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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변호사 징계 정당" 변협 손들어준 법원, AI 도입에 어떤 영향?

"새로운 변화도 대한변협이 징계할 수 있게 돼" 향후 적극 대응 가능성 높아

2024.10.28(Mon) 11:29:58

[비즈한국] 지난 24일 변호사업계가 들썩거리는 결정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정준영)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가 ‘로톡 관련 변호사단체의 징계 조치’를 이유로 낸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모두 취소하라고 한 것인데, 사실상 변호사단체와 로톡의 싸움에서 법원이 변호사단체 손을 들어준 셈이다.

 

리걸테크(법률+기술 결합 서비스)가 변호사 시장에 진입하는 게 결과적으로 변호사들의 소득 감소를 유도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변호사단체들이 향후 AI 도입에 대해서도 징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서울 교대역에 설치된 로톡 광고판. 공정위가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한 대한변호사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최준필 기자

 

#공정위 상대로 이겼지만, 의미는 ‘징계권 인정’

 

공정위는 지난해 2월 대한변협과 서울변회의 변호사 로톡 탈퇴 요구 및 징계는 잘못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각 10억 원을 부과했다. 변협은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이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변호사 알선’, 이른바 브로커에 해당한다며 변호사 업무 광고 규정과 변호사 윤리장전을 개정해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할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에 대해 견책 및 과태료 부과 등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변호사징계위원회(징계위)를 열어 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에 대한 대한변협의 징계 처분을 모두 취소했고, 공정위는 대한변협과 서울변회에 각각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변호사단체의 로톡 징계는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로톡 편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이를 법원이 문제 삼고 나섰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는 1심 성격을 갖는 공정위 판단에 따를 수 없다며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2심(서울고법 행정3부)은 공정위가 변협 등에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있는 변호사 직무는 리걸테크 등 변화에 탄력적이고 유연한 규제가 요구되는 만큼 변호사 광고 범위를 정할 때는 변협에 상당한 재량이 부여돼 있다”며 “변협 등의 광고 규정 개정과 변호사에 대한 감독 및 징계에 절차적 하자가 없고 공정거래법 위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존 법 체계와 리걸테크가 충돌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변호사들이 리걸테크를 이용하는 경우 사업 내용이나 활동에 대한 변협의 검토·심사 등 검증이 불가피하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변호사단체들 ‘환영’, 징계 더 확대되나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는 즉각 ‘환영’ 입장을 내놨다. 대한변협은 판결 다음날 “법원의 공정위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판결을 환영하고, 변협의 징계 조치가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님에도 공정위가 무분별하게 과징금을 부과했다는 것이 다시 드러났다”며 “법률 플랫폼에 대한 변협의 징계 행위가 합리적으로 근거 있는 행위임이 확인된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로톡을 포함해 AI 등 리걸테크에 대한 엄중 대응과 고강도 규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변호사단체들의 징계권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만큼, 향후 변호사 시장에 진입·도입하려는 리걸테크 기업이나 기술에 ‘징계’로 맞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는 AI는 물론 로펌들의 리걸테크 도입조차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첨단 기술이 도입될 경우, 변호사시험에 갓 합격한 변호사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그래서 현재는 대형 로펌들이 자체 자료를 바탕으로 한 AI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선에서 그치고, 이를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등에는 활용하지 않는다. AI 법률 상담 서비스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던 법무법인 대륙아주도 서비스를 최근 중단한 상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자본을 바탕으로 한 AI 등의 기술이 법조계에 들어오면 변호사들이 정말 시간당 1만 원을 받고 일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며 “변호사들의 윤리적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변호사단체들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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