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동생 구지은 전 대표이사와 구명진 전 사내이사 재임 시절 주주총회에서 이뤄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를 취소해달라며 아워홈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근 승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을 제기한 구본성 전 부회장은 2021년 보복운전으로 유죄를 선고받으며 아워홈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는데, 이후 각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 오른 동생들이 자신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의결에 참여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구지은-구명진 이사 보수 한도 ‘셀프 책정’ 취소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주진암)는 지난달 27일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4월 아워홈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의한 2023년도 이사보수 한도 승인을 취소하는 내용이다. 구 전 부회장은 이 안건이 자신을 제외한 주주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자, 당시 이사로 재직하던 동생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전 이사 의결권 행사가 위법하다며 지난해 5월 소송을 냈다.
아워홈은 범LG(엘지)가 종합식품기업이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셋째 아들인 구자학 선대회장이 2000년 LG그룹에서 분리해 설립했다. 현재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단체급식 및 식품 사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 지분은 구자학 선대회장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38.56%)과 장녀 구미현 회장(19.28%), 차녀 구명진 전 이사(19.6%), 삼녀 구지은 전 부회장(20.67%) 등이 나눠 가졌다. 남매간 합종연횡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앞서 아워홈은 지난해 4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2023년도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다. 같은 해 회사 이사 보수 한도를 전년과 동일한 150억 원으로 정하는 내용이었다. 주주총회에는 대리인을 포함한 주주 전원이 출석했고 구본성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찬성(동의율 61.44%)으로 가결됐다. 당시 대표이사였던 구지은 전 부회장과 사내이사였던 구명진 전 이사도 주주로서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문제 삼은 지점은 동생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전 이사의 의결권 행사다. 상법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구 전 부회장은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전 이사가 회사 이사로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으니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주식을 빼면 찬성 주식 수(동의율 35.43%)가 의결정족수인 출석 주식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을 것이므로 법령을 위반한 주총 결의를 취소해야 한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아워홈 이사인 구지은, 구명진은 이사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결의가 이뤄지면 그 한도에서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므로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구지은, 구명진이 보유한 주식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수에 산입돼서는 안된다”며 “이 사건 결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가 의결권을 행사한 하자가 있으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경영권 분쟁 끝날까’ 구본성→구지은→구미현 대표 변경
소송을 낸 구본성 전 부회장은 당초 구자학 선대회장의 후계자로 거론됐다. LG그룹 장자 승계 가풍에 따라 아워홈 창업주 지분을 가장 많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 선대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임하던 2016년 6월부터 구본성 전 부회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해 회사를 이끌었다. 당시 아워홈에 재직하던 형제는 넷째 구지은 전 부회장뿐이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2004년부터 아워홈 이사를 지내다 자회사 캘리스코 대표로 이동했다. 2017년 구본성 전 부회장의 전문경영인 선임에 반대하며 주총을 소집했지만, 언니 구미현 회장이 구본성 전 부회장 편에 서면서 무산됐다.
구본성 전 부회장 대표 체제는 그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무너졌다. 앞서 구 전 부회장은 보복 운전을 하고 하차한 상대 운전자를 자신의 차로 들이받은(특수 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6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판결 직후 구 전 부회장은 아워홈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아워홈은 같은 해 11월 내부 감사에서 구 전 부회장의 배임, 횡령 혐의를 포착하고 그를 경찰에 고소했다. 구 전 부회장은 올해 9월 이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공백을 메운 사람은 구지은 전 부회장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의 동생인 구미현, 구명진, 구지은 세 자매는 구본성 전 부회장의 재판 선고 직후 주주총회를 열고 구 전 부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같은 날 구지은 부회장은 자신을 포함한 이사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해 통과시키며 아워홈 신임 대표이사에 올랐다. 구명진 전 이사도 같은 날 사내이사에 취임했다. 큰언니 구미현 회장은 2017년 분쟁 때는 구본성 전 부회장 편을 들었지만, 구 전 부회장이 물의를 일으킨 뒤에는 구지은 전 부회장 손을 들어줬다.
세 자매 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워홈은 지난 4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구미현 회장과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6월 임기가 만료된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 전 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안건과 지분을 종합했을 때 구미현, 구명진, 구지은 세 자매가 연대해 구본성 전 부회장을 몰아냈던 2021년 6월과 달리 구본성 전 부회장이 구미현 회장과 손을 잡고 두 자매를 몰아낸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가 지난 5월 임시주총에서 부친의 추천으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구지은 전 부회장 뒤를 잇는 아워홈 대표이사는 구미현 회장이 맡았다. 경영권 분쟁마다 뒷전에서 ‘키맨’ 역할을 했던 구미현 회장은 지난 6월 아워홈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됐다. 같은 날 남편인 이영열 사내이사는 부회장에, 과거 구자학 선대회장의 비서실장과 경영지원본부장(CFO)을 지낸 이영표 씨는 경영총괄사장에 올랐다. 구미현 회장은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종식하고자 취임 직후부터 경영권 매각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미현 회장은 지난 6월 회장 취임 인사말에서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문경영인에 의한 합리적인 회사 경영 즉, 사업의 지속 발전을 지향하는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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