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매장 ‘세포라’가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K-뷰티의 높은 벽을 실감케했다. 세포라는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운영하는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 ‘뷰티 공룡’으로 군림해왔다. 지난 2019년 10월 국내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실적이 악화했다. 그러나 세포라가 주춤하는 사이, K-뷰티 시장은 오히려 팬데믹을 거치며 글로벌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역시 K-브랜드의 연쇄적인 성공 때문이다. K-드라마, K-팝, K-푸드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 최근에는 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한국의 술 게임을 소재로 한 ‘아파트(APT.)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자, K-컬쳐와 K-주류는 물론이고, 로제를 메이크업 한 아티스트와 관련 제품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렌드로서 K-뷰티의 인기는 당연히 시간이 지나며 식겠지만 하나의 장르로 남게 될 것”이라며 “K-뷰티는 제품력, 기획력이 좋은데다 가격까지 합리적이기 때문에 한 장르로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K-뷰티는 기존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의 침투율도 높아지며 실적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 침투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미국 내 K-뷰티가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아가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과거와 다르게 단일 국가에서의 성장이 아닌 유럽,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수출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K-뷰티는 이커머스는 물론, 대형마트 등의 유통채널에서도 수익 창출을 위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무신사, 마켓컬리 등이 오프라인 뷰티 행사를 펼치거나 쿠팡이 고급 화장품 로켓배송 서비스 알럭스(R.LUX)를 출시하는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다. 심지어 생활용품 판매점 다이소도 저렴한 가격대로 대기업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공략하거나 편의점들도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와 협업해 화장품 개발에 나서는 등 여러 유통채널에서 화장품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화장품주는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들어 18% 이상 하락했고, LG생활건강과 한국콜마도 8% 이상 떨어졌다. 최근 화장품주의 주가 부진한 것은 글로벌 소비 둔화 우려 때문이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화장품 산업 내 경쟁에 대한 투자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발표된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의 다소 아쉬운 실적도 섹터의 투자심리를 훼손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고, 인디브랜드가 살아나고 있어 지금이 화장품주에 투자해야할 시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정한솔 연구원은 “2분기 대형사의 지속된 중국 사업 부진, 높아진 시장 눈높이로 실적 모멘텀 약화, 수출 피크아웃 우려로 지난 18일 기준 화장품 업종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P/E)은 13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연초 17배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상반기보다 하반기 화장품사들의 실적 성장률이 더 잘 나오느냐 혹은 새롭게 성장주로 부각 받을 다른 섹터로의 수급 이동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려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회사들은 연말이 되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홀리데이 한정판’을 내놓거나 헬로키티나 짱구, 카드캡터체리 등 추억의 캐릭터와의 콜라보로 소비자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나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묻따’ 브랜드 충성 소비보다는 ‘듀프(Dupe)’ 소비가 유행하면서 이를 겨냥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듀프는 복제품을 뜻하는 듀플리케이션(Duplication)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고가의 인기 제품과 비슷하면서도 저렴한 가격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뜻한다. 이해니 연구원은 “명품 외국 브랜드 화장품과 한국 브랜드 화장품을 비교하는 틱톡 영상도 많아지고 있다”며 “그만큼 한국 화장품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와 견줄 정도의 제품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알아주는 소비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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