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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거부' 급증은 병상 수 줄어든 탓?

의료계 "메르스 이후 기준 강화돼 병상 수 급감" 주장…통계 확인해보니 전년 대비 2배 증가

2024.10.22(Tue) 17:45:33

[비즈한국] 그동안 지적을 받아온 정신질환 응급환자의 ‘응급입원’이 의료공백 발생 이후 크게 늘어났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정신질환 응급환자의 입원 의뢰가 16% 늘어난 가운데 응급입원 거부율도 지난 1월 3.8%에서 의료대란 이후인 2~8월에는 평균 5.4%로 나타났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입원실당 병상 수, 병상 간 이격거리 기준 강화 이후 병상 수가 감소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데, 일반병원 내 정신병동을 제외한 ‘정신병원’의 경우 병상 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봤다. 

 

올해 1~8월 정신질환 응급환자의 입원 의뢰는 총 1만 22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증가했다. 지난달 5일 오전 ​서울의 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119로 환자가 이송되는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 소재 응급실 ‘정신과 질환’ 진료 및 입원 제한 28%

 

의료공백으로 정신질환 응급환자가 응급입원 거부를 당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응급입원이란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자가 자신 또는 타인을 해할 위험이 클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을 의뢰하는 제도다. 국회 복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정신질환 응급환자의 입원 의뢰는 총 1만 228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550건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 거부율도 같이 늘었다. 지난 1월 3.8%에서 의료대란 이후인 2~8월에는 평균 5.4%로 나타났다. 

 

실제로 21일 오후 2시 기준 서울 소재 응급실의 30%가량이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을 통해 정신과 질환의 응급진료 및 입원 제한 등을 알렸다. 서울 소재 응급실 49곳 가운데 14곳(28.57%)이 상황판을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표출했다. 의료진 부족으로 정신과 폐쇄병동 운영을 잠정 중단한 곳도 있었다. 한 병원은 성인 협진은 가능하나 18세 미만 소아는 협진이 불가했다. 수도권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143곳 가운데 13.2%에 해당하는 19곳이 정신과 응급진료 및 입원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는 각각 5.47%(73곳 가운데 4곳), 4.76%(21곳 가운데 1곳)가 해당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적은 정신과 인력, 낮은 수가 외에 ‘병상 수’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정신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시설 기준 등이 강화돼 병상 수가 크게 줄었다고 주장한다. 기존에는 비교적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입원 가능해 낮은 수가에도 손익을 맞췄지만, 입원실당 병상 수와 병상 간 이격거리 등의 기준이 엄격해지며 병상 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앞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겪으며 일반병상을 대상으로 시설 기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정신병원에 ‘입원실당 병상 수 6병상 이하, 병상 간 이격거리 1.0m 이상’이라는 기준이 적용됐다. 

 

#정신병원 병상 수, 병상 수 기준 적용 이후 전년 대비 증가

 

시설 기준 발표 직후 정신의학계는 성명서를 통해 우려를 드러냈다. 당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건물을 임대해 운영 중인 정신병상들은 대개 급성기 입원치료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시설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공사가 임대 상황에서 여의치 않다. 그런데 개정안은 주소지 이전이나 개설변경을 하는 경우도 적용하도록 해 2년의 유예기간조차 의미가 상실된다”며 “정신의료기관의 수가와 의료급여 정액수가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개선책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병실 급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급격한 시설 규정의 적용에 따라 2년 내로 의원급의 입원병실은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것이며, 150병상의 중소규모 입원시설은 병상 수의 40~50% 정도, 대형정신병원도 병상 수의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실의 축소로 인해 정신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의 실직사태가 우려된다”며 “보건복지부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원점에서 재논의하지 않을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잘못된 시행규칙의 개정에 저항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8월 22일 서울 동작구의 한 병원에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마스크 착용 권고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기준이 강화된 후 실제로 병상 수가 줄었을까. 일반병원 내 정신병동을 제외한 ‘정신병원 병상 수’의 경우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다.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입원실당 병상 수’ 기준이 새롭게 적용된 2021년 정신병원의 입원진료 병상 수는 6만 3467개로, 전년 3만 1111개 대비 2배 넘게 늘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2018년 3만 1695개 △2019년 3만 1316개 △2020년 3만 1111개 △2021년 6만 3467개 △2022년 6만 4955개다. 일반병원 내 정신병상 수가 더해지면 병상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격거리’ 기준이 강화된 2023년 1월 1일 이후의 통계는 통계연보에 담기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앞서 메르스 이후 일반병상을 대상으로 시설 기준 변화가 있었을 당시에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지만 병상 수는 줄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입원진료 병상 수는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고 첫해인 2019년 15만 2977개로 전년 15만 2104개에서 증가했다. 이후에도 △2020년 15만 5210개 △2021년 15만 6783개 △2022년 15만 9062개로 증가세였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정신병원의 인력 구조를 살펴보면 정신과 전문의 1명이 60명의 입원환자를 보게 돼 있다. 급성기 치료와 지역 사회로 돌아가는 방향이 돼야 하지만 아직 수용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며 “누적된 적자로 대학병원 내에서도 정신병상 수가 줄고, 다른 과에 비해 시설도 낙후돼 있어 환자들이 발병 초기 좋은 환경에서 치료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 점에서 여러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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