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박강수 서울 마포구청장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본인 및 가족이 보유한 언론사 주식이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심사 결과를 받고 이를 취소하는 소송을 청구했으나 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구청장은 본인 소유분을 자녀에게 양도하고 항소에 나선 상태다. 최근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이 본인이 최대주주인 회사의 주식을 처분하는 대신 구청장직을 사퇴해 주식백지신탁 제도를 향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공직자의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 7월 3일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는 박강수 마포구청장과 그의 배우자, 자녀(장남·장녀)가 보유한 언론사 주식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박 구청장에게 이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라는 결정을 통보했다. 박 구청장은 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올해 1월 직무관련성 인정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8월 22일 1심에서 패소했다.
박강수 구청장은 현재 본인 주식을 모두 처분한 만큼 2심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9월 6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박 구청장 측은 “2심 결과가 나오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식을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백지신탁 등 처분 방안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주식백지신탁 제도는 재산공개 대상자가 본인과 이해관계자(배우자, 직계 존·비속)가 보유한 주식의 총가액이 3000만 원을 초과할 때 2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는 제도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기혼자인 딸(혼인한 직계비속인 여성), 외조부모, 외증조부모, 외손자녀, 외증손자녀 등은 이해관계자에서 제외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게시한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에 따르면 박 구청장은 당선 당시 본인, 배우자, 자녀가 ‘땡큐미디어그룹’ 주식 6만 주, ‘일간시사신문’ 주식 2만 주를 보유했다. 땡큐미디어그룹은 언론사 ‘땡큐뉴스’, 일간시사신문은 ‘시사포커스’를 발행하는 회사다. 박 구청장은 시사포커스의 창간인으로 회장, 대표이사, 발행인 등을 역임했다. 시사포커스 자매지인 땡큐뉴스는 2015년 창간 당시 ‘마포땡큐뉴스’라는 제호의 마포 지역 언론으로 출범했다.
박 구청장은 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마포구청장에 당선돼 7월 1일 취임했다. 이듬해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로부터 언론사 주식이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심사 결과를 받고, 그해 8월 본인이 보유한 땡큐미디어그룹 주식 2만 주를 장남과 장녀에게 1만 주씩 양도했다. 이어 11월에는 마포구에 있던 언론사의 본점을 서대문구로 이전했다. 현재 박강수 구청장 본인이 가진 주식은 없다.
올해 3월 28일 재산 공개 자료를 기준으로 박 구청장 일가가 보유한 두 언론사(비상장 주식)의 주식 가액은 34억 원에 달한다. 일간시사신문 주식은 박 구청장의 배우자가 1만 2000주, 장남과 장녀가 각각 4000주를 보유했고 땡큐미디어그룹 주식은 장남과 장녀가 3만 주씩 보유하고 있다.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는 박 구청장 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한 언론사가 △홍보 행정 종합계획 수립 및 시행 △구정 홍보 △언론매체 관리 등의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봤다. 심사 당시 언론사 본사가 마포구에 있었다는 점에서 구청 경제진흥과가 휴·폐업 등 신고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에 박 구청장은 행정소송에서 “언론사들은 비상장 회사이고, 주식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 구청장 직무로 가치가 증가하지 않는다”며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상 회사들이 마포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없는 점, 본점을 이전한 점, 회사의 언론 활동이 지자체장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종합하면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직무관련성 인정 결과를 반박했다.
법원은 심사위원회의 손을 들었다. 서울행정법원(재판장 이주영)은 1심 판결에서 박 구청장의 청구를 기각하며 “서울시 마포구청장 직무는 해당 회사(언론사)의 경영 또는 재산상 권리에 관한 상당한 정보를 입수하거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회사 주식과 직무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해당 언론사들이 심사위원회 처분 전까지 계속해서 마포구에서 사업을 영위한 점 △박 구청장이 구청장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 주식과 관련한 정보에 접근할 가능성이 충분한 점 △사실상 박 구청장의 가족 회사이므로 박 구청장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라는 점 △비상장 주식이라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점 △언론사의 본점을 옮겨도 업무 활동 영역을 본점 소재지에 국한하지 않는 점 등을 기각 사유로 들었다.
공정한 직무 수행 차원에서 처분을 권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언론사 주식 매각 또는 백지신탁을 통해 이해충돌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이는 공정한 구청장 직무 수행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고, 마포구민과 구청장 사이의 위임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주식백지신탁 제도의 취지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구민을 비롯한 국민으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나 의심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구청장 직무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명시했다.
구청장이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에 불복한 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문헌일 전 서울 구로구청장은 자신이 보유한 ‘문엔지니어링’의 주식 170억 원어치가 직무연관성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자, 10월 16일 자로 구청장직을 자진 사퇴했다. 문 전 구청장은 두 차례에 걸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해 대법원 상고에 나섰으나 결국 사임을 택했다. 신임 구로구청장을 뽑는 보궐선거는 2025년 4월 2일에 치러진다.
문 전 구청장의 행보는 지역 사회와 정치권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문 전 구청장의 퇴임식에서는 주민 항의도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0월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당 소속인 문 전 구청장을 두고 “공직을 부업으로 여기는 사람은 국민의힘에 없어야 한다”며 “이런 사람이 절대 공천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라고 언급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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