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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창조타운' 계획, 공공성은 어디로…

종 상향, 용적률·공공기여 완화 등 기업에 파격 혜택 내세웠지만 개발이익 환수 장치 없어

2024.10.23(Wed) 14:04:18

[비즈한국]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부지는 서울시가 소유한 최대 규모의 가용지다. 축구장 15개 크기에 맞먹는 이곳은 2009년 매입 이후 15년 동안 서울시 정책 실험대에 올랐다. 사회적 기업이나 공익단체의 업무 공간으로 기능한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서울혁신파크 시대는 저물고, 이번에는 오세훈 시장의 ‘서울창조타운’ 사업이 시동을 걸고 있다. 

 

서울시는 민자유치 대신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용도지역 종 상향을 열어두고 공공기여는 최대 절반까지 완화하는 등 기업의 진입을 유도하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다. 우려도 적지 않다.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부지 매각 및 활용 계획이 기업 특혜에 집중됐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매각 공고 등 사업 절차 개시가 예고됐지만 잡음이 이어지면서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웹툰, 미디어 분야 거점 ‘창조타운’을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혁신파크는 2023년 말 운영 종료돼 현재는 세무서, 지구대 등의 임시 청사로 쓰인다. 사진=강은경 기자


#‘역대급 혜택’ 미디어·웹툰 등 산업 시설 계획 추진 본격화 

 

서울시는 활용 가능한 시유지 중 가장 큰 규모인 서울혁신파크 부지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웹툰, 미디어, 게임, 확장현실(XR) 분야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 중심 창조산업 거점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가 기업설명회를 앞두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선 전체의 78%에 해당하는 4만 8000㎡(약 1만 4500평)를 민간 기업에 매각한다. 창조산업 관련 일자리와 기업 유치, 매매 후 3년 내 세부 개발계획 수립이 조건으로 붙는다. 

 

이례적인 혜택도 돋보인다. 기업의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현재의 제2종 일반주거 용도로 낮은 가격에 팔고, 서울시 균형발전 사전협상제를 적용해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사전협상제는 기존 도시계획으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을 사업시행자가 원하는 용도와 규모로 개발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기업이 원하는 만큼의 용도지역 종 상향과 허용용도 자율 제안 등을 수용해 민간 주도 개발 계획 수립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용적률은 법적 상한의 1.2배까지 상향하고 공공기여는 최대 2분의 1까지 완화한다. 민간 개발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은 창조기업이 필요한 시설에 재투자해 성장을 지원한다. 공공용지 내 대규모 XR 스튜디오 등 창조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간과 고가의 범용성 장비 구입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혁신파크는 지난해 말 운영 종료됐다. 사진=서울혁신파크 홈페이지

 

과거 국립보건원이 있던 이곳은 오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인 2008년 난개발을 막는다는 취지로 서울시가 매입했다. 오 시장이 다시 시정을 잡으면서 입주 업체들이 계약 기한 만료로 사실상 퇴거했고 위탁 업무를 담당하는 서울혁신센터와의 계약도 지난해 말 종료됐다. 오 시장 체제에서 계획도 한 차례 수정했다. 2년 전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이 부지를 현물 출자하고 SH와 민간이 각각 공공주택과 복합시설을 맡아 개발하는 구상을 그렸다. 

 

이번 계획에서는 복합 산업 시설을 기반으로 이 일대를 서북권 경제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근생시설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와 산업 기반을 구축할 땅이 강북지역에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할 수 있다면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새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은평구는 재정자립도가 서울시 25개 구 중 23위로 최하위권으로 공무원 급여도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그동안 서울시와 은평구가 이 부지를 통해 기업 유입 등 중장기 관내 세입 개선을 기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이 부지 계획과 관련해 서울시와 구청이 함께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2022년 안에는 주택 공급 관련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외됐다”고 전했다. 

 

서울혁신파크 내 일부 건물은 현재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강은경 기자


#시민단체들 천막농성 “기업설명회보다 시민토론회가 먼저” 

 

다만 앞으로 공공성 문제에 대한 지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택지를 매각해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는 계획임에도 공공성 확보를 위한 장치 마련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개발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까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곳에 재투자하겠다는 구상에서 개발 이익 환수를 위한 장치는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창조산업 관련 일자리 및 기업 유치, 매매 후 3년 내 세부 개발계획 수립 등 가시적 사업추진 등을 조건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의무가 부여되지는 않았다.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최대 4단계의 종 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상업용지로 개발할 계획임에도 2종 주거지로 헐값에 매각하는 셈”이라며 “각종 혜택을 얹어주며 서울의 몇 안 남은 공공택지를 매각하는 안이지만, 정작 기업들이 일종의 부동산 이익을 노리고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에 소유권이 넘어간 이후에는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업 및 건설사 대상 설명회는 서울시와 시민단체의 갈등 상황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발언 기회를 요구한 활동가가 퇴장당하며 소란이 발생했고 시청 앞에서는 기업매각 반대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7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혁신파크 공공성을 지키는 서울네트워크’는 55일째 부지 입구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공원 입구에서 55일째 진행되고 있는 천막농성 현장(위)과 지난 21일 은평구청 앞에서 열린 기업 매각 중단 요구 집회. 사진=강은경 기자

 

지난 21일 은평구청 앞에서 열린 기업 매각 중단 요구 집회에서 김종민 서울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녹색정의당 정책위의장)이 “사업 계획이 하나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기존에 입주한 단체들을 몰아내고 철거부터 진행하고 있다. 위협적인 방식으로 개발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이라며 “종 상향, 헐값 매각, 공공기여분 절반 축소 등은 대규모 특혜다. 기업설명회보다 시민토론회가 먼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 매각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2033년까지 사업 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2028년까지 사업자가 수립한 개발계획을 토대로 이듬해 착공하는 계획이다. 서울시 안대로라면 이 부지는 공연시설 및 공공청사(2000년대 중반), ‘어르신 행복타운’(2012년), 쇼핑·주거 랜드마크(2023년) 등의 각종 구상과 2015년 사회혁신활동 허브로 문을 연 서울혁신파크의 역사를 뒤로하고 산업 기반의 복합개발이 이뤄진다. 

 

서울혁신파크는 지난해 12월 말 운영이 종료돼 현재는 임시 활용과 철거 조치가 병행되고 있다. 서울혁신파크 내 ‘미래청’ 등은 은평세무서와 응암지구대가 임시청사로 이용 중이고 ‘재생동’, ‘극장동’, ‘청년청’ 등은 지난달 철거돼 공사가 진행 중이다. 참여동은 10월 내 폐쇄가 예고됐다. 

 

매각 대상 기업에게 적용되는 인센티브 등의 조건은 개발계획 수립 단계에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관계자는 “현재 지구단위 계획 수립 중이다.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면서 큰 틀의 계획 일부를 알린 것으로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진유 교수는 “국공유지 매각 시 형평성 측면에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가능한 공공의 이익이 최대한 확보되도록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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