엘은 2021년 소송 등의 제기·신청 지연공시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은 후 공시 관련 내부보고 체계 수립 및 상벌 체계 정비, 공시 담당자 의무교육 이수 등 내부통제 절차 보완을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년 반 만에 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2022년에는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타액 기반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PCL COVID19 Ag Gold’ 제품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한 후 2주 넘게 입장을 밝히지 않아 주주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Challenges(도전)
최근 국정감사에서 피씨엘이 타액 기반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임상시험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임상시험을 담당한 삼광의료재단이 자료에 서명만 하는 방식으로 임상결과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식약처가 공익신고를 받고 서울동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해 현재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씨엘은 식약처에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허가를 신청했으나 만장일치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하고 고작 4일 만에 임상시험을 완료해 허가를 재신청했다”며 “심사 소요 28일 만에 식약처 허가를 받고, 만 하루 만에 대통령 취임식 공급 결정을 사내에 공지하고, 취임식 전날 15%가량 폭등한 주가까지 기막힌 타이밍”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김 대표가 “1000명을 임상하게 생겼다. 임상 이렇게 한 번에 하는 거 쉽지 않아요”, “간호사 선생님 입막음하려면 돈으로 막는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지금 돈도 엄청 드는데 하여튼 그러고 있어요. 하지만 삼광에서 버텨주면 우리는 되는 거예요”라고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삼광의료재단 측은 아직까지 녹취 내용과 관련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더욱이 김 대표는 여러 차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드러낸 바 있어 이 같은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아크로비스타에 거주 중인 김 대표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 “이웃에게 항상 친절하고 인연과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잊지 않고 이렇게 꼬박꼬박 선물을 보내주시는 VIP 1, 2에게 항상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대통령 부부로부터 받은 선물 사진을 게시했다.
피씨엘은 지난 24일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피씨엘은 “이번 감사에서 제기된 임상 조작 의혹 및 진단키트 허가과정의 특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도 밝혔듯 정상적인 허가과정을 통해 승인됐음을 명확히 밝힌다”며 설명했다.
김 대표 녹취록을 두고는 “김 대표가 대학교 선배에게 임상검체 시행기관을 소개해줘서 개인적으로 고마움을 크게 표시한 것으로, 실제 임상을 진행해 잘 끝났다고 언급하는 내용이다. 녹취에 등장한 몇몇 표현은 여러 부분이 짜깁기된 결과가 왜곡돼 공개된 것”이라며 “특히 소개한 임상검체 시행기관에 정상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부분에 대해, 검체수집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돼 돈이 많이 든다는 내용을 친한 선배에게 다소 편하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이지 그에 대한 어떠한 불법적인 내용도 언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이달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무려 47개의 사업목적을 추가하며 내년도 흑자 전환을 내세웠다. 하지만 주요 사업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유아동 제품, 주방용품 유통업, 유아동 교육 서비스업’, ‘광고대행업, 광고물 작성업, 홈쇼핑 광고업’ 등이 포함돼 의문을 자아냈다. 피씨엘은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최고 실적을 달성한 후 2021년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미국 GEM이 투자 철회를 결정하며 김 대표는 자금 조달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
[단독] "삼성·구글만 허용…" 갤럭시 폰에 서드파티 앱 알람 아이콘 차단, 왜?
·
빗썸, 부실 계열사들 싹 정리하더니 사회공헌에 힘 주기…IPO 앞두고 체질 개선 중?
·
아워홈·남양유업 주총 결의 취소, 대주주 '셀프 보수' 관행 멈출까
·
"위고비보다 효과적" '마운자로' 출시 어떻게 돼가나
·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제' 도입 9년 차, 공급 차질은 왜 해결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