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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나스닥 오른 '성덕'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 잇단 악재 해법은?

웹툰 초석 일군 '만화광' 평사원 출신 젊은 리더…여성혐오 논란, 수익성 개선 과제

2024.10.25(Fri) 09:31:40

[비즈한국] ‘디즈니처럼 롱런하는 콘텐츠 플레이어’를 꿈꾸며 세계로 향한 네이버웹툰이 잇단 악재에 직면했다. 여성혐오 콘텐츠 방관 논란에 공식 사과문을 내놨지만 작품 보이콧을 넘어 플랫폼 불매 운동으로 옮겨 붙은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나스닥 상장 이후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가 감당해야 할 경영 변수는 늘어났다. 반토막 난 주가 회복과 ‘보상 격차’가 불러온 노사 갈등 해결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웹툰 업계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하는 김 대표가 이번 위기를 어떻게 헤쳐갈까. 

 

지난해 4월 김준구 대표​가 경기 성남시 판교 네이버웹툰 본사 기자간담회에서 PPS 프로그램 성과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웹툰


#Character(인물)

 

김준구 대표는 지금의 네이버웹툰을 만든 일등 공신이다. 네이버의 웹툰 서비스 시작부터 분사, 나스닥 상장까지 회사의 역사를 주도했다. 알아주는 ‘만화광’이었던 김 대표는 좋아하는 분야에서 평사원으로 시작해 대표까지 오른 ‘덕업일치’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1977년생인 김준구 대표는 47세의 젊은 리더다. 한때 노란 염색 머리를 고수했던 것에서는 ‘괴짜’보다는 현실주의자에 가까운 면모가 드러난다. 단순히 취향을 표현한 게 아니라 해외에서 거래 상대에게 얼굴과 이미지를 각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97학번으로 입학해 화학생물공학과를 졸업했다. 네이버의 전신인 NHN에는 2004년 신입 개발자로 입사했다. 원래 업무는 네이버 검색 엔진 개발이었지만 만화 서비스를 함께 맡게 됐다. 오랜 취미를 따른 선택이었다. 만화책 8800여 권을 소장할 정도로 만화를 사랑하는 김 대표는 새로운 만화 산업인 웹툰 시장을 열고 회사를 뉴욕 증시에 데뷔시킨 주역이 됐다. 

 

#Career(경력)

 

네이버의 만화 서비스는 만화책을 스캔해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형태에서 출발했다. 당시는 검색 엔진의 록인(Lock-in) 전략으로 만화 콘텐츠가 조금씩 떠오르던 시기다. 온라인에 최적화한 웹툰이 탄생한 건 그 이후의 일이었다. 김 대표는 2005년 네이버가 본격적인 웹툰 서비스를 선보이기까지 관련 과정을 주도했다.

 

1세대 웹툰 작가들을 발굴하고 현재까지 이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 김규삼 작가,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 ‘복학왕’ 기안84 작가, ‘이말년서유기’ 이말년 작가 등은 김 대표와 동고동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대표가 사원 시절 신인 발굴 시스템인 ‘도전 만화’를 통해 발굴한 작품 중 하나가 ‘​마음의 소리’​다. 그는 평사원에서 시작해 웹툰 편집장을 거쳐 입사 10년 만에 사업부 총괄이 됐다. 네이버 웹툰·웹소설 사업은 2015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됐고, 2017년 5월 네이버웹툰이 CIC 중 첫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며 김 대표가 초대 대표이사에 올랐다.  

 

네이버의 웹툰 사업은 2015년 사내독립기업으로 분리됐고 2년 뒤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사진=비즈한국DB


#Capability(역량)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이후 네이버웹툰은 사세를 넓혔다. 웹툰의 미리보기를 결제하는 유료화 모델을 정착시키고 웹툰 IP를 활용한 콘텐츠 사업으로도 손을 뻗었다.  

 

김 대표가 만든 ‘요일제 연재 방식’과 창작자 수익 다각화 모델 PPS(Page Profit Share) 등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업계 최초로 네이버웹툰에 적용된 요일제 시스템은 작품을 정기 노출해 고정 독자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 받는다. 

 

2013년 도입된 PPS는 콘텐츠 유료 판매 및 광고, IP 비즈니스 등의 수익을 중심으로 하는 창작자 수익 다각화 모델이다. 웹툰 아래에 게재한 광고 수익 등을 회사와 작가가 나누는 형태다. 일종의 성과금 개념으로, 원고료에 수익을 의존하던 창작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든다는 취지로 고안됐다. 도입 당시 232억 원이었던 PPS 규모는 2021년 1조 원을 돌파한 후 이듬해 연간 2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이 프로그램은 ‘파트너스 프로핏 쉐어’(PPS)로 리브랜딩 됐다.

 

지난 6월 27일(현지시간) 웹툰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 행사에 참석한 김효정 CPO, 손혜은 CDO, 김용수 CSO, 김준구 대표, 데이비드 COO&CFO, 박찬규 CTO(왼쪽부터)​. 사진=네이버웹툰


#Critical(비판)

 

네이버웹툰의 본사이자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올 6월 말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김 대표는 웹툰엔터의 최고경영자(CEO)직도 겸하고 있다. 한국이 본류인 웹툰 생태계를 다지고 네이버웹툰을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입성시킨 공이 인정돼 상당한 금전적인 보상이 뒤따랐다. 김 대표는 현금 보너스 3000만 달러(약 416억 원)와 회사 보통주 1만 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 스톡옵션 11.5만 주 등을 지급받는다.

 

약 20년간의 기여에 대한 예우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의도치 않게 노사 갈등의 불씨를 지피는 결과로 이어졌다. IPO에 따른 추가 보상 문제가 핵심이다. 네이버웹툰 노조는 직원들의 스톡옵션 행사 가격이 20달러 이상으로, 현재 주가에서는 수익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추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기준 웹툰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1.37달러다. 노조는 직원들이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인센티브 축소 등 경영 효율화에 동참했는데 김 대표 등 일부 경영진에만 보상이 과도하게 집중됐다고 주장한다. 최근 노조가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하며 내홍이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해 9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마련된 네이버웹툰 공식 팝업스토어 ‘툰 페스티벌’ 행사장. 사진=연합뉴스


#Challenges(도전)

 

4개월 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네이버웹툰의 상장을 자축했던 김 대표 앞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갑작스럽게 닥친 혐오 표현 논란은 작품 보이콧을 넘어서서 플랫폼 불매운동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논란은 지난달 말 공모전 1차 심사를 통과한 ‘이세계 퐁퐁남’이라는 제목의 아마추어 웹툰이 여성혐오적인 내용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여성이 경제적 이득을 위해 순진한 남성을 이용한다는 편견과 성적인 의미가 담긴 ‘퐁퐁남’ 등의 표현과 관련 소재를 네이버웹툰이 심사에서 거르지 않고 방관했다는 주장인데, ‘불매’ 키워드를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화한 마케팅을 전개했다는 지적까지 나오며 여론이 악화했다. 네이버웹툰 측이 “불매운동 전 제작·공개된 게시물이 재발행된 것으로 광고 캠페인 운영상의 실수”라는 취지로 사과했지만 불매 피해의 당사자인 웹툰 작가 200여 명이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불매 여론은 오히려 확산되는 모습이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확대해야 하는 오래된 고민도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상장 첫날 10% 가까이 올랐지만 현재는 공모가의 절반 수준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상장 후 처음 받은 올 2분기 성적표에서도 매출 성장 등에서 부진했다. 

 

직원들이 스톡옵션 행사 시 손해를 보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주가가 낮은 탓인데 주가 회복과 노사 간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필수로 보인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총 1억 4480만 달러(약 2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 말 기준 누적 적자는 3억 6330만 달러(약 5000억 원)다.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외에도 양산형 작품 축소 및 작품성 제고, 지식재산권(IP) 경쟁력 강화 등 결국 콘텐츠 역량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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