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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스타트업이 구동독 지역 살릴까 '국제 스타트업 캠퍼스 로드맵 2030'

중부 독일 지역 국제화 위한 전략과 계획 제시…베트남, 중국, 일본 현지서 해외 진출 도와

2024.10.28(Mon) 10:05:49

[비즈한국] 독일은 유럽의 대표적인 경제 대국으로 ‘유럽의 엔진’으로 불린다. 하지만 최근 몇 차례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자 장기적으로 침체기가 올지 모른다는 ‘독일 위기론’이 대두되었다. 전통적으로 독일 경제의 허리를 담당했던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이나 미국 기업보다 전동화에 뒤쳐지면서 휘청거리고, 제조업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약화되면서 제조업 중심의 수출 주도형 국가인 독일이 힘을 못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위기론 속에서도 스타트업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독일의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다. 지난 9월 17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약 12조 원 규모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윈 이니셔티브(WIN Initiative)의 출범을 알렸다. 스타트업이 정체되어 있는 독일을 끌어줄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16개로 이루어진 독일의 각 연방 주에서는 스타트업과 관련한 다양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중부 독일의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성공하도록 지원하는 ‘국제스타트업 캠퍼스 로드맵 2030’. 사진=internationalstartupcampus.com

 

#구동독 지역의 고민, 해결책을 견인하는 스타트업 커뮤니티

 

특히 구동독 지역의 연방주들은 통일 후 3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구서독 지역과 경제적 격차가 큰 지금 상황에 대해 고민이 깊다. 구동독 지역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메클렌부르크-포어폼먼, 작센-안할트, 작센, 튀링엔으로 이뤄져 있으며, 베를린은 시(市)이면서 주(州)다. 

 

실제로 통일 30주년 기념으로 독일 연방 정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구서독 지역의 1인당 GDP는 4만 3449유로이나, 구동독 지역의 1인당 GDP는 3만 27유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장 최근인 2023년 기준으로도 구동독 지역 1인당 GDP는 3만 유로 수준으로 독일 평균인 4만 2953유로보다 낮다. 실업률도 큰 차이를 보인다. 1994년 서독의 실업률은 8.1%인 반면 동독은 무려 14.8%였다. 2019년에는 각각 5.1%와 7.1%로 감소했으나 두 지역 간 차이는 아직 존재한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침체된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로 지속적인 기대를 받고 있다. 구동독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중부 독일의 구동독 지역 주 정부들이 힘을 합쳐, 앞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스타트업의 역할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나누었다.

 

국제 스타트업 캠퍼스 로드맵 2030 발표 현장. 사진=이은서 제공


지난 10월 23일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클럽 인터내셔널(Club International e.V.)에서 ‘국제 스타트업 캠퍼스 로드맵 2030(International Startup Campus Roadmap 2030)’이 열렸다. 이 행사는 독일 중부 지역(작센, 작센안할트, 튀링겐)의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중부 독일의 주요 도시인 할레(Halle)-예나(Jena)-라이프치히(Leipzig) 대학 네트워크가 행사를 주관했고, 2020년부터 다양한 타깃 그룹을 대상으로 기업의 국제화를 지원해온 국제 스타트업 캠퍼스( International Startup Campu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행사의 목표는 2030년까지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개발하고, 중부 독일의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탐색하고 성공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행사에는 튀링겐 공공 펀드인 bm-t(bm-t beteiligungsmanagement thüringen GmbH)의 케빈 리더(Kevin Reeder) 대표, 작센안할드 주 정부 경제부의 스타트업 담당관인 다니엘 보어흐(Daniel Worch), 율리히 연구소의 창업 및 혁신 지원 책임자 슈테판 카우쉬(Stefan Kausch), 작센주 수출 진흥공사인 IOSax의 프로젝트 매니저 로니 크뢰너트(Ronny Krönert) 등이 패널로 참석해 열띤 논의를 펼쳤다.

 

#중부 독일의 기업을 위한 국제화 전략과 지원

 

이번 행사에서 패널들은 중부 독일의 기업들이 겪는 국제화의 어려움과 기회에 대해서 얘기 나누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케빈 리더는 “지역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국제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 경제 포럼과 같은 다양한 지원 체계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국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우며, 특히 북미와 아시아의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중부 독일 지역에서 AfD(독일대안당)와 같은 우파 정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이 국제화에 잠재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지난 9월 독일 지방 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AfD는 튀링겐, 작센, 브란덴부르크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튀링겐에서는 지지율 33%로 1위를 차지했으며, 작센과 브란덴부르크에서도 2위에 오르며 점점 더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우파 정당이 급부상하는 배경에는 동독 지역 주민들 사이의 경제적 불만과 서독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독일 통일 이후 동서독 간의 경제적 격차는 여전히 존재하며, 이는 동독 주민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동독의 실업률은 여전히 서독에 비해 높고, 1인당 GDP는 서독보다 낮은 상황이다. 또 통일 과정에서 서독의 경제 및 정치 시스템을 강요받은 경험은 동독 주민들에게 서독에 대한 반감을 심어주었다.

 

특히 AfD는 반이민, 반난민 정책을 강조하며 이민자 및 외국인에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중부 독일이 국제 인재와 스타트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패널들은 국제화와 다문화 수용을 통한 경제 성장과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역 사회와 정치권이 이러한 국제화를 지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fD의 득세가 단기적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 경제의 성장과 국제화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국제 인재 유입의 필요성과 지원 방안

 

이번 토론에서는 국제적 인재 유입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현재 독일은 여러 가지 이유로 외국인 인재들이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비자 발급 절차가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한 참석자는 “독일에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졸업 후에도 머무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각종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용주가 외국인 인재 채용 시 겪는 어려움을 줄이는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여러 패널은 경제 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보다 쉽게 확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인 다니엘 보어흐는 “독일 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재들이 유입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방 자치 단체와 경제 개발 기구가 협력하여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아시아, 특히 한국과 일본과의 협력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중부 독일 기업들은 일본 및 한국과의 교류를 통해 신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 큰 기대를 보였다. 일본과 한국은 독일의 혁신 기술과 연구기관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중부 독일은 이러한 국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중부 독일 기업들은 일본 및 한국과의 교류를 통해 신시장 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사진=internationalstartupcampus.com

 

#2030 로드맵과 중부 독일의 국제화를 위한 과제

 

이번 행사에서 발표된 ‘국제스타트업 캠퍼스 로드맵 2030(International Startup Campus Roadmap 2030)’은 중부 독일의 국제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계획을 제시하며 참석자들의 관심을 크게 받았다. 이 로드맵은 중부 독일 기업들이 해외 진출 시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중부 독일이 유럽 내 국제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다양한 국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중부 독일의 기업들이 쉽게 해외 진출할 수 있도록 국제 네트워크 확장을 지원한다. 두 번째로 스타트업들이 아시아와 북미 등 주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현지 시장 진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세 번째로 프라운호퍼,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 독일의 우수한 연구소와 협력해 스타트업이 혁신 기술 개발을 촉진한다. 네 번째로 외국인 인재들이 독일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고용주가 인재 채용 시 필요한 서류 절차를 간소화한다.

 

국제 스타트업 캠퍼스는 현재 베트남, 중국, 일본에 현지 데스크를 운영하면서, 중부 독일 스타트업들이 아시아 지역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국제 스타트업 캠퍼스 로드맵 2030 행사는 독일 중부, 특히 구동독 지역에서 스타트업이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통일 이후에도 여전히 경제적 격차와 사회적 반목이 존재하는 이 지역에서, 스타트업과 혁신 기술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는 해결책이 될까. 그렇게 된다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신사업 모델과 기술은 비단 구동독 지역뿐만 아니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일 전체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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